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연구는 2만4000여명을 대상으로 4년간 진행된다. 이미 암에 걸린 환자들과 암에 걸리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 사람들의 혈액 샘플을 이용해 해당 진단 기술을 검증하게 된다. 유방 X선 촬영 같은 표준 암 진단법과 혈액 진단법으로 검사 받는 그룹, 그리고 일반적인 건강 검진만 받는 그룹으로 조사군을 나눈 후속 임상도 진행된다.
혈액을 이용한 암 진단법은 '액체생체검사(액체생검)'로 통한다. 병변 부위의 조직을 떼어 내 진단하는 조직생체검사(조직생검)과 비교해 장점이 많다. 조직생검의 경우 환자가 고통스러울 뿐만 아니라 환자 상태에 따라 해당 방식의 검사를 진행하지 못할 때도 있다. 반면 액체생검은 조직 절제 부담이 없는데다 혈액만 채취하면 되기에 시간 소모도 적고 모든 부위의 조직을 검사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마크로젠 (20,100원 ▼100 -0.50%), 지니너스 (2,495원 ▼25 -0.99%), EDGC 등이 액체생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유전체분석 시장점유율 1위 마크로젠은 2017년 액체생검 서비스를 시작했고 지니너스는 2019년 액체생검 염기서열 분석 플랫폼 '리퀴드스캔'을 상용화했다. 리퀴드스캔은 폐암을 적응증으로 44개 유전자 변이 분석, 항암치료방법 결정 관련 연구에 활용중이다. 시장 전망 역시 밝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 인더스트리 애널리시스에 따르면 2020년 1조 1000억 원으로 추산된 세계 액체생검 시장 규모는 2027년에는 4조5220억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하지만 이 진단법은 '낮은 정확도'라는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 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액체생검의 정확도는 최저 30%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암을 암으로 진단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암이 아닌 것을 암으로 진단하기도 한다. 검사법에 따라 사멸한 암세포 DNA와 사멸한 정상 세포 DNA의 구분이 어렵거나 소량의 혈액에서 암 특이적 유전자를 검출할 기술력 자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액체생검이 아직 표준 진단법으로 자리잡지 못한 이유다. 미국에서는 실리콘밸리 역사상 최대 사기극으로 남은 테라노스 사태의 트라우마도 있다. 미국 바이오 벤처 테라노스는 피 한 방울로 200여개의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주장하면서 기업가치 10조원을 인정받았지만 결국 거짓으로 드러났다.
미국이 대규모 혈액 진단 기술 연구에 나선 것도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현재 미국 내 혈액 암 진단 서비스를 제공하는 바이오사는 20여개로 파악되는데 이번 연구에서는 이 중 2~3개 기업 기술을 선별해 연구를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결국 액체생검 기술 중 가능성 있는 것을 선별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연구가 장기간 진행될 테지만 국내 업계에서도 이번 연구를 주목하는 이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