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이 속옷을?…90억 손에 쥔 형지엘리트, 좋은사람들 인수 나섰지만…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2022.07.27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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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지엘리트/형지엘리트


형지엘리트가 속옷 사업을 영위하는 좋은사람들 인수전에 나섰다. 형지엘리트는 속옷 사업을 전개한 적이 없어 기존 사업과 시너지보다는 신사업 발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업계에서는 좋은사람들이 전 대표의 횡령 등으로 코스닥 상장 유지조차 위태로운 상황이라 형지엘리트가 신사업 참고 차원에서 인수전에 참가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형지엘리트는 27일 좋은사람들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고 공시했다. 좋은사람들은 '보디가드' '예스' 등의 브랜드를 갖고 있는 1세대 속옷 전문회사다. 형지엘리트는 학생복이 주요 사업이지만 인구 감소에 따라 'SSG랜더스' 등 스포츠상품화 사업에도 뛰어든 상태다. 지난 4월부터는 최병오 형지그룹 회장 장남인 최준호 사장을 이사로 선임하고 사업 다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형지엘리트 관계자는 "신사업 검토 차원에서 좋은사람들 인수전에 참여했다"며 "형지에스콰이어 매각 대금을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형지엘리트는 지난달 자회사 형지에스콰이어 지분 51%를 모회사인 패션그룹형지에 89억7000만원에 매각했다. 형지엘리트는 2015년 에스콰이아를 인수했지만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형지에스콰이아는 2018년까지 영업손실을 내다 2019~2020년 흑자전환했지만 코로나19(COVID-19) 여파 등으로 지난해 다시 적자전환했다. 형지엘리트는 형지에스콰이아 매각으로 패션 사업에 보다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좋은사람들의 사업 가치가 높지 않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좋은사람들은 방송인 주병진씨가 1993년 설립했지만 2008년과 2018년에 주인이 두번 바뀌었다. 특히 2018년 최대주주가 제이에이치W투자조합으로 변경된 뒤 이종현씨가 좋은사람들의 대표직을 맡으면서 회사가 휘청이기 시작했다. 인수 이듬해인 2019년, 좋은사람들은 92억원 연결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2020년과 2021년에는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 현재 이 전 대표는 회삿돈 약 36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3개월의 도주 끝에 검찰에 구속 송치된 상태다. 사내 인력도 대거 빠져나갔다. 2018년 임직원수가 338명이었지만 2021년 말 기준 163명으로 줄었다.



속옷 사업은 진입장벽이 높지 않아 경쟁자가 많다는 점도 문제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속옷 시장규모는 2조619억원으로 전년 대비 2.2% 감소했다. 인구 감소에 속옷 시장 규모도 소폭 감소세가 이어진다. 비와이씨, 쌍방울 등 속옷 전문 기업 외에도 유니클로, 탑텐, 스파오 등 SPA 브랜드가 주요 사업자다. 나이키, 아디다스 등 유명 스포츠웨어 브랜드까지 속옷 라인을 모두 갖추고 있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속옷 상품의 경쟁력은 크게 브랜드 인지도와 기능성으로 나뉜다"며 "원단 개발, 편안한 디자인 등 연구개발(R&D)이 꾸준히 돼야 하는 분야라 좋은사람들 인수가 사업 측면에서 내실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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