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 결재도 'NO'...패션사, 빨라진 트렌드 쫓아 벤처투자 늘린다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2022.07.27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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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프레/코오롱FnC아모프레/코오롱FnC


대형 패션기업이 벤처 투자에 나서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를 쫓아 브랜드를 확장하기 위해서다. 젊은 세대들의 취향이 다변화된 데다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패션 사업이 활황을 보이면서 새로운 시각을 통해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늘리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LF는 최근 LF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하고 금융감독원에 신기술사업금융전문회사로 등록을 추진 중이다. 대표이사로는 조동건 전 디티앤인베스트먼트 부사장을 선임했다. 조 대표는 엠벤처투자, 디티앤인베스트먼트 등에서 헤이딜러·와디즈·모비데이즈 등 투자를 이끈 바 있다. LF인베스트먼트는 패션·뷰티 브랜드 뿐 아니라 e커머스 플랫폼까지 전방위적으로 투자를 고려한다.



LF는 그동안 사내 벤처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브랜드를 발굴했다. 사내 벤처 프로젝트에서는 디자인, 기획, 생산, 영업, 마케팅 등 모든 의사결정이 LF 임원과 대표이사의 결재 없이 이뤄진다. LF는 사내벤처를 통해 2019년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 '던스트'를 출시, 2년 만에 흑자를 냈다. 던스트는 현재 LF의 자회사 '씨티닷츠'가 사업을 전개 중이다. 스타트업처럼 브랜드를 개발한 임직원들에게 이익을 공유하기 위해 던스트를 위한 별도 법인을 설립한 것이다. LF 관계자는 "인베스트먼트가 설립되면 보다 빠르고 다양하게 신규 브랜드, 플랫폼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던스트/LF던스트/LF
코오롱FnC도 사내외 벤처 투자에 열심이다. 지난 6월에는 이례적으로 패션 벤처 기업 KOA(케이오에이)를 100% 인수했다. 케이오에이의 '르 캐시미어' 브랜드는 몽골 산양에게서 저절로 빠지는 털만 걷어내 사용해 동물 친화적 생산 방식으로 유명하다. 29CM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아울렛, 백화점 편집숍 등 오프라인 매장까지 진출해 있다.



코오롱FnC는 2019년부터 사내 벤처로 '프로젝트 사업부'도 운영해왔다. 한 브랜드당 4~5명으로 구성돼 실무와 의사결정에 속도를 냈다. 방송인 조세호와 손잡고 우리나라 남성 평균 키(168~173cm)에 맞춰 만든 남성복 브랜드 '아모프레', 골프 전문 온라인 플랫폼인 '더카트골프' 등이 프로젝트 사업부를 통해 탄생한 주요 브랜드다. 아모프레 청바지는 출시 5일만에 완판됐고, 6개월만에 5차 재주문에 들어갔다. 더카트골프는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골프 패션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착안해 스타일을 큐레이션해주는 플랫폼이다. 말본, 피브비 외에도 악 130개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코오롱FnC 관계자는 "벤처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독립 브랜드로 이전하는 기준은 아직 없다"면서도 "거래액이 급성장하고 있어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더카트골프/코오롱FnC더카트골프/코오롱FnC
영원무역홀딩스는 해외로 눈을 돌렸다. 영원무역홀딩스는 지난 3월 싱가포르에 YOH CVC(기업형 벤처캐피탈)을 설립 후 최근 850억원 규모의 1호 펀드를 론칭했다. 영원무역홀딩스가 CVC를 설립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원무역홀딩스는 국내에서 노스페이스를 판매하는 영원아웃도어의 모회사로 성기학 회장의 차녀인 성래은 씨가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YOH CVC는 브랜드, 친환경 및 특수 소재, 오토메이션(자동화) 분야를 중심으로 미국, 유럽, 동남아 등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영원무역홀딩스 관계자는 "시작은 해외를 대상으로 하지만, 국내 벤처기업들과의 협업 및 투자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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