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행 직원, '고객 돈 14억' 애인 계좌로 '꿀꺽'…당국, 지배구조법 개정 검토

머니투데이 김상준 기자, 이용안 기자 2022.08.01 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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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뉴스1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뉴스1


우리은행에 이어 부산은행에서도 횡령 사건이 터지면서 금융당국이 내부통제 관련 경영진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지배구조법) 개정을 통해 CEO(최고경영자)를 포함한 임원들이 내부통제를 준수해야 하는 의무가 부과될 것으로 보인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부산은행은 최근 14억8000만원(잠정) 규모의 횡령이 발생했다고 지난 29일 공시했다. 한 지점 외환 담당 직원 1명이 지난달 9일부터 지난 25일까지 수차례 고객 자금을 빼돌렸다. 이 직원은 해외에서 송금받은 자금을 고객 계좌가 아닌 자신의 애인 계좌로 입금했고, 자금은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우리은행에서는 700억원 규모 횡령이 발생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6일 우리은행에 대한 검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인사 관리, 직인 날인 관리, 자점 감사, 이상 거래 모니터링 등 8개 부문에서 내부통제가 미흡했던 점이 대형 횡령사고로 이어졌다고 결론내렸다. 이상 해외송금 정황도 발생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우리·신한은행에서 총 4조1000억원 규모의 이상 해외송금이 있었고, 은행권 전체의 의심 거래 규모는 7조원에 이르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의 지배구조법 개정 카드는 은행 전반에서 발생되고 있는 이 같은 횡령과 이상 해외송금 등의 사고와 무관치 않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내부통제에 대한 경영진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지배구조법 개정 추진 방침을 밝혔다. 구체적으로 은행권과 함께 '금융사고 예방 내부통제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 지배구조법 개정 논의를 시작했다.



우선은 CEO 등 임원의 내부통제 기준 '준수' 의무가 추가되는 방향으로 개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현행 지배구조법은 금융사 임원에게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만 부과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금융사고가 발생해도 은행이 내부통제 제도만 갖추고 있으면 임원 등 책임자는 일부 면죄가 됐다.

그러나 실제 내부통제 기준 준수해야 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진행되면 금융사고 발생시 관련 임원, 나아가 CEO까지 제재를 받게 된다. 경영진이 사고 가능성을 더 관심있게 들여다 볼 수밖에 없게 될 것으로 금융당국은 기대한다. 경영진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금융권의 내부통제 강화를 더 유도하기 위해 경영실태평가를 할 때 내부통제 부문을 독립 평가 항목으로 두고, 내부통제 등급을 종합 등급과 연계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이 외에도 특정 부서에서 오래 근무한 장기 근무자가 인사 관리 기준 마련, 자금 인출 단계별 통제를 강화, 준법감시 관련 최소 인력 확보 기준 등도 제시될 계획이다. 또한 금감원 자체 상시감사 기능도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내부통제 관련 최종안은 오는 10월 발표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규제 마련 취지는 이해하지만 처벌을 위한 게 아니라 예방에 방점을 찍혔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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