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작 가능성을 처음 제기한 사람은 미국 밴더빌트대학교의 매튜 슈래그(Matthew Schrag) 교수다. 그는 '카사바 사이언스(Cassava Sciences)'가 개발 중인 치매 치료제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의심을 품고 지난해 8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후 조사 과정에서 문제가 된 논문이 조작된 데이터와 이미지를 사용했다는 게 밝혀졌고, 다수 과학자가 이를 증언했다는 게 사이언스 보도의 핵심이다.
이에 카사바 사이언스뿐만 아니라 수많은 국내외 제약사가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을 표적하는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개발해왔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지난해 이 가설에 근거한 연구에 3억 달러(3930억원) 예산을 측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 논문의 조작이 사실이라면 아밀로이드베타 가설에 근거해 시간과 돈을 투자했던 제약업계에 큰 피해가 예상된다. 실제로 최근 글로벌 제약사의 치매 치료제 개발 성적은 좋지 않았다.
아밀로이드베타 플라크 제거 기전으로 처음 승인받은 치매 치료제 '아두카누맙'은 허가 이후에도 유효성 논란을 일으켰다. 개발사 바이오젠이 약가를 50%까지 낮추는 등 노력했지만 끝내 아두카누맙은 미국 보험 적용에서 제외됐다.
일라이릴리의 '솔라네주맙'은 지난 2016년 임상 3상에 실패해 일찌감치 개발이 중단됐다. 최근에는 로슈가 자사의 알츠하이머 치료제 후보물질 '크레네주맙'이 임상 3상 1차 평가지수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바이오젠의 '레카네맙', 일라이릴리의 '도나네맙', 로슈의 '간테네루맙'은 올해 하반기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모두 아밀로이드베타 기전의 약으로 향후 이들 치료제의 성공 여부가 논문 조작 의혹 진실 공방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아리바이오의 후보물질 'AR1001'은 아밀로이드베타뿐만 아니라 타우(Tau) 단백질을 표적해 제거하고, 신경세포 시냅스 형성을 늘리는 등 여러 기전으로 치매를 공략한다. 젬백스앤카엘의 'GV1001'도 다중기전 치료제로 알려졌다. 메디프론의 'MDR-1339'와 'MDR-1703'은 아밀로이드베타 독소를 표적하지만 회사는 이 외에도 타우 독소를 공략하는 후보물질을 개발하는 등 파이프라인을 다양화했다.
아밀로이드베타 가설이 완전히 사장된 건 아니라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이번에 논란이 된 2006년도 논문은 '아밀로이드베타*56'라는 단백질의 존재를 다룬다. 하지만 알츠하이머 임상에서 주로 연구하거나 타깃하는 단백질 그룹은 '아밀로이드베타 1-40 및 1-42'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논문 사건에서 문제가 된 단백질 그룹이 '*56'이므로 아밀로이드베타 가설이나 지금까지 나온 알츠하이머 연구를 전부 부정하는 건 과장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