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왕개미처럼...치고 빠진다" 단타 주의보, 당국도 '경고'

머니투데이 홍재영 기자, 오정은 기자 2022.07.28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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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무상증자 신드롬'④

편집자주 약세장 속 상한가 게임이 뜨겁다. 기존 테마주보다 몇 배 강하다. 주식시장이 워낙 안 좋다 보니 더 두드러진다. 역사적 경험도 무시할 수 없다. 2000년 새롬기술부터 시장이 약하고 어려울 때면 이 테마가 빛을 발했다. 바로 '무상증자'다. 무상증자에 따른 기업가치 변화가 없다는 점을 강조해도 무증 후 폭등을 목격한 투자자들은 불나방처럼 몰린다. 여느 테마주가 그렇듯 끝은 씁쓸한데 돌격을 멈추지 않는다. 금융당국까지 경보음을 울린 '무상증자 신드롬'의 그늘을 짚어본다.

"부산 왕개미처럼...치고 빠진다" 단타 주의보, 당국도 '경고'


코스닥에서 '무상증자 테마주'가 난무하자 회사측에 무상증자를 요구한 뒤 주가가 오르면 단타를 치고 빠지는 '슈퍼개미'까지 등장했다. 금융당국은 기업의 실질가치 변동이 없는데도 무상증자만을 가지고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5일 최근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에서 '무상증자로 돈 버는 법' , '무상증자 유망주 추천' 등 무증 주식에 대한 무분별한 투자권유가 난무하는 현상에 대해 투자자 주의를 당부했다.

장영심 금감원 증권발행제도팀장은 "무상증자는 외부 자본 유입이 없어 실질적으로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며 "무상증자비율이 높은 경우 주가가 일시적으로 상승하기도 하지만 실질적인 기업가치 변동이 없다면 주가가 다시 하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상증자란 이사회결의를 통해 자본잉여금을 자본금 계정에 전입해 자본금을 늘리는 조치다. 이익잉여금이나 주식발행초과금, 자산재평가이익 등의 돈을 자본금 계정으로 이전하는 것으로, 주주의 돈으로 주식대금을 받아 자본금을 늘리는 유상증자와 다르다. 무증은 발행주식수 증가 외에 기업가치에 변화가 없다.

지난 5월부터 무증 테마주가 급등하자 유튜브와 주식 오픈채팅방을 통해 '무상증자로 돈 버는 법, 확률 94.5% 투자법' 등 테마주 투자를 부추기는 투자권유가 급증했다. 특정 종목에 대해 '무상증자 공시 임박'이라고 소문을 퍼트리거나, '무상증자 확률 높은 기업' 리스트를 제시하고 신주 배정비율이 높은 종목을 알려주겠다며 투자를 부추기는 카페도 등장했다.

'무상증자=주가급등' 공식이 성립되자 주식을 미리 사놓고 기업에 무상증자를 요구한 뒤 주가가 오르자 팔아버리는 투자자도 등장했다.


부산에 거주하는 슈퍼개미 김대용씨는 지난달부터 107억원을 들여 신진에스엠 주식을 산 뒤 "경영권 참여와 무상증자 요구"를 공시했다. 하지만 그는 무증 기대감에 주가가 오르자 지난 14일 신진에스엠 주식 전량을 매도하며 11억원을 차익실현하고 떠났다.

3주만에 11억원을 벌어들인 김씨는 또 다른 코스닥 기업 양지사 지분 5.25%를 신규취득하며 "무상증자 및 주식거래 활성화, 기타 주주가치 제고와 자진 상장폐지를 (회사 측에)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22일 양지사는 한국거래소 조회공시에 "무상증자를 검토한 사실이 없으며 계획도 없다"며 무상증자 기대감에 선을 그었다.

전문가들은 호재가 없는 시장 상황이 '무상증자 테마투자'를 부추긴다며 이를 이용해 투자에 나서는 것은 손실의 위험이 크다고 지적한다.

신중호 이베스트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재무제표상 돈을 벌고 있는 회사이거나 실질적으로 주주 환원 정책을 계속 시행해 온 기업들의 경우 무상증자가 호재일 수 있다"면서도 "최근에는 변동성만 일으키고 (수익을 챙긴 뒤) 나가는 시세조종같은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뉴스가 나왔을 때는 주가가 많이 올랐을 가능성이 높다"며 "무상증자를 하는 종목 중 거래량이 별로 없는 종목의 고점에 투자했다가 주가가 크게 하락하고 손해를 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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