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3남, 23년만에 경영복귀...계열분리 신호탄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2022.07.2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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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익 메가마트 대표이사신동익 메가마트 대표이사


농심 3남, 23년만에 경영복귀...계열분리 신호탄
고(故) 신춘호 농심 (380,000원 ▲500 +0.13%) 명예회장의 삼남 신동익 부회장이 농심 계열 메가마트의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리며 경영에 복귀했다. 업계는 올해 대기업 집단에 포함된 농심이 형제간 계열분리를 통해 대기업 지위를 벗어나기 위한 작업에 착수한 것 아니냐고 해석한다. 대기업에서 벗어나면 내부거래나 일감몰아주기 등의 규제를 피할 수 있게 된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동익 부회장은 지난달부터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유통전문회사 메가마트의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메가마트가 오너 경영으로 전환된 것은 1999년 이후 23년 만이다. 임기가 내년 11월까지였던 김경조 대표는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메가마트는 1975년 부산 소재 동양체인을 인수한 후 '농심가'로 이름을 바꾼 후 2000년대 들어 현재의 상호를 쓰고 있다. 현재 메가마켓을 포함해 전국 17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부산 등 경남권을 중심으로 한 대형마트 브랜드로 식자재 유통을 핵심사업으로 한다.
재계에선 신동익 부회장의 전면등판을 농심그룹으로의 계열분리 수순으로 본다. 오너경영이 계열분리에 필수적인 요건은 아니지만 계열분리 이후 오너가 주도하는 새판짜기가 용이하다는 해석이다.



농심이 처한 상황 볼 때도 계열분리는 당연한 수순이라는게 업계의 판단이다. 25개 계열사를 거느린 농심그룹은 신춘호 명예회장이 작고한 지 1년여만인 지난 5월부터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 집단)에 포함됐다. 농심이 대기업에 포함된 것은 2008년 자산기준이 2조원에서 5조원으로 상향된 후 14년 만이다. 농심은 지난해 자산총액이 5조500억원으로 기준을 불과 500억원 초과했다.

대기업 집단에 포함되면서 농심은 내부거래와 일감몰아주기(사익편취) 같은 규제를 받는다. 농심그룹은 율촌화학 (34,350원 ▲650 +1.93%), 태경농산 등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또 M&A(인수합병)나 합작사 설립, 전략적 제휴 등 투자과정에서 공정위를 비롯한 당국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업계에선 농심이 대기업집단에 포함되면서 수직계열화 효과가 반감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규제를 피하려면 계열분리가 가장 현실적이다. 현재 그룹의 중심인 농심과 핵심 자회사 태경농산은 장남 신동원 회장, 포장재를 만드는 율촌화학은 차남 신동윤 부회장 중심으로 운영한다.


신동익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메가마트는 호텔농심, 엔디에스, 농심캐피탈 등을 거느리고 있다. 메가마트의 연결기준 자산은 지난해말 기준 8875억원이다. 이 자산이 분리되면 농심그룹은 대기업 지위에서 벗어날 수 있다. 지분관계는 비교적 간단하다. 신동익 부회장이 메가마트 지분 56%를 보유하고 있고 다른 형제가 직접 보유한 지분은 없다. 자회사 엔디에스의 신동원 회장 15%, 신동윤 부회장 11%의 지분을 정리하면 계열분리가 가능한 구조다.

메가마트의 오너경영과 관련해 농심그룹 측은 계열분리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농심그룹 관계자는 "오프라인 유통매장이 정체시기를 겪으면서 오너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계열분리는 논의한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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