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는게 싫은 '베짱이 아내'…오은영 "남편은 부모 아니다"

머니투데이 전형주 기자 2022.07.19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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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 지옥'/사진=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 지옥'


성향 차이로 갈등을 빚고 있는 부부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의 상담을 받았다.

지난 18일 방송된 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 지옥'에는 결혼 4년 차 부부가 출연해 고민을 털어놨다.

부부의 고민은 심각한 성향 차이였다. 남편은 개미처럼 열심히 살고, 아내는 베짱이처럼 게으른 편이었다. 남편은 주말 아침 일찍 일어나 청소, 빨래에 식사까지 직접 준비한 반면, 아내는 오후 2시에야 일어났다.



아내는 일어나서도 소파에 누운 채 남편에게 배터리를 가져다 달라는 심부름을 시키고, 국 간을 맞추라며 잔소리했다. 이에 남편은 "신혼 초엔 아내를 사랑하니까 '집안일, 내가 충분히 할 수 있지'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집안일을 열심히 해도 꾸지람만 들으니 하기도 싫어지고 힘들어졌다"고 털어놨다.

아내는 돈을 버는 게 싫다며 소비 역시 최대한 줄이려고 했다. 오랜만에 시장을 찾은 남편이 맛있는 음식을 보고 설렌 반면, 아내는 "뭘 다 사려고 하냐"며 무조건 아끼려고만 했다.



남편이 겨우 설득해 닭강정을 사는 데 성공했지만, 집에 와서도 잔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아내도 고충은 있었다. 남편이 이전과 달리 연락이나 대화를 적극적으로 시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대화하는 사람은 대화하고 싶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대화를 포기할 때가 굉장히 많다. 말하다가도 말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남편은 휴일 내내 외부 활동이 많은 편이었다. 아침 일찍 자전거를 타러 나갔으며, 집에 돌아와서는 아파트 순찰, 아파트 쓰레기 민원회의, 도서관 방문자 현황 체크 등 동대표 업무를 봤다.


아내가 메시지를 보내고 전화도 해봤지만 답장을 하지는 않았다. 이에 남편은 "온종일 연락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계속 연락을 한다. 내가 신경을 못 쓸 때가 많다. 엄청나게 장문의 메시지들을 많이 보낼 때가 많다. 그걸 내가 그걸 다 일일이 읽어보고 답장하지 못할 때가 많다"고 호소했다.

돈 버는게 싫은 '베짱이 아내'…오은영 "남편은 부모 아니다"
오은영 박사는 "나는 두 분을 보니까 남편이 외부 활동을 많이 하는 게 문제가 아니다. 두 분이 같이 집에 있을 때 문제가 훨씬 더 많아 보인다"며 "여러 부부를 만났는데 오늘 이 부부가 제일 심각하다. 정말 조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두 분은 집이라는 공간을 공유할 뿐 함께 하는 게 하나도 없다. 이제껏 '이 부부 어떡해'하는 부부들은 치열하게라도 싸운다. 그런데 이 부부는 함께하는 게 거의 없다"고 말했다.

아내가 보내는 장문의 메시지에 대해서도 부담스럽다고 강조했다. 메시지의 양이 많고 띄어쓰기도 안 돼 있어 일방적인 의견 표출로 느껴진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서운함을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런데 아내는 뭔가 불편해지면 타인의 의도를 의심한다. 나를 속였다고 생각한다. 내가 안 편하면 '타인이 나를 나쁘게 대했다, 속였다, 능멸했다'고 생각해버리면 여기에 맞출 수 있는 사람은 우주에 한 명도 없다. 그래서 누군가와도 아주 가깝지는 않았을 것 같다"고 했다.



아내의 극단적 소비 성향에 대해서는 "거의 생계를 유지하지 못할 만큼 궁핍한 사람들의 생활 같다. 닭강정은 남편이 먹고 싶었던 거다. 그럼 사줄 수도 있는데 그거를 못 하게 한다. 닭강정을 사려면 돈은 들지만 측정할 수 없는 즐거움과 행복을 하나도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아내는 돈을 아끼는 이유에 대해 어릴 적 집안 환경이 어려웠었다며 "부모님께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받아본 기억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에 오 박사는 "남편은 부모가 아니다. 남편에게 아빠처럼 엄마처럼 부모의 절대적인 사랑을 요구하면 안 된다. 그러면 남편은 버틸 수 없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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