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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 못 맡던 확진자들 인지 손상"…뇌까지 파고든 코로나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22.08.02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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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 2일 서울 송파구보건소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서울=뉴스1) = 2일 서울 송파구보건소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후각상실은 코로나19 확진자들이 회복 후 호소하는 대표적 후유증이다. 이 같은 후유증이 한 달 이상 지속되는 '롱 코비드(Long Covid)'를 겪는 사람들도 많다.

이와 관련, 그동안 후각을 관장하는 인체 기관은 '뇌'이기 때문에 코로나19가 뇌에 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 이제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유행한지 3년째에 접어들며 코로나19가 뇌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 사례가 하나 둘 쌓여간다. 우리 정부도 롱코비드에 대응하기 위해 곧 대규모 조사에 착수한다.

2일 미국 NBC뉴스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연구진은 최근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알츠하이머협회 연례총회에서 코로나19의 대표적 후유증인 후각상실이 인지 저하의 강력한 전조현상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연구는 후각상실을 경험한 55∼95세 성인 766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들이 코로나19 감염 후 1년에 걸쳐 겪은 신체적, 인지적, 신경정신과적 변화를 추적했다. 조사 대상자의 3분의 2는 일정 정도의 인지 손상을 보였으며 대상자 절반은 인지 손상 정도가 심각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연구의 공동 책임자인 가브리엘라 곤살레스 알레만 부에노스아이레스 가톨릭대 교수는 "후각상실이 나타난 60세 이상 성인은 코로나19에서 회복된 후 인지 손상에 더 취약한 것으로 추정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에도 후각 상실이 뇌 손상과 연관돼 있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됐다.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연구팀은 2020년 4월부터 2021년 9월 사이 사망한 코로나19 환자 23명을 부검한 결과, 후각이 상실된 사람들의 뇌에서 손상의 증거를 발견했다. 해당 연구결과는 미국의학협회(JAMA)가 공식 발간하는 신경학분야 저명 학술지 '자마 뉴롤로지'(JAMA Neurology)에 지난 4월 11일 게재됐다.

연구팀은 코로나19 확진자 23명과 대조군 14명을 부검해 뇌 기저부의 후각 조직 퇴행 정도와 후각 손실, 미세혈관병증 중증도를 분석했다. 확진자는 대조군보다 축색돌기(신경세포 흥분을 전달하는 돌기) 손상이 60% 더 심했다. 미세혈관 손상도 역시 36% 높았다. 미세혈관병증 점수는 1.907로 대조군 1.405보다 높았다.

이 같은 손상은 후각 손실을 경험했던 확진자에서 더 두드려졌다. 축색돌기 병리 점수가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더 높았고 미세혈관 손상 정도도 더 컸다. 연구팀은 후각 조직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발견된 환자는 3명에 불과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바이러스가 후각에 바로 영향을 미친다기보다 감염으로 유발된 염증이 뉴런을 손상시키고 축삭돌기 수를 줄여 후각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코로나19에 감염됐던 사람들의 뇌 노화 현상이 빨라졌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됐다. 옥스포드대 연구팀은 코로나19 확진자 401명과 대조군 384명의 뇌 자기공명영상(MRI)을 비교한 결과, 확진자들의 뇌 회백질이 감소하고 뇌의 노화 현상도 빨라졌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게재했다.

해당 연구결과는 뇌 신경세포 대부분이 회백질에 분포해 있기 때문에 주목받았다.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들은 회백질이 대조군 보다 0.2~2% 더 많이 감소했다. 확진자들의 뇌에서는 냄새 및 기억과 관련된 영역인 안와전두피질과 해마곁이랑의 회백질 두께가 얇아지는 등 변화가 있었다. 후각피질 영역의 손상과 뇌 크기의 전반적 감소 경향 등도 나타났다.

코로나19가 뇌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또 다른 연구결과도 있다. 스탠포드 대학 신경과학자 미셸 몬제 박사 연구팀은 비교적 가벼운 증상을 겪은 확진자의 뇌에서 알츠하이머 환자 뇌에서 나타나는 변화와 비슷한 현상을 발견했다. 집중력과 기억력 저하 후유증인 이른바 '브레인 포그(Brain fog)' 증상이 독한 약물이나 방사선 치료를 받은 사람이 겪는 인지장애 현상과 다르지 않다는 것.

후각상실이 코로나19가 뇌에 영향을 주는 불길한 징조라는 근거가 쌓이고 있는 가운데,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진 후 후각 상실 증상이 지속되는 인구가 1500만명에 달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싱가포르 국립대학을 비롯한 미국, 영국, 폴란드 공동연구팀은 전 세계 성인 코로나19 환자 5.6%가 장기적인 후각 상실을 경험하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최근 영국 의학저널(BMJ)에 게재했다. 전 세계 코로나 확진자가 5억5000만명인 점을 감안하면 최소 1500만명이 장기적 후각 상실을 경험하는 셈이다.

한편, 국내에서도 확진자 후유증에 대한 대규모 추적 조사가 시작된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주관 연구기관 선정을 위한 연구과제 공고가 완료돼 선정평가 등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다. 8월 말 협약 체결을 통해 연구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번 조사연구 사업은 소아·청소년을 포함한 대규모 후유증 환자군(코호트)에 대한 장단기 관찰 및 심층 조사연구로 임상 대상자군의 양상, 원인 기전 규명, 치료 가이드라인 마련 연구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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