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마진 3주만에 3분의 1토막…정유사 실적 잔치 끝나나

머니투데이 최민경 기자 2022.07.19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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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마진 3주만에 3분의 1토막…정유사 실적 잔치 끝나나


올해 상반기 사상 최대 수준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기대되는 정유사들의 하반기 실적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배럴 당 30달러에 육박하며 고공행진하던 정제마진이 최근 10달러 밑으로 내려가며 꺾였다. 국제유가 역시 배럴 당 100달러 밑으로 떨어지는 등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재고이익도 손실로 전환될 전망이다. 정유사 '횡재' 논란도 잦아들 것으로 보인다.

18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7월 둘째주 기준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 당 9.4달러로 지난달 넷째주 29.5달러에 비해 68.2% 급락했다. 정제마진이 배럴 당 10달러 밑으로 떨어진 건 지난 3월 둘째주 이후 네 달 만이다.



정제마진은 휘발유나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 각종 비용을 뺀 금액으로 업계에선 통상 약 4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인식한다. 현재 정제마진은 손익분기점보단 높지만 국제 경기 침체 여파로 석유제품 수요가 줄어들면서 하반기는 장담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가 아시아 정유사에 파는 원유의 공식판매가격(OSP)을 두바이유 평균 가격보다 9.3달러 높게 책정하면서 정유사의 원가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 OSP는 사우디 아람코에서 아시아로 수출하는 원유에 추가로 붙는 가격프리미엄이다. 두바이유와 오만산 원유의 평균 가격보다 아시아 공식 판매가격이 9.3달러만큼 비싸다는 뜻이다. 여기에 최근 환율이 급등하면서 정유사들의 원유 도입 자금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제마진 3주만에 3분의 1토막…정유사 실적 잔치 끝나나
정유사 상반기 실적 공신 중 하나인 국제 유가도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정유사들은 유가가 오르면 싼 값에 사들인 재고를 비싼 값에 팔아 재고평가이익을 얻을 수 있다. 반대로 유가가 떨어지면 비싼 값에 사들인 재고를 싼 값에 팔아 손실이 커진다. 정유사들이 1분기에 거둬들인 영업이익 4조8000억원 중 약 40% 규모가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평가이익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지난 3월 배럴당 127.9달러까지 치솟았던 두바이유는 최근 100달러 밑으로 내려왔다. 유가 하락세가 지속되면 재고평가손실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최근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 압박에 더해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재유행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제 원유 수요 둔화 우려도 커진다. 연초만 하더라도 미국에너지정보청(EIA)은 올해 글로벌 석유제품 수요 증가를 하루 360만 배럴 내외로 전망했지만, 7월에 전망치를 220만 배럴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미국 시티그룹은 원유 수요가 줄고 증산량 조절이 없는 상황 등을 전제로 배럴당 유가가 올해 말 65달러, 내년 말 45달러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국내 정유사 실적은 2분기 정점을 찍고 3분기부터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1분기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S-Oil),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업계 4사의 영업이익은 4조7668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 1조6491억 원, 에쓰오일 1조3320억 원, GS칼텍스 1조812억 원, 현대오일뱅크 7045억 원이다.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치)도 SK이노베이션은 전년 동기 대비 151.5% 증가한 1조2740억원, 에쓰오일은 90.5% 증가한 1조878억원으로 추산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재고가 없던 상반기와 달리 휘발유 등 석유제품 재고도 쌓이고 있고 수요도 줄고 있다"며 "러시아 금수 조치 등 세계적으로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 하반기 적자까지 고려할 정도로 어렵진 않겠지만, 상반기 같은 호황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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