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기력과 중력이 당기는 힘이 평형이 되면서 물질이 공중에 뜨는 현상. / 영상=한국표준과학연구원
30일 과학계에 따르면,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극한측정연구팀이 우주가 아닌 지구에서 극한환경을 구현해 '소재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이들은 '정전기 공중부양장치'로 3000K 이상에서 초고온 내열소재인 니오븀, 몰리브덴늄, 탄탈륨의 액체 밀도 및 열팽창률을 정밀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관련 연구는 최근 국제학술지 메트롤로지아(Metrologia)에 게재됐다.
정전기 공중부양장치 원리. / 영상=한국표준과학연구원
연구팀 이근우 박사는 2020년 이 장치를 활용해 콜로이드 액체를 공중에 띄워 층밀도(전체 부피 중 입자들이 차지하는 부피의 비)를 측정했다. 콜로이드 입자들의 분포와 성질을 규명해 신소재와 약물 개발 등에 기여했다. 2016년에는 지구상에 없는 새로운 물질상을 발견해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A)에 논문을 발표해 주목받기도 했다.
초고온에선 물질의 다양한 성질을 분석할 수 있다. / 영상=한국표준과학연구원
이근우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극한측정연구팀 박사가 정전기 공중부양장치를 소개하고 있다. / 사진=김인한 기자
그는 "이 장치를 활용한 연구의 가장 큰 목적은 새로운 물질을 발견하는 것"이라며 "초고온 및 과냉각의 극한환경에선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물질이 존재하는 '과학적 신대륙'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과학은 19~20세기 초 나온 이론을 구현하는 단계"라며 "21~22세기의 과학적 발견과 이론은 극한환경에서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박사는 또 "과학강국이 독점하는 우주 발사체 소재나 핵융합로의 소재, 새로운 철강 소재 등 극한환경에서 활용될 신소재를 만들려면 물질의 순수한 물성을 측정해야 한다"며 "이 장치는 물질을 비접촉으로 공중에 띄워 초고온에서 오염과 반응을 제거하므로 물질의 고유한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그는 "우주·항공·국방 등에 쓰이는 소재 기술은 해외에서 수입이 쉽지 않아, 국가 차원의 독자적인 기술 확보가 필요하다"며 "현재 미국, 일본, 중국, 독일 등은 공중부양장치를 대학에도 전파해 극한환경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극한측정연구는 과학적 신(新)발견을 만들어낼 수 있는 분야이지만 소위 '비인기 종목'이다. 취업이 어렵고, 장비 습득에 오랜 시간이 걸릴 뿐더러 장기간의 기초연구가 필요해서다. 해외는 우주청에서 극한환경 연구가 이뤄지지만, 한국은 이렇다 할 돌파구가 없는 상황이다.
이 박사는 "우리나라는 이 분야 인력과 장비 모두 부족하다"며 "인간활동의 지평을 넓혀가는 우주시대에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려면 극한환경 기술개발에 적극적인 대비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극한측정연구팀은 남들이 안 하는 연구, 못 하는 연구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한다. / 사진=김인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