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사먹어?" 비웃던 보리차 시장 어느덧 700억...눈물겨운 도전기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2022.07.30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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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좌막우]'막상막하'의 순위 다툼을 하고 있는 소비기업들의 '막전막후'를 좌우 살펴가며 들여다 보겠습니다.

일본 코카콜라가 판매하는  '주전자 보리차'(やかんの?茶). /사진=일본 코카콜라일본 코카콜라가 판매하는 '주전자 보리차'(やかんの?茶). /사진=일본 코카콜라


국내에서 판매를 시작한 태양의 원차 주전자차./사진제공=코카콜라국내에서 판매를 시작한 태양의 원차 주전자차./사진제공=코카콜라
얼마전 코카콜라가 보리차와 옥수수차를 출시했습니다. 배우 정유미를 모델로 한 '태양의 원차 주전자차'입니다. 글로벌 1위 음료 브랜드 코카콜라가 차(茶) 판매를 시작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화제가 됐지만 일각에선 일본 제품을 그대로 가져왔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실제로 일본 차 시장은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당류가 포함된 밀크티, 레몬티에서 당류가 없는 전통차로 전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런 기조에서 일본 코카콜라가 지난해부터 판매한 '주전자 보리차'는 주전자로 끓인 보리차라는 레트로 감성으로 일본에서 큰 인기를 누렸습니다. 국내에서 출시한 제품도 일본에서 판매한 주전자 콘셉트를 그대로 가져왔고 옥색 빛깔의 포장도 비슷합니다.



중국이 발효 잎차인 보이차를, 일본이 녹차인 우롱차를 전통차로 내세우는 것처럼 보리차는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차로 알려져 있습니다. 주전자차는 한국의 전통차가 해외에서 인기를 누리자 한국으로 역수출한 사례입니다.

코카콜라가 일본에서 인기를 끈 주전자차를 국내에 들여온 것은 그만큼 국내 보리차 시장이 만만하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2000년 처음 보리차 음료를 내세운 웅진식품의 하늘보리는 20년 넘게 이 분야에서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누가 사먹어?" 비웃던 보리차 시장 어느덧 700억...눈물겨운 도전기
하늘보리는 당시 집에서 마시던 보리차를 집 밖에서도 마실수 있도록 상품화한 첫 RTD(Ready-to-Drink) 제품이지만 출시 초기엔 시장에서 외면을 받았습니다. "집에서 쉽게 끓여먹을 수 있는 보리차를 누가 돈 주고 사먹겠느냐"는게 음료업계의 대체적인 평가였습니다.

내부에서도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당시 웅진음료를 이끌던 조운호 현 하이트진로음료 대표는 "하늘보리 시제품을 경영진에게 선보인 자리에서 '잘한다 잘한다 하니 별짓을 다 하려 한다"는 얘기까지 들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일본 음료시장이 차를 상품화해 급성장시킨 사례를 본 웅진식품은 '아침햇살', '초록매실'에 이어 곡물·전통과실을 활용해 음료시장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실행에 옮깁니다. 생수시장 경쟁이 본격화된 2005년부터 매출이 동반상승하면서 보리차 음료가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시작합니다.


시장이 커지자 외면했던 식음료기업들도 시장에 뛰어듭니다. 역사를 보면 가히 '보리차 시장 도전기'라 불러도 무방할 듯 합니다. 2006년 동서식품이 '보리수'를 출시했고, 롯데칠성음료도 같은해 '오늘의 차 보리'를 만듭니다. 두 회사는 2016년과 2011년에 각각 '맑은티엔 보리차'와 '황금보리'도 내놨지만 시원치않은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지금은 한국콜마가 주인이 된 HK이노엔(구 CJ헬스케어)도 2015년 '새싹보리차'를 출시했다 매각 이슈로 단종한 뒤 지난해 재진출했습니다.

이중에서 지금까지 살아남은 상품은 7%대 점유율을 기록 중인 '새싹보리차'와 3%대 점유율의 '황금보리' 정도입니다. 특히 롯데칠성음료는 올해 '더하다 보리차'를 또 출시했습니다. 눈물겨운 도전이라 할만합니다.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하이트진로음료는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 영업이익은 116% 증가했다고 16일 밝혔다. 생수 중심의 기존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음료(비생수) 사업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린 효과다. 음료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3%, 생수 페트(PET)는 28% 성장을 기록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하이트진료음료의 블랙보리. 2022.5.16/뉴스1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하이트진로음료는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 영업이익은 116% 증가했다고 16일 밝혔다. 생수 중심의 기존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음료(비생수) 사업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린 효과다. 음료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3%, 생수 페트(PET)는 28% 성장을 기록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하이트진료음료의 블랙보리. 2022.5.16/뉴스1
검은색 '블랙보리'를 활용한 건강음료 제품검은색 '블랙보리'를 활용한 건강음료 제품
이런 가운데 2017년 하이트진로음료가 출시한 '블랙보리'는 하늘보리 이후 가장 성공한 상품으로 손꼽힙니다. 블랙보리를 안착시킨 인물은 아이러니하게도 웅진식품에서 하늘보리를 탄생시킨 조운호 대표입니다. 하이트진로그룹이 음료사업 강화를 위해 2017년 영입했습니다. 그는 검정보리가 일반보리에 비해 노화방지 효과가 뛰어나고 식이섬유가 많다는 점에 착안해 상품화에 도전합니다. 그 결과 시장 점유율을 40%까지 올리게 됩니다.

하지만 과도한 마케팅과 판촉비로 수익성이 낮아지는 문제도 발생합니다. 최근에는 이런 활동들이 주춤하면서 올해 기준 27%의 점유율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47%를 기록 중인 하늘보리와는 20%포인트의 격차가 납니다. 현재 보리차 시장은 전년대비 10% 증가한 704억원으로 계속 성장하고 있지만 하늘보리의 독주가 더 공고해지는 모양샙니다.

반면 급성장했던 헛개차 시장은 코로나19 여파로 술자리가 줄어들면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헛개차를 이끄는 광동제약은 옥수수수염차 등을 앞세워 차음료 시장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유독 보리차 분야에선 힘을 못쓴다는 평갑니다. 광동제약은 최근 밀싹보리차를 내세우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 상태입니다.

음료업계는 보리차의 강점으로 '익숙한 맛'을 꼽습니다. 성별이나 나이, 계절에 국한되지 않는 특성이 있어 음용수로 꾸준히 팔리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최근에는 휴대하기 편한 소·중용량 제품에서 가정에서 먹는 대용량 제품으로 소비 비중이 옮겨가는 추세라고 합니다. 가정에서 생수 대신 보리차의 선택이 많아지는 시대가 올 수도 있겠습니다. 음료업계의 보리차 시장 도전기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입니다.

2015년 CJ헬스케어가 선보인 보리 새싹을 차(茶) 음료로 만든 '새싹보리茶'.  '새싹보리茶'는 보리씨앗 파종 후 15cm 정도 자란 국산 보리새싹만을 사용한 차 음료로, 무색소, 무설탕, 무카페인으로 물 대신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제품이다.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2015년 CJ헬스케어가 선보인 보리 새싹을 차(茶) 음료로 만든 '새싹보리茶'. '새싹보리茶'는 보리씨앗 파종 후 15cm 정도 자란 국산 보리새싹만을 사용한 차 음료로, 무색소, 무설탕, 무카페인으로 물 대신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제품이다.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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