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복지부장관 낙마와 삼세판

머니투데이 김명룡 바이오부장 2022.07.27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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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도 덜도 없이 꼭 세 판이라는 '삼세판'이란 말이 있다. 두 번 실패하더라도 한번의 기회가 더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바꿔 생각하면 두 번 실패한 이후 맞이하는 세번째가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윤석열 정부의 보건복지부 장관이 딱 '삼세판' 상황이다. 새 정부 출범이후 정호영 전 복지부장관 후보자와 김승희 전 후보자가 모두 낙마했다. 공교롭게도 두 후보자는 각종 의혹에도 버티다 자진사퇴 형식으로 불명예스럽게 물러났다.



인사청문회 없이도 장관을 임명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들은 그러기도 어려울 만큼 여론이 나빴다는 공통점도 있다. 두 후보자가 연이어 낙마하면서 전체 18개 부처 중 장관이 공석인 곳은 복지부 뿐이다.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으로 정호영 전 후보자를 복지부장관 후보자로 내정한 것이 지난 4월초순이다. 복지부장관 인선이 3개월이 넘게 난항을 겪는 동안 코로나19(COVID-19)는 재유행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새 복지부장관 후보자 인선이 왜 늦어지고 있을까? 최근 이유를 짐작할 만한 에피소드가 있었다. "나도 위장전입과 관련한 문제가 있어요. 청문회에서 문제가 될 수 있을거에요." 유력한 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거론됐던 한 인사는 최근 사석에서 청문회에서 문제가 될 흠결이 있어 장관 자리를 고사했다는 식으로 얘기를 했다.

그가 방역전문가로 인정을 받고 있어 코로나19 상황에서 장관으로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란 평가가 많다. 그가 기자에게 말해주진 않았지만 스스로 생각하는 흠결이 단순히 위장전입 만은 아닐 수 있다. 또 가만히 있어도 의대 교수로 존경을 받으며 살 수 있는데 청문회를 통해 자신의 인생사가 까발려지는 장관자리를 굳이 선택할 필요가 없었을 수도 있다.

다른 이들 보다는 올바른 인생을 살아온 것으로 생각되는 그가 장관자리를 고사할 정도면 어느 누구라도 쉽게 장관 후보에 나서기 쉽지 않아 보인다. 대통령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고 한다. 실력이 출중하면 도덕적인 부분이 걸리고, 도덕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없으면 실력이 모자란 경우가 많다는 전언이다.


삼세판의 마지막 판에 몰린 대통령실 입장에선 실력보단 낙마하지 않을 인사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외부인사나 정치인 보다는 관료 출신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단 얘기도 들린다. 이번에 장관임명에 실패할 경우 새 정부가 입을 정치적 타격이 만만치 않아서일 것이다.

방역 컨트럴타워의 공석이 길어지는 사이 코로나19는 이미 재유행 국면에 접어들었다. 석달여만에 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10만명을 넘어설 것이 유력하다. 휴가철 인구이동이 급속히 이뤄지면 다음달엔 하루 확진자수 20만~30만명도 다시 나올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새 정부가 내세운 '과학방역'에 대한 신뢰도 떨어지고 있다. 요양병원 접촉면회 금지라든지 해외 입국자 검역강화 등은 이전 정부가 했던 주먹구구식 대책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부에선 거리두기와 같은 강력한 방역활동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주무부처인 복지부장관의 강한결단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정책에 대한 책임을 질 장관이 부재한 상황에서 강력한 정책이 나올리 없다. 지금 복지부엔 의료인력 문제, 연금개혁, 저출산·고령화 문제 등 해결해야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하지만 아직 장관 인선이란 첫 단추도 꿰지 못하고 있다.

불행하게도 복지부장관의 부재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주는 릴레이 업무보고가 이어지고, 오는 28일엔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도 있다. 그리고 다음주는 윤 대통령이 여름휴가를 간다. 당분간 복지부장관 지명은 어렵단 관측이다. 이대로라면 복지부장관 후보자 지명을 거쳐 8월안에 실제 임명까지 이뤄지기도 쉽지 않을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

대통령실에선 차관급이 대응하면 된다고 반박하고 있다. 복지부장관이 방역의 컨트롤타워가 아니라면, 아니면 장관 없이도 방역정책이 잘 운영된다면 이참에 복지부장관 자리는 없애는 것도 고려해 봐야 할 것이다.
[광화문]복지부장관 낙마와 삼세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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