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우리은행, 700억 횡령범 13개월간 무단결근도 몰랐다

머니투데이 이용안 기자 2022.07.26 15:44
의견 남기기

글자크기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8일 금융감독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직원들이 건물을 나가고 있다.[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8일 금융감독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직원들이 건물을 나가고 있다.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 우리은행에서 발생한 횡령 사고의 규모가 기존 600억원에서 약 100억원 늘어난 697억원에 달하고 횡령자가 파견간다고 구두로 보고한 후 13개월간 무단결근했던 사실도 제대로 파악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총체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금융당국과 금융업계 공동으로 내부통제 개선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할 계획이지만 사후약방문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8년 동안 8차례 걸쳐 총 700억원 횡령"
금감원은 지난 4월 28일부터 지난달 말까지 실시한 현장검사에 대한 결과내용을 26일 발표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4월 27일 우리은행으로부터 600억원대 횡령이 발생했다는 보고를 받고 다음날부터 현장 검사에 돌입했다.



우리은행 본점 기업개선부 소속 직원 A씨는 8년간 저지른 8회에 걸쳐 697억3000억원을 가로챈 것으로 조사됐다. 금감원에 최초 보고된 횡령 규모보다 100억원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A씨는 2012년 6월 우리은행이 보유하고 있던 한 회사의 출자전환주식 42만9493주(당시 시가 23억5000만원)를 무단 인출했다. A씨는 이 금액을 동생 증권계좌에 넣었다가, 5개월 뒤 주식을 재입고 해 횡령 사실을 숨겼다. 같은 해 10월부터 2018년 6월까지는 우리은행이 채권단을 대표해 관리하던 옛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계약금 614억5000만원을 3회에 걸쳐 빼돌렸다. 2012년 10월에 173억3000만원, 2015년 9월에 148억1000만원, 2018년 6월에 293억1000만원을 횡령했다. 동시에 2014년 8월부터 2020년 6월까지는 우리은행이 채권단을 대표해 관리하던 옛 대우일렉트로닉스의 인천공장 매각 계약금 59억3000만원을 4회에 걸쳐 챙겼다.

13개월간 무단결근 사실도 몰라... "내부통제 미흡 드러나"
금감원은 A씨의 주도면밀한 범죄행위가 횡령의 주 원인이나 사고를 미리 예방할 수 있는 은행의 내부통제 기능이 미흡했다고도 판단했다. 특히 2019년 10월부터는 13개월 동안 파견 허위보고 후 무단결근을 했으나 이 사실도 미리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 조사결과에 따르면 A씨는 구두로 대외기관에 파견을 다녀온다고 보고한 후 출근을 하지 않았다. 통상 직원이 파견을 갈 때는 우선 대외기관으로부터 공문부터 받는다. 당시 A씨에 대해서는 아무런 절차가 진행되지 않았지만, 이에 대한 검토조차 없던 것으로 파악됐다. 파견기관에 대한 확인도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A씨는 해당 대외기관에서 미리 예정돼 있는 회의에는 참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A씨는 한 부서에서만 10년 이상 머물렀지만, 이 기간 중 명령휴가 대상에 한 번도 선정되지 않았다.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은 "무단결근은 금감원 검사과정에서 밝혀졌고, 이전까지 은행은 A씨가 파견을 나갔다고 주장했었다"고 설명했다.

공문, 통장·직인, 문서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은행의 대외 수·발신공문에 대한 내부공람과 전산등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A씨가 공문 위조를 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또 통장·직인 관리자가 분리돼 있지 않아 이를 A씨가 모두 관리했다. 그 결과 A씨는 정식결재 없이 직인을 도용해 예금을 빼돌릴 수 있었다. 8번의 횡령 중 4번은 결재를 받았지만 모두 수기결재 문서인 탓에 전산등록을 하지 않아 결제내용의 진위여부에 대한 사전확인과 사후점검 모두 이뤄지지 못했다. 직인날인 관리도 허술해 출금전표와 대외발송공문의 내용이 결재문서와 달랐음에도 그대로 직인이 날인돼 횡령사고를 발견하지 못했다.


또 옛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몰취계약금이 예치된 은행 자행명의 통장 잔액 변동상황이나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출자전환주식의 실재 여부에 대한 부서내 자점감사도 실시된 적이 없던 것으로 조사됐다. 본부부서 자행명의 통장에서 거액 입출금 거래가 있었음에도, 이상거래 발견 모니터링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사실도 발견됐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검사에서 확인된 사실관계를 기초로 엄밀한 법률검토를 거쳐 A씨와 관련 임직원 등에 법규와 절차에 따라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은 금융위와 함께 향후 은행권 등 금융권에서 거액 금융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금융사고 예방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공동 TF를 구성해 내부통제 개선방안 마련을 추진할 것"이라며 "경영실태평가시 사고예방 내부통제에 대한 평가비중 확대 등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나의 의견 남기기 등록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