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비판, 저래도 비판"…펠로시, 대만 방문 강행할까

머니투데이 황시영 기자 2022.08.01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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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글로벌타임스 "기체 결함, 급유 등 비상상황 핑계로 대만공항에 내릴 가능성"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7월 29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C) 로이터통신=뉴스1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7월 29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C) 로이터통신=뉴스1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 방문 여부와 상관 없이 비판을 받게 되는 딜레마 상황이 펼쳐지게 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펠로시 의장은 1일(현지시간) 동아시아 순방의 첫 기착지로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이날 WSJ는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가능성은 바이든 행정부에 딜레마를 만들었다"면서 "그가 대만을 방문하지 않을 경우 공화당 의원들은 민주당이 (중국의 위협에 굴복했다는 의미에서) 한발 물러섰다고 비판할 것이다. 만약 방문을 강행할 경우에는 가뜩이나 첨예한 미중간 긴장감이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펠로시 의장은 전날 트위터를 통해 "인도·태평양 지역의 동맹과 친구들에게 미국의 확고부동한 약속을 재확인하기 위해 오늘 의회 대표단을 이끌고 방문한다"고 밝혔다.

이어 항공기 중간 급유를 위해 하와이를 들렀다면서 순방 대상국이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한국, 일본 등 4개국 등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만 방문 여부에 대해선 계속 함구하고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 인터넷판에 따르면 펠로시 의장은 1일 동아시아 순방 첫 기착지로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환구시보는 이날 항공기 경로 추적 사이트인 '플라이트레이다24'를 근거로 펠로시 의장 일행이 탑승한 C-40C 전용기가 현지시간 1일 오전 4시20분(한국시간 오전 5시20분) 싱가포르의 파야 레바르 공군기지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전날 싱가포르의 중국어 매체 연합조보는 펠로시 의장이 1∼2일 싱가포르를 방문한다고 싱가포르 외교부를 인용해 보도했다.

대만 연합보는 라디오프랑스인터내셔널(RFI)을 인용, 펠로시 의장이 오는 4일 필리핀 클라크 미 공군기지에서 출발해 대만에 도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고 이날 전했다. RFI는 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이 전하며 펠로시 의장이 차이잉원 대만 총통을 만난 후 다음 날 오후 일본 요코타 공군기지로 향할 것이라고 전했다.


연합보는 "프랑스 등 많은 해외 언론이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방문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다만 대만 당국은 이를 확인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해외 관측통들은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방문한다면 길게 머물러서는 안되며 단 몇 시간만 바삐 머물다 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인민일보 계열 글로벌타임스는 "펠로시 의장이 기체 결함이나 급유 같은 비상 상황을 핑계로 대만 공항에 내리고자 하는 위험한 시도를 할 가능성이 여전히 있다"며 "이에 중국군은 향후 며칠간 높은 경계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분석가들은 말한다"고 전했다.

현재까지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펠로시 의장은 △싱가포르(1~2일) △말레이시아(2~3일) △한국(3~4일) △일본(4~5일) 순으로 방문할 것으로 관측된다.

순방 일정을 감안하면 현시점에 가장 유력한 방법은 싱가포르-말레이시아 순방을 마치고 한국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대만을 경유하는 코스다. 이동 경로에 대만이 있기 때문에 일정상으로도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순방 사이인 2~3일에 대만을 다녀오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지만 이 기간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실탄 훈련을 진행할 것이라며 선박들에게 경고한 만큼 방문 강행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만과 가장 가까운 푸젠성 핑탄에서 실탄 사격 훈련이 벌어지고 있는 모습 /사진=트위터대만과 가장 가까운 푸젠성 핑탄에서 실탄 사격 훈련이 벌어지고 있는 모습 /사진=트위터
미국 권력 서열 3위인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방문할 경우 1997년 이후 대만을 찾는 최고위급 인사가 된다. 펠로시 의장은 오랫동안 중국 내 인권 침해 문제를 비판해왔다.

25년 전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이 대표단을 이끌고 대만을 방문한 바 있는데, 이후 미중갈등이 한층 심화했다고 WSJ는 전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달 28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대만 문제를 놓고 "불장난하면 불에 타 죽는다"고 표현했다. 이어 지난달 31일 중국 인민해방군은 대만에서 불과 125㎞ 떨어진 푸젠성 핑탄섬에서 실탄 사격 훈련을 진행했다. 굉음과 함께 빗발치는 로켓포가 하늘로 계속 날아가는 모습이 소셜미디어서비스(SNS)에 공개되기도 했다.

중국이 돌연 실탄 훈련에 나선 것은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방문할 경우 무력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 것이다. 앞서 중국 외교부는 "우리는 진지를 정비하고 적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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