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글로벌 최대 제약M&A '삐그덕', 성사되면 영향은 '긍정적'

머니투데이 이창섭 기자 2022.07.18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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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이후 글로벌 최대 제약M&A '삐그덕', 성사되면 영향은 '긍정적'


글로벌 빅파마 MSD(머크)의 시애틀제네틱스(Seagen·시젠) 인수합병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인수합병 지연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팬데믹 이후 최대 규모(약 53조원) M&A인 만큼 계약 성사 시 바이오 업계에 활력을 넣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피인수 업체 시젠이 ADC(항체·약물 접합제)에 특화돼 있어 이와 관련된 국내 바이오 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머크의 시젠 인수가 늦어질 수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앞서 WSJ는 오는 28일 머크 2분기 실적 발표일에 양사가 인수합병에 합의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이달 말로 예정됐던 합의가 연기될 뿐 양사의 인수합병은 여전히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인수가 늦어지는 이유로는 △시젠의 방광암 치료제 임상 결과 △다이이찌산쿄와의 특허 분쟁이 꼽힌다. 이들 이슈가 시젠 기업 가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시젠은 방광암 2차 치료제 파드셉(Padcev) 파이프라인을 갖고 있다. 단독 및 키트루다와의 병용 요법으로 1차 치료제 허가를 위한 임상을 진행 중이다. 임상 결과가 좋아 적응증 확장에 성공하면 연간 수십억 달러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게 업계 평가다.



시젠은 또한 다이이찌산쿄와 ADC 특허 관련 소송을 벌이고 있다. ADC는 암세포를 찾아가는 항체에 약물을 붙인 차세대 항암제다. 암세포를 죽이는 일종의 '유도 미사일'이다. 앞서 시젠은 다이이찌산쿄의 ADC 항암제 엔허투가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특허 소송은 올해 여름 안에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이는데 시젠이 승소하면 상당한 금액의 로열티와 마일스톤을 수령할 것으로 예상된다.

머크-시젠 M&A가 주목받는 이유는 코로나19(COVID-19) 대유행 이후 제약 업계 최대 규모의 계약이기 때문이다. 머크는 시젠 주식을 한 주당 200달러에 매수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총 인수 금액이 400억달러(약 53조원)에 달한다. 직전 최대 규모 M&A는 2020년 아스트라제네카의 알렉시온 390억달러(약 51조원) 인수다.

시젠은 ADC 분야 선두 기업으로 시총이 약 300억달러(약 39.5조원)다. 주요 제품으로는 호지킨 림프종 치료제 애드세트리스가 있다. 지난해 14억 달러 매출 중 7억600만달러를 차지한 효자 상품이다. 머크는 항암제 라인업 강화를 위해 시젠 인수를 시도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자사 매출 1위 제품인 키트루다의 특허가 오는 2028년쯤 만료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M&A가 글로벌을 넘어 국내 바이오 시장에도 적지 않은 파급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시젠이 ADC 선두 기업인 만큼 국내 관련 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력이 예상된다. 대표적인 국내 ADC 기업으로는 레고켐바이오 (68,200원 ▲400 +0.59%)알테오젠 (178,900원 ▲5,000 +2.88%) 등이 있다.

김승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머크와 시젠 같은 중소형 바이오 기업에 대한 대형 딜이 발생해 지속될 경우 이들 기업에 대한 밸류에이션과 센티멘트(시장 분위기·투자 심리)가 빠르게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현 교보증권 연구원은 "빅파마의 중소형 바이오 기업 인수합병은 글로벌 투자자들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 중 하나"라며 "나스닥 헬스케어 업종의 강세는 한국 헬스케어 업사이클(호황기) 촉매제 중 하나"라고 밝혔다.

이어 "글로벌 M&A는 산업 투자 매력 관점을 넘어서 특정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계기가 된다"며 "'Botox'로 알려진 앨러간은 2015년 3월 엑타비스와 합병했는데 차세대 톡신 제형으로 평가받던 액상형을 앨러간으로 기술이전했던 메디톡스 주가도 그동안 4배 가까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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