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이에 따라 이달 말부터 한국과 미국 간 기준금리 역전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시장 예상대로 움직일 경우 기준금리는 현재 1.5~1.75%에서 2.25~2.5%로 오른다. 현재 한국의 기준금리(2.25%)보다 0∼0.25%포인트 높은 것으로, 미국이 코로나19(COVID-19) 대응을 위해 제로금리를 택했던 2020년 3월 이후 2년 4개월만에 처음으로 한·미 기준금리가 뒤바뀐다.
한은이 다음달 현재 연 2.25%인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더라도 한미 금리는 동률이 된 지 한 달만에 역전될 가능성이 크다. 한은은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3%까지 올리겠다는 통화정책 방향을 시사했지만 미국의 보폭에는 못 미치는 만큼 기준금리 역전 상태가 이어질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문제는 한미 금리 역전으로 달러화 자산 유출과 원/달러 환율 추가 상승 등 국내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을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을 추월하게 되면 국내에 투자했던 외국 자본이 고수익을 찾아 미국 등으로 투자금을 빼간다. 달러와 대비 원화 가치는 이미 약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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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에 따르면 일평균 원/달러 환율은 지난 5월 1268.4원에서 6월 중 1280.8원으로 12.4원 뛰면서 지난달 거주자외화예금이 한달 만에 21억1000만달러 감소했다. 외환당국이 원/달러 환율 방어를 위해 달러화 매도 개입 등을 단행하면서 지난달 말 기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도 4382억8000만달러로 한달만에 94억3000만달러 줄어들었다.
최제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에 경제위기가 아닌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돌파한 적이 없기 때문에 현재 환율 레벨은 다소 이례적"이라며 "하반기에도 지정학적 리스크(위험)가 여전하고 물가와 통화정책, 경기침체를 둘러싼 논란이 쉽게 가라앉기는 어려워 원/달러 환율은 높은 변동성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은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재 달러화 강세 현상은 미국의 긴축 행보에 따른 것이고 이는 우리뿐 아니라 다른 국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며 "한국은 비교적 견고한 경제 체질을 갖춰 우리나라에서만 자금이 빠져나갈 것이라고 바라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환율 상승은 곧 수입품 가격을 올리면서 물가를 뛰게 만드는 주범으로 작용한다. 한은은 지난 6월 통화정책신용보고서에서 원/달러 환율이 1% 오를 때마다 물가상승률은 0.06%포인트 상승한다고 분석했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3개월(2분기) 연속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3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는 금융위기였던 2008년 6~9월 이후 14년 만이다.
그렇다고 한은이 미 연준처럼 큰 폭으로 금리를 올릴 수도 없다. 세계 경기 둔화 가능성 등이 커지고 있어서다. IMF(국제통화기금)는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1월 4.4%에서 지난 4월 3.6%로 내렸고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도 3.0%에서 2.5%로 하향 조정했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한미 기준금리 역전 현상은 앞으로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그 자체만으로 자본유출이 일어난다고 보기에는 어렵다"면서도 "정부가 적극적인 세 부담 완화, 규제 개혁 등에 나서서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는 점을 증명해내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