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과 비금융의 경계가 사라진 '빅 블러'(Big blur) 시대를 맞아 레거시(전통) 금융사들 사이에선 데이터·플랫폼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규제 혁신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컸다. 금융산업 육성을 기치로 내건 윤석열 정부 출범을 전후해 업계가 정책 건의안을 마련해 직간접적으로 정치권과 정부에 전달한 배경이다.
자회사 업종 제한을 푸는 금산분리 규제가 완화되면 은행들은 사용자환경(UI/UX) 디자인 회사, 부동산 등 생활서비스 업체는 물론 소프트웨어나 디지널 인식기술 기업 등 비금융 자회사 인수가 가능해 진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해 각각 영위하는 알뜰폰(리브엠), 배달앱(땡겨요) 사업 등도 부수업무로 인정받아 금융지주 자회사로 둘 수 있다.
보험사들도 다양한 산업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투자 가치가 있는 게임사나 연예기획사를 보유하거나 보험과 연계된 사업모델 구축을 위한 AI(인공지능) 플랫폼 자회사, 흑은 건강관리 자회사 등의 회사 운영도 가능해 질 수 있다. 금융그룹 내 1사 1라이선스 규제 완화도 실현될 지 주목된다. '1사 1라이선스'는 1개의 금융그룹이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각각 1개만 둘 수 있게 한 제도다.
금융당국이 혁신적인 금융 신산업 육성을 위해 금산분리 등 규제 혁신의 닻을 올렸지만 향후 논의 과정에서 관련업계간 이해상충 문제나 여론 추이 등을 눈여겨 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중소 알뜰폰 업체나 배달앱 업계의 반발처럼 금융회사의 비금융 사업 진출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갈등이 노정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김 위원장은 "규제개혁을 하다 보면 업계간 이해가 상충되거나 새로운 유형의 위험이 생길 수 있다"며 "논의 과정에서 국민적 합의가 되는 방식으로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