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NO라 답해야"…中 '칩4 동맹' 한국만 문제 삼는 이유

머니투데이 오문영 기자 2022.07.25 17:10
글자크기
지난달 29일 오후(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이페마 국제회의장에서 한미일 정상회담 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대통령실 제공)지난달 29일 오후(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이페마 국제회의장에서 한미일 정상회담 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대통령실 제공)


"한국은 미국의 위협에 맞서 'NO'(노)라고 말할 용기를 내야 한다." (중국 환구시보 21일자 논평)

미국이 한국·미국·일본·대만의 4개국 반도체 공급망 동맹인 '칩4'를 추진하면서 중국의 견제구가 한국에 쏠린다. 중국 관영매체인 글로벌타임즈(환구시보 영어판)와 환구시보가 지난주부터 잇따라 한국의 칩4 참여를 견제하는 기사와 논평을 내면서 선봉에 섰다. 중국 정부 당국 역시 부처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한국의 참여를 반대하는 견해를 피력했다. 중국이 유독 한국만 문제 삼으면서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들은 중국이 한국의 칩4 참여를 두고 거세게 반대하는 배경에 메모리반도체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빼고선 중국이 '2025년 반도체 자급률 70%'라는 목표를 달성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반도체업체 한 임원은 25일 "일본과 대만은 미국의 우방국 성격이 짙다는 이유도 있지만 중국이 반도체 굴기(일어섬)를 이루는 데 한국의 역할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라며 "현재 한중간 기술 격차가 커 메모리반도체를 한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한국이 강점을 보이는 메모리반도체보다는 시스템반도체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화웨이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의 경우 반도체 설계 능력이 글로벌 최정상급으로 평가 받는다. 파운드리 부문에서 중국 1위 업체인 SMIC는 2019년 14㎚(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공정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선두권 업체인 삼성전자나 TSMC과 비교하면 최소 2년 뒤쳐진 것으로 추정되지만 자국 내 수요를 중심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14나노 공정 기술은 스마트폰 핵심 부품인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를 제외한 모든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수준으로 평가 받는다.



반면 메모리 시장에서의 선두 추격은 시스템반도체만 못하다. 특히 D램 시장에서 중국은 번번이 좌절을 맛봤다. 2017년 D램 사업 진출을 선언했던 칭화유니그룹은 과도한 투자 여파로 지난해 파산 위기에 처하면서 D램 사업을 포기했다. 또다른 업체 푸젠진화는 미국 마이크론 기술 도용 문제로 2019년 프로젝트를 중지했다.

D램 시장은 사실 삼성전자, SK하아닉스와 함께 미국 마이크론이 3강 체제를 굳힌 시장이라 중국 입장에서 한국 외에는 대체 가능한 국가가 없는 분야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 세계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합산 점유율은 94.3%에 달했다. 중국이 대규모 투자에도 불구하고 연이어 실패한 데서도 드러나듯 메모리반도체 기술 격차를 단기간에 따라잡기 어렵다는 점도 중국이 한국을 놓히지 않으려는 이유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 입장에선 미국과 중국의 압박을 동시에 견뎌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정부가 자동차, 철강 등 다른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물론 외교·안보 문제까지 고려해 판단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