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1% 더 뛰면 1년 뒤 연봉 0.4% 더 오른다"-한은

머니투데이 유효송 기자 2022.07.25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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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상추를 비롯한 채소들이 진열되어 있다/사진=뉴스1지난 17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상추를 비롯한 채소들이 진열되어 있다/사진=뉴스1


최근 소비자물가가 높은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물가 상승이 임금을 밀어올리고, 임금이 다시 물가 상승을 자극하는 '물가-임금 상호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물가와 임금 사이에 악순환이 이어지면 1990년대와 같은 고(高)물가 상황이 고착화할 수 있는 만큼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은은 25일 발표한 '우리나라 물가-임금 관계 점검' 보고서에서 "물가 오름세가 높아진 상황에서 기대인플레이션이 불안하면 물가와 임금 간 상호작용이 강화되면서 고물가 상황이 고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지금과 같이 물가 상승세가 가파른 고인플레이션 국면에서는 물가와 임금 간 상호작용이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한은이 분석한 결과 물가와 임금 상승률은 1년 정도 가량 시간 차이를 두고 상호 영향을 주고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포인트(p) 오르면 임금 상승률은 1년(4분기)의 시차를 두고 0.3~0.4%포인트가량 높아졌다. 역으로 임금이 1%포인트 상승하면 4~6분기 이후 인건비 비중이 높은 개인 서비스를 중심으로 물가가 0.2%포인트 상승했다. 다만 인건비 비중이 낮고 글로벌 경쟁이 심한 제조업의 경우 임금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다.

이같은 물가와 임금 상호작용은 지금과 같은 고(高)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물가 상승세가 크지 않았던 2000년대에는 임금 상승이 물가에 주는 영향이 거의 없었지만 물가와 임금 상승률이 가팔랐던 1990년대에는 임금 상승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파급 효과가 더 컸다는 것이다.



결국 최근과 같이 물가 오름세가 높아진 상황에서 기대인플레이션이 불안해질 경우 물가-임금 간 상호작용이 강화될 수 있고, 이어 고물가 상황이 고착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가가 오르면 일반인들의 물가 상승 기대감을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도 높아지고, 임금 상승을 통해 실제 물가가 상승하면 이는 다시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연결되면서 다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의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지난달 3.9%로 10년 2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 13일 사상 첫 기준금리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밟은 뒤 기자간담회에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확산되고 물가와 임금 간 상호작용이 강해져 고물가가 고착화하는 상황을 막기 위한 선제 조치"라고 배경을 밝힌 바 있다.

한은 관계자는 "지금처럼 물가 오름세가 크게 높아진 상황에서는 기대인플레이션이 불안해질 경우 물가와 임금 간 상호작용이 강화되면서 고물가 상황이 고착될 수 있다"며 "이를 선제적으로 방지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정책 대응을 통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의 확산을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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