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인도+호주까지, 금융허브 '싱가포르'서 韓 재보험 뜬다

머니투데이 싱가포르=김세관 기자 2022.07.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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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금융강국 코리아]<9>-①코리안리·삼성화재

동남아+인도+호주까지, 금융허브 '싱가포르'서 韓 재보험 뜬다


싱가포르는 아시아 대표 금융 '허브'다. 외국 자본 직접 투자를 통해 성장한 나라인만큼 낮은 세율과 편리한 생활여건, 투명한 행정절차 등의 이점이 현재의 위상을 가져오는 원동력이 됐다. 무엇보다 대체지였던 홍콩의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과 동남아시아는 물론이고 인도와 오세아니아, 심지어 중동까지 관장할 수 있는 지리적 이점이 금융 허브로서 싱가포르의 장점을 최근들어 더욱 부각시키는 요소가 됐다.

국내 주요 보험사들이 재보험(reinsurance) 법인 혹은 지점을 싱가포르에 설치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금융사를 포함해 다양한 글로벌 업체들이 싱가포르에 거점을 두고 있고, 주변 국가로의 물리적 이동도 용이하다. B2B(기업간 거래) 영업을 하기에 적격이다. 현재 국내 대표 재보험사인 코리안리가 지점을, 삼성화재가 재보험 법인을 설립하고 동남아시아와 인도, 오세아니아 시장을 누비고 있다.



코리안리 1970년대 싱가포르 진출…빠른 의사구조 내세워 공략
동남아+인도+호주까지, 금융허브 '싱가포르'서 韓 재보험 뜬다
싱가포르의 금융 허브 가능성을 보고 일찌감치 둥지를 튼 곳은 코리안리였다. 국영기업 시절이던 1975년 대한손해재보험공사 이름으로 첫 주재사무소를 열었다. 그리고 사무소는 1979년 지점으로 승격됐다. 국가 주도 지점 설치이긴 했지만 세계1위 뮌헨재보험(Munich Re)에 이어 싱가폴에서 가장 오래 활동한 재보험사로 이름을 올렸다.

설립초기에는 싱가포르를 거점삼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등 5개국에서 활동했다. 2009년부터 관할 지역을 넓혀 인도·파키스탄 등 서남아시아와 호주·뉴질랜드 등 오세아니아 시장으로까지 코리안리의 금융 영토가 확장됐다.



다만 동남아시아는 2010년대까지는 보험에 대한 인식이 크지 않았다. 재보험 뿐만 아니라 원보험에 대한 필요성도 높지 않은 분위기였다. 이에 따라 2000년대 코리안리 싱가포르 지점의 연 매출도 1000만~3000만SGD(싱가포르 달러, 약 100~300억원) 수준이었다.

2011년 태국에서 발생했던 대홍수가 전환점이 됐다. 인명 피해 뿐만 아니라 강가에 형성됐던 산업단지들이 대부분 침수돼 당시 국가적으로 약 50억달러(약 6조원)에 달하는 재산피해가 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에 대한 수요가 커졌고, 싱가포르에 진출해 있던 재보험사들의 실적도 증가했다. 지난해 코리안리 싱가포르 지점의 매출은 10년전에 비해 최대 10배 넘게 성장한 1억2600만SGD(약 1100억원)를 기록했다.

코리안리는 스위스재보험과 뮌헨재보험 등 글로벌 재보험사와 비교해 자본력이 크거나 영업 네트워크가 넓진 않다. 하지만 이들보다 빠른 의사구조를 내세워 동남아 재보험 시장을 지속 공략하는 상황이다.


삼성화재 2011년 재보험 동남아 재보험 시장 공략위해 싱가포르에 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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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험의 성장 가능성이 높아진 2011년 국내 1위 손해보험사인 삼성화재도 아시아 재보험 시장 공략과 네트워크 확보를 위해 싱가포르에 둥지를 틀고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코리안리와 마찬가지로 동남아시아와 인도, 오세아니아에서의 재보험 영업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화재 싱가포르법인은 중동 지역 재보험 시장까지 관장한다.

손보사인 삼성화재이지만 국내에서도 일부 재보험 관련 사업 모델을 구축해 영업을 하고 있다. 싱가포르 지점에 파견된 삼성화재 직원들은 국내에서 삼성화재라는 타이틀을 달고 재보험 업무를 지속적으로 해왔던 '스페셜리스트'들이다. 삼성화재 싱가포르법인 설립초기부터 함께한 경험과 로열티를 갖춘 현지 직원들이 함께 세계 유수 재보험사들과 경쟁하며 존재감을 과시 중이다.

실적도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추세다. 설립초기 662억원이었던 삼성화재 싱가포르법인 매출은 2020년 863억원에서 지난해 1035억원으로 뛰었다.

코리안리와 삼성화재 외에도 현대해상이 중개법인(Broker) 형태로 싱가포르 재보험 시장에 진출해 있다. 2011년 현지 업체와 합작 법인을 설립하고 2016년 독자법인으로 전환했다. 지난해 기준 매출은 약 23억원 수준이다.

코리안리 싱가포르 지점 관계자는 "싱가포르에는 많은 우수 대한민국 인재들이 진출해 역량을 발휘해 인정받고 있다'며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현지에서 대한민국 보험인들이 국가와 회사를 대표해 고군분투 중"이라고 말했다.

느리지만 디지털 서비스 구축 모색…"배우려는 자세로"
B2B(기업 대 기업) 사업 모델을 가진 특성상 싱가포르 진출 국내 재보험사들의 디지털 서비스 도입과 진행은 다소 느린 편이다. 다만 내부 업무의 DT(디지털전환)와 경쟁사 동향에 관심을 갖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하며 디지털 서비스 관련 글로벌 스탠다드(국제 표준)에 부합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 중이다.

코리안리 싱가포르지점의 경우는 DT에 신경쓰는 모습이다. 2016년부터 태블릿PC 등을 활용한 페이퍼리스(paperless) 회의 체계를 구축했고, 2019년부터는 가상화 업무 시스템을 도입해 본사와 지점간 시간차 없는 소통 체계를 갖췄다. 코로나19(COVID-19)라는 유래없는 글로벌 감염병 확산 시기에도 업무 효율성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삼성화재 싱가포르법인은 최근 글로벌 보험업계의 이슈로 부상한 사이버리스크에 대응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랜섬웨어나 디도스 공격에 의한 피해 발생 보장을 글로벌 재보험사들이 어떤 방식으로 산정하는 지를 관찰하며, 벤치마킹 여부를 검토 중이다.

삼성화재 싱가포르법인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1위지만 글로벌에서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아 디지털 서비스도 선도를 하겠다는 욕심보단 배우려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며 "싱가포르가 아시아 재보험의 허브인만큼 글로벌 시장 동향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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