수지 주연 '안나' 감독 "편집권 훼손" VS 쿠팡 "이견 못 좁혀"

머니투데이 유동주 기자 2022.08.03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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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은채, 수지, 김준한, 박예영이 2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콘래드 서울에서 진행된 쿠팡플레이 시리즈 '안나'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안나' 는 사소한 거짓말을 시작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게 된 여자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오는 24일 공개. 2022.06.21 /사진=김창현 기자 chmt@배우 정은채, 수지, 김준한, 박예영이 2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콘래드 서울에서 진행된 쿠팡플레이 시리즈 '안나'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안나' 는 사소한 거짓말을 시작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게 된 여자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오는 24일 공개. 2022.06.21 /사진=김창현 기자 chmt@


호평을 받았던 쿠팡플레이 드라마 '안나'가 감독 편집권을 둘러 싼 논란에 휩싸였다. 향후 법적 분쟁으로도 번질 가능성이 높다.

극본을 쓰고 연출을 했던 이주영 감독은 3일 쿠팡플레이가 감독을 배제하고 '안나'를 일방적으로 편집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쿠팡플레이 측이 공개 사과와 시정조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가능한 모든 법적 수단을 다할 것이란 게 이 감독의 입장이다.



이 감독의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시우에 따르면 지난 6월 24일 쿠팡플레이를 통해 최초 공개된 '안나'는 6부작(회당 45~63분)이었으나, 애초 이 감독의 편집본은 8부작이었다. 제작 전 쿠팡플레이가 승인한 극본도 8부작이었다는 게 이 감독 측 지적이다.

이 감독 측은 쿠팡플레이의 일방적 편집은 작품의 동일성유지권을 침해해 이 감독의 저작인격권까지 침해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8부작에서 6부작으로 단순히 분량만 줄어든 게 아니라 서사·촬영·편집·내러티브의 의도 등이 모두 크게 훼손됐다는 게 이 감독 측 주장이다.



공개 사과와 함께 6부작 '안나'에서 이 감독의 이름을 삭제하고, 빠른 시일 내에 8부작 그대로 '안나' 감독판을 릴리스(배포) 해 달라는 게 이 감독의 요구다.

이 감독과 함께 8부작 원본 편집에 참여했던 김정훈 편집감독도 3일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감독처럼 내 이름을 크레딧에서 빼달라고 요구했지만, 지금도 이름이 남아 있다. 내가 편집한 것이 아닌, 누가 편집했는지도 모르는 '안나'에 내 이름이 올라가 있는 것을 견디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서울=뉴스1) 권현진 기자 = 배우 배수지가 2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콘래드 서울에서 열린 쿠팡플레이 시리즈 ‘안나’ 제작발표회에서 웃음보를 터트리고 있다.  ‘안나’(감독 이주영)는 사소한 거짓말을 시작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게 된 여자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2022.6.21/뉴스1  (서울=뉴스1) 권현진 기자 = 배우 배수지가 2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콘래드 서울에서 열린 쿠팡플레이 시리즈 ‘안나’ 제작발표회에서 웃음보를 터트리고 있다. ‘안나’(감독 이주영)는 사소한 거짓말을 시작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게 된 여자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2022.6.21/뉴스1
8부작 '안나'가 6부작으로 재편집된 과정에 대해 양측 설명은 다소 다르다. 이 감독 측은 쿠팡츨레이가 8부작 편집본에 대해 별다른 수정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고 '아카이빙 용도'라며 전체 프로젝트 파일을 제작사에게 요구해 받아간 뒤 제3의 편집인력을 통해 일방적으로 편집해 릴리스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편집감독도 "편집과 관련된 쿠팡의 의견을 담은 페이퍼를 한번도 받아본 적이 없다. 반나절 정도 쿠팡 관계자들이 와서 한 말들이 전부였다"며 "그렇게 안나는 창작자와 스탭들의 노력을 배제한 채, 비밀리에 누군가에 의해서 일방적으로 만들어졌다"고 비판했다. 쿠팡플레이 측이 편집에 관한 의견 조율을 충분히 하지 않은 채, 원래의 제작진을 배제하고 편집을 별도로 외주를 준 뒤 방송을 했다는 것이다.

반면 쿠팡플레이 측은 "연출 방향성을 논의 하던 과정 중에 이견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감독님께서 말씀하신 것과는 달리 쿠팡은 이견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여러차례 노력을 했지만 좋게 마무리 되지 못했다. 자세한 사실 관계는 추후 입장문을 통해 밝힐 예정"이라고 밝혔다. 편집과정에서 양측의 의견이 달라 노력을 충분히 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해 재편집을 하게 된 것은 불가피했다는 취지다.

쿠팡플레이 측이 이 감독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엔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감독 측 법률대리인 송영훈 변호사는 "내용증명에도 쿠팡 측이 답변을 하지 않았다"며 "공론화가 된 상황에서 쿠팡 측의 조치를 보고 이후 손해배상청구 등 법적 수단의 수위를 정하겠다"고 밝혔다.

과거 사례를 보면 극본 작가와 감독의 편집에 관한 권한을 어느 정도 인정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가장 유사한 사례는 1990년대 '가자 장미여관으로' 사건이다. 고(故) 마광수 교수의 원작 시나리오 판권을 사들인 영화사가 연출을 마 교수에게 맡겼다가 다른 감독에게 연출을 맡기면서 원작이 대폭 수정돼 법적 문제로 비화됐다. 마 교수는 영화사를 상대로 영화제작과 배포, 상영금지 등 가처분 신청에서 승소하기도 했다.

배우가 감독의 편집을 문제 삼은 경우도 있었다. '전망 좋은 집' 사건에선 배우 곽현화가 동의 없이 자신의 노출장면을 포함한 편집본을 IPTV에 유료 공개한 것에 대해 감독을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바 있다. 이 소송에선 배우가 일부 승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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