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건수 DSC인베스트먼트 대표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2012년 출범한 벤처캐피탈(VC) DSC인베스트먼트 (3,745원 ▲10 +0.27%)가 올해로 설립 10년차를 맞았다. 펀드 조달을 지원해줄 모그룹이 없는 독립계 VC지만 직방, 무신사, 컬리, 두나무 등 수많은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을 초기에 발굴해 투자하면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투자 포트폴리오는 지난해 말 기준 217곳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연간 2500억원을 신규투자하면서 투자규모로 톱5 VC의 반열에 들기도 했다.
그런 윤 대표가 최근 투자 포트폴리오사에 누차 조언하는 말이 있다고 한다. "지금은 밸류를 고집하지 말아야 한다"는 조언이다. 윤 대표는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도 이를 누차 강조했다.
특히 지난해까지만 해도 통용됐던 'PDR(Price Dream Ratio·주가 꿈 비율)'을 더이상 적용시키기 어렵다고 했다. 윤 대표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막대한 유동성이 있어 PDR, 즉 성장성을 보면서 투자할 수 있었다"며 "그러나 이제 버블이 가라앉으면서 PDR은 PPR(Price Profit Ratio·주가 이윤 비율)로 대체되고 있다"고 했다. 스타트업들이 꿈, 성장성을 증명하고 실적을 내서 밸류를 증명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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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당장 이윤을 발생시키기 어려운 스타트업들은 어떻게 할까. 윤 대표는 스타트업들이 과거의 밸류를 고집하지 말고 일단 자금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가 지난해 받았던 밸류, 동종업계 밸류 등은 깡그리 무시해야 한다"며 "20~30% 수준으로 밸류를 낮출 각오까지 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밸류를 낮춰서라도 빨리 투자금을 확보하고 사업실적을 내야 밸류를 빠르게 회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윤건수 DSC인베스트먼트 대표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윤 대표는 "그래도 상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컬리의 사업 유지와 성장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자금확보가 필수적인 만큼 밸류에 연연하지 말고 자금부터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윤 대표는 "(기존 투자자인)DSC는 컬리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 믿는다"며 "이에 컬리가 당장 밸류가 낮아지더라도 상장 후 꿈을 검증하고 제대로 된 밸류를 평가받을 때까지 2년 정도 회수하지 않는 방식으로 승부를 걸었다"고 말했다.
연기금 등 VC 펀드에 출자하는 LP(유한책임조합원)들에게는 "지금이야말로 투자할 때"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LP들은 최근 재원부족, 투자시장 위축 등을 이유로 출자 규모를 줄여가고 있다. 그러나 벤처투자의 입장에서는 지금이 오히려 적기라는 게 윤 대표의 판단이다.
윤 대표는 "투자에는 크게 두 가지지의 리스크가 있다. 하나는 적정 밸류 판단이고, 또 하나는 기업에 대한 심사를 꼼꼼히 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지금은 자연스럽게 모든 기업들의 밸류가 낮아지고 있고 시장위축으로 심사할 수 있는 시간은 더욱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벤처투자처럼 장기투자를 할 것이라면 지금 시황을 보는 건 말이 안 된다"며 "4~5년 장기투자를 한다면 지금이 가장 적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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