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명품 아파트인데, 관리는 잘 되고 있나요?"

머니투데이 배규민 기자 2022.08.0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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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집합건물관리 1위 '우리관리' 노병용 회장

노병용 우리관리 대표이사 회장/사진제공=우리관리노병용 우리관리 대표이사 회장/사진제공=우리관리


"아무리 잘 지어도 관리를 못하면 명품아파트가 될 수 없습니다."



최근 자잿값 인상에 평(3.3㎡)당 공사비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강남권 주요 아파트의 평당 가격은 1억원이 넘는다. 자잿값과 땅값 인상 등에 강남에 지어지는 새 아파트는 더 비싸질 가능성이 높다. 강남 아파트 한 채가 꼬마빌딩 보다 비싼게 현실이지만 아파트 관리는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병용 우리관리 대표이사 회장(사진)은 "아직까지 한국 아파트의 관리체계는 전문적이거나 체계적이지 않은 주먹구구식의 형태가 많다"면서 "건물만 잘 지어서 되는 게 아니라 앞으로는 단기적·장기적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기납부 오류 3억 환급·전기료도 월 750만원씩 낮춰
대형건설사들은 '하이엔드브랜드'를 내세워 명품 아파트를 짓지만 준공 이후 관리는 아파트 입주민들의 몫이다. 관리는 크게 주민들이 직접 관리하는 '자치관리'가 있고 전문회사에 맡겨서 관리 받는 '위탁관리'가 있다.

위탁관리의 경우 주택관리업체에 맡기고 위탁관리수수료를 내는데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6월 기준 우리나라 아파트의 평균 위탁관리수수료는 ㎡당 7원이다. 전용 84㎡ 기준 588원으로 한 가구당 매월 1000원이 안 된다.

노 회장은 "매달 한 가구당 부담하는 수수료는 크지 않지만 전문업체를 고용했을 때 이점은 크다"고 했다.


우리관리는 국내 집합건물관리 1위 업체다. 지난 5월말기준 전국 1310개 단지, 약 93만 가구의 주택을 관리하고 있다. 면적으로는 1억㎡가 넘는다. 디에이치자이개포, 도곡대림아크로빌, 킨텍스꿈에그린, 잠실리센츠 등 국내 대표적인 랜드마크 단지들이 포함돼있다. 의무관리대상 아파트 관리세대 기준 점유율은 전국 9.1%, 수도권 16.2%다.

관리는 흔히 수선유지, 경비, 청소와 같은 매월 관리비로 부과되는 일상의 관리가 있다. 노 회장은 "일상의 관리는 즉 비용이다. 효율적으로 줄일 수 있는 게 가장 좋다"고 말했다. 우리관리는 2010년부터 관리서비스 개선 경진대회를 열어 그 방법을 연구하고 공유 중이다.

실제로 잘못 납부된 전기료를 돌려받고 매월 나가는 전기료를 대폭 낮춘 사례도 있다. 서울 용산구 용산푸르지오써밋의 주거동 관리를 담당하는 우리관리는 2020년부터 업무동 관리를 새로 맡았다. 파견된 우리관리 직원은 업무동의 전기료 고지서를 살피던 중 오류를 발견했다. 한국전력에 관련 문제제기를 하고 4년 동안 과다하게 부과한 전기료 기본요금 3억원을 환급 받아 이자를 포함해 주민들에게 돌려줬다. 전기료 납부 오류를 바로 잡아 이후부터 매월 750만원씩 전기요금을 아꼈다.

우리관리의 가장 큰 경쟁력은 '전문인력'이다. 소속돼 있는 관리소장은 1300여명으로 노 회장이 직접 면접을 보고 공채로 채용한다. 아파트 단지에서 정해진 근무 기간이 끝나면 평가를 하고 다시 면접을 본 후 다른 아파트에 배치한다. 노 회장이 2002년부터 20년 동안 매주 2회씩 면접을 본 관리소장만 2만여명에 달한다.

그는 "이제는 몇 마디만 나눠보면 관리소장으로 됨됨이가 어떨지 감이 온다"면서 "우리관리가 채용한 관리소장은 본사로부터 고용 안정성이 보장되고 체계적인 교육을 받기 때문에 전문성이 있고 각종 비리나 청탁으로부터 자유롭다"고 말했다.

초고층 랜드마크 아파트인데 20년동안 거의 방치…"새 아파트 앞으로 재건축 어려워, 사후관리는 선택 아닌 필수"
일본과 달리 한국이 아파트 관리에 대한 문제의식이 덜한 배경 중에는 '재건축'의 이점 때문이다. 재건축 연한이 돼 새로 지으면 더 쾌적하고 아파트 가격 상승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관리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도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제 새로 지어진 아파트다. 용적률 등 사업성이 나오지 않아 앞으로 재건축은 더 쉽지 않다.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 역시 마찬가지다. 지어진 아파트가 처음 모습대로 잘 유지·관리하는게 더 중요해진 이유다.

우리관리는 지난해 12월부터 강남의 대표적인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 관리를 맡았다. 노 회장은 "초기의 랜드마크격인 주상복합건물이어서 기대를 했는데 20년 동안 너무 관리가 안되고 시설이 낡아서 깜짝 놀랐다"고 토로했다. 그는 "일상적인 관리와 함께 장기수선계획에 따른 관리가 적절히 이뤄져야하는데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노 회장은 청소, 경비, 유지보수와 같은 일상적인 관리 못지않게 '장기수선계획'에 따른 관리도 중요하다고 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장기수선계획에 따라 시설을 교체하거나 보수해야 한다. 입주자대표회의가 직접 장기수선공사의 집행을 결정하고 공사업체를 선정한다. 하지만 아파트 내에 장기수선계획을 체계적으로 짜고 집행할 조직과 전문가가 없는 게 현실로, 주먹구구식으로 장기수선계획에 따른 공사를 진행하면서 리베이트 등이 오고가고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일본은 주택관리업계 시장이 굉장히 크다. 언론에서 업체별로 평점을 매기고 관련 정보를 공유할 정도로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어느 수준까지 관리하느냐는 취향의 문제일 수 있지만 아파트 준공 후 사후관리에 대한 고민과 관심은 필수라는 이야기다.

이어 "이제는 건물만 잘 지어서 되는 게 아니라 공동주택의 장수명화를 위해 관리비 뿐 아니라 장기수선계획에도 입주자와 관련업계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면서 "전문업체를 통해서라도 처음상태 그대로 유지될 수 있도록 단기적·장기적으로 관리하는 계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병용 회장은
△1984년 한양대 건축공학과 졸업 △1984년 1월 삼성물산 입사△1998년 일본 게이오대학 대학원 경영관리연구 석사 △1992년 12월 일본 다이세이건설 파견 △1999년 2월 삼성물산 주택부문 상품개발팀장 △2002년 7월 우리관리 대표이사 회장 △2016년 사단법인 한국주택관리협회 제13대 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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