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호는 극중 배경이 되는 법무법인 한바다의 송무팀 직원이다. ‘인싸’ 기질을 가지고 있으며 로펌 내 여직원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얼굴도 잘생기고 인성도 훈훈한 인물이다. 그의 친절이나 따뜻한 마음은 일부러 만들어낸 것이 아니어서 그는 처음부터 우영우가 자폐인 줄 모르고 호의를 베풀고, 우영우의 계속된 독특한 언행을 흐뭇한 모습으로 지켜봐준다. 봉사도 많이 다니는지 우영우와 함께 있는 모습을 봉사로 착각한 후배의 언행에 우영우에게 많이 미안해한다.

강태호가 ‘봄날의 햇살’을 넘어 시청자들에게 ‘봄날’ 그 자체로 여겨지기까지에는 10년에 걸친 시간이 있었다. 강태오는 ‘배우 그룹’으로 콘셉트가 정해진 ‘서프라이즈’의 멤버였다. 당시 판타지오가 야심차게 기획한 5인조에는 서강준, 공명, 유일, 이태환이 소속돼 있었다. 이들이 처음 등장한 2013년 웹드라마 ‘방과후 복불복’에서 강태오는 다소 우악스럽기도 한 느낌의 ‘후비고 몸짱’ 강태풍 역을 맡았다. 서프라이즈 역시 그룹이었고 멤버의 이미지는 다들 겹치지 않게 나눠야했기에 강태오에게 전해진 미션은 ‘남성다움’이었다.
데뷔를 한지 채 1년이 겨우 넘은 시점에서 강태오는 한국, 베트남 합작 드라마 ‘오늘도 청춘’에 캐스팅된다. 1년의 많은 시기를 베트남 현지 촬영을 해야 하는 쉽지 않은 프로젝트였다. 당시 한류열풍이 불었던 베트남에서 강태오가 연기한 한국 유학생 이준수의 모습은 또 한 번 현지인들의 판타지를 자극했다. ‘여왕의 꽃’ ‘두번째 스무살’ ‘최고의 연인’ ‘당신은 너무합니다’ 등의 작품에 연이어 출연했다.
강태오의 매력이 또 한 번 꽃을 피운 시기는 2019년 방송된 KBS2 ‘조선로코 녹두전’의 차율무 캐릭터였다. 그는 극중 동동주(김소현)를 바라보는 인물로 전녹두(장동윤)와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다. 단순히 해바라기인줄 알았던 그가 훗날 인조반정의 주인공 인조가 되는 능양군이라는 사실은 큰 반전이었다. 그의 다정한 얼굴이 차갑게 식어가는 이른바 ‘흑화’의 장면은 당시 큰 화제가 됐다. 2019년 ‘KBS 연기대상’에서 신인상으로 그 결실을 맺었음은 물론이다.

이준호는 현재 절반이 방송된 드라마에서 우영우를 뒤에서 지켜주는 역할에 충실하고 있지만 극의 후반기가 될 9회부터는 본격적으로 전면에 나서 우영우와 함께 각종 풍파를 견딜 예정이다. 그리고 그가 언젠가 우영우와 함께 이야기했던 진짜 고래를 보는 순간 역시 이 드라마에서 지워지지 않는 명장면으로 남을 것이 분명하다.
이준호는 이 드라마를 끝내고 공교롭게도 군 입대를 하게 된다. 이준호 역을 통해 바짝 끌어올렸던 인지도를 갖고 군 생활을 시작하게 돼 그를 사랑하는 팬들에게는 더욱 큰 여운이 될 것 같다. 하지만 그의 지금은 한 편의 반짝 인기로 얻어진 것이 아니기에 전역 이후 본격적인 배우로서의 ‘2막’을 기대하게 한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자폐라는 춥고 외로운 공간에 갇혀있던 우영우의 영혼이 주변의 따뜻한 도움과 사랑을 통해 조금씩 세상의 봄날로 나서는 과정을 다뤘다. 이 상황에서는 권민우(주종혁)처럼 질시의 시선을 가진 이도 있지만 ‘봄날의 햇살’ 최수연처럼 그 과정을 따뜻하게 봐주는 사람도 있다. 우영우에 대한 배려, 그 종착지에는 ‘봄날’을 온몸으로 구현해놓은 것 같은 강태오의 존재가 있다. 더운 여름, 마음이 추운 사람이 여전히 많은 지금, 강태오의 모습은 우리가 그리는 위안과 안식의 ‘봄날’ 그 모습에 가장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