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에 공황장애'…청년이 찾은 해답은 '산에서 쓰레기 줍기'

머니투데이 양윤우 기자 2022.07.25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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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터뷰 : ZZINTERVIEW]22-④플로깅 단체 '서울 하이킹'의 박상준씨

편집자주 '찐'한 삶을 살고 있는 '찐'한 사람들을 인터뷰합니다. 유명한 사람이든, 무명의 사람이든 누구든 '찐'하게 만나겠습니다. '찐터뷰'의 모든 기사는 일체의 협찬 및 광고 없이 작성됩니다.

'서울 하이킹'의 박상준씨/사진=박상준 제공'서울 하이킹'의 박상준씨/사진=박상준 제공


산에 가면 정신이 맑아진다. 산에서 쓰레기를 줍는 활동을 하면 세상도 맑아진다.

플로깅 단체 '서울 하이킹'의 운영자 박상준씨(34세)는 지난 6일 '찐터뷰'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플로깅 시작 계기는 '직장 내 스트레스'였다고 밝혔다. 플로깅은 조깅을 하듯이 쓰레기를 줍는 활동을 의미한다. '직장 내 스트레스'의 해답이 '쓰레기 줍기'였다니.

연결고리는 '산'이었다. 박씨는 "25살 때 한 회사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는데, 주말에도 업무 전화가 오더라"며 "공황장애가 올 정도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등산을 시작했다. 산이 좋아서 등산을 하다가, 쓰레기를 하나, 둘 줍다보니 일이 점점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등산 경험을 블로그에 올리자 많은 사람이 등산을 같이 하자고 하더라. 그래서 등산 모임을 만들었다"며 "코로나19가 시작할 때였던 2020년 2월부터 이벤트성으로 모임원들과 플로깅을 했다. 그게 지금까지 이어져 환경 캠페인 단체(서울 하이킹)가 됐다"고 말했다.

쓰레기를 줍는 것은 사회적 활동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플로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다. 플로깅을 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할 필요가 없다. 나에게 도움이 되고, 내가 즐길 수 있는 취미가 될 수 있어야 한다. 박씨의 사례는 이런 점을 분명히 보여주는 듯 했다.



박씨는 플로깅에 그 누구보다 진심이다. 직장을 다니면서도 '서울 하이킹'의 운영자로 활동한다. 핵심 철학은 '흔적 없는 삶'(Leave No Trace)을 통한 환경보호. 그는 "플로깅을 하며 철학이 맞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서 액티브 회원이 200~300명까지 생겼다"고 언급했다.
플로깅 활동을 하고 있는 박상준씨/사진=박상준 블로그 캡처플로깅 활동을 하고 있는 박상준씨/사진=박상준 블로그 캡처
플로깅을 한 횟수는 50회가 넘는다. 지금까지의 플로깅 일지를 블로그에 남겨놓기도 했다. 블로그를 보면 지난 6월 설악산에서는 우연히 처음 만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플로깅 동참을 권유한 일 등이 기록돼 있다. 그렇게 한동안 외국인들과 함께 설악산 쓰레기 줍기를 했었다고.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은 환경 문제의 궁극적 대안이 될 수는 없다. 쓰레기 배출 자체를 줄이는 게 목표가 돼야 한다. 박씨 역시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 플로깅을 통해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은 후 쓰레기를 많이 안 만들기 위한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것.

그런 측면에서 박씨는 '캠페인'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그가 블로그에 자신의 플로깅 일지를 남겨놓는 이유이기도 하다. '서울 하이킹'은 쓰레기 배출 축소라는 궁극적 목표를 위한 활동 역시 하고 있다. 관악구와 함께 탄소 중립 캠페인에 나서기도 했다.


박씨는 "산에는 엄청나게 다양한 쓰레기가 있다. 그중에서 가장 황당할 정도로 많은 건 담배꽁초"라며 "담배꽁초를 모아서 정크아트처럼 만들어보는 걸 기획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한테도 쓰레기 문제를 알리자는 차원에서 캠페인을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사람들이 환경을 파괴하고 싶어서 쓰레기를 버리는 게 아니라 관심이 없어서 그렇다"며 "의식적인 부분은 캠페인을 통해 충분히 활성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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