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는 바닥을 뚫고 지하실로 갔다. 애널리스트들은 입 모아 '2분기 실적 부진'을 외치고 있다. 작년 실적이 좋았는데 올해는 유통채널 정비로 부진이 불가피하다는 것. 심지어 글로벌 경기 침체까지 예상된다. 휠라는 의류업종이라 경기침체 여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19일 오전 11시25분 현재 코스피 시장에서 휠라홀딩스 (38,550원 ▲200 +0.52%)는 전일대비 1450원(5.11%) 오른 2만9800원에 거래 중이다. 외국인이 지난 6월27일 이후 순매수 기조로 돌아서며 3만원대 회복을 눈앞에 뒀다.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2분기 휠라홀딩스 매출은 1조791억원으로 전년비 5.86% 증가하나 영업이익이 1542억원으로 11.29% 감소할 전망이다. 애널리스트들은 휠라홀딩스가 실제 발표할 수치는 이보다 더 부진하다고 보고 있다.
휠라 테니스 라인 /사진=휠라 공식 홈페이지
휠라홀딩스는 지난 3월 5개년 전략을 발표했다. 1)일관된 브랜드 가치를 재정립하고 2)고객 경험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며 3)지속가능성장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도매판매(홀세일) 비중이 컸던 휠라는 도매판매 비중을 축소하고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D2C(Direct to Consumer) 모델에 집중 투자한다고 밝혔다.
D2C는 부동의 글로벌 1위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의 전략으로 유명하다. 나이키는 2019년 11월 '아마존 탈퇴'를 선언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는데 이후 온라인 공식몰과 오프라인 매장에서 본사 직접 판매 비중을 크게 늘렸다. 나이키는 "직접 판매를 통해 소비자에게 더 가까이 다가서는 1대 1 연결을 강화해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밝혔고 실제로 나이키는 D2C를 통해 전 세계의 열혈 나이키 매니아 육성에 성공했다.
휠라의 D2C 모델 도입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하지만 국내외 시장에서 '저가 가성비 브랜드, 캐주얼 브랜드'로 포지셔닝된 휠라 브랜드의 이미지 변신을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할 산이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휠라의 도매판매 비중은 국내 35%, 미국은 90%에 달한다. 유통업체를 통한 브랜드 유통은 매출 확대에 유리하나 본사가 품질과 가격을 통제하기에 매우 불리한 채널이다.
서현정 하나증권 연구원은 "채널별로 가격 변동성이 커지면 결국 제품에 대한 소비자 신뢰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지속가능한 브랜드 비즈니스를 전개하려면 생산부터 소비자까지 품질과 가격을 직접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30세대에게 골프 대신 '테니스'가 크게 유행하는 것도 휠라에 잠재적 희망이 되고 있다. 최근 MZ세대는 "골프는 뱃살, 테니스는 복근"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테니스 열풍이 뜨겁다. 테니스코트는 IT전문가를 동원해 예약을 진행할 정도로 주말 새벽부터 '광클전쟁'이 벌어진다.
올해 연간 실적은 아쿠쉬네트 덕분에 전반적으로 양호할 전망이다.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올해 전체 매출액은 4조544억원으로 전년비 6.86% 늘고 영업이익은 5276억원으로 7.06% 증가 추정된다. 순이익은 15.8% 증가한 2724억원으로 예상된다. 현 시가총액은 1.8조원으로 PER(주가수익비율) 6.6배에 불과하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국내 리테일 사업에 대한 유통채널 정비가 완료되고 글로벌 브랜드 사업과 마케팅 전략이 완성돼 효과를 낼 시점은 내년 이후가 되겠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