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업계에선 테마성으로 원숭이두창 관련주로 묶이는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락하는 걸 경계하는 눈치다. 바이오 산업에 대한 가치가 희석됨과 동시에 투자자들의 손실도 크게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들은 원숭이두창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자 테마주로 묶였다. 이날도 지난23일(현지시간) WHO(세계보건기구)가 원숭이두창에 대해 '공중보건상 비상사태'(PHEIC)를 선포한 소식이 전해지자 일제히 장 초반 상승세를 보였으나 이후 종목마다 차별화된 모습을 나타냈다.
다른 종목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차백신연구소도 원숭이두창이 처음 발병한 지난 5월9일 7200원이었던 주가가 6월22일 1만450원까지 뛰었으나 이후 7월4일 5950원까지 떨어졌다. 고점 대비 -43.06% 하락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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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원숭이두창 백신 개발…HK이노엔 1곳 뿐하지만 실제 원숭이두창 관련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을 하는 기업들은 많지 않다. HK이노엔 한 곳만 원숭이두창 백신 개발 및 허가에 나서고 있다.
HK이노엔은 기존의 2세대 두창 백신과 개발 중인 3세대 두창 백신을 원숭이두창 백신으로도 쓸 수 있도록 관련 정부 부처들과 협의하고 있다. 3세대 두창 백신은 투약 편의성을 개선하고 면역 저하자도 맞을 수 있도록 개발한 것이나 아직 비임상 단계다.
HK이노엔 관계자는 "원숭이두창이 발발하면서 정부 테러 대책용이었던 2세대 두창 백신을 일반 치료 목적으로 쓸 수 있도록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머지 기업인 차백신연구소, 녹십자엠에스, 파미셀 등은 실제 원숭이두창 백신, 치료제 개발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 녹십자엠에스의 경우 과거 두창 백신을 연구한 이력이 있다고 알려지며 주목을 받았으나 실제론 GC녹십자가 해당 연구를 진행했고 현재 추가 개발 혹은 연구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단 부문에선 씨젠 (21,900원 ▼300 -1.35%)이 최근 원숭이두창만을 잡아낼 수 있는 연구용 진단시약 개발에 성공했고 미코바이오메드는 원숭이두창을 검출할 수 있는 PCR(유전자 증폭) 기술을 갖고 있다.
지난 2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안내판에 원숭이두창 감염병 주의 안내문이 표시되고 있다/사진=뉴스1 제공
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원숭이두창 백신, 치료제 개발과 관계없는 기업들에 투자자금이 몰리는 건 위험하다고 본다"며 "전세계 확진자 규모나 원숭이두창 백신 개발 현황 등을 면밀히 파악하는 등 투자자들의 옥석 가리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테마성으로 주가가 단기적으로 급등락하는 바이오 기업들의 투자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질적으로 원숭이두창 치료제, 백신 혹은 진단키트에 대한 국내 수요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실적 개선까지 나아가기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서다.
이지수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관련 수요가 많다면 원숭이두창 백신이나 진단키트 등을 개발하는 기업들의 실적에는 기여될 수 있는 건 사실이나 현재로선 이를 기대하기 힘들다"며 "몇몇 기업들이 테마성으로 주가가 단기적으로 올랐으나 다시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