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 체크만 하면 병명·치료법 '한눈에'

머니투데이 최태범 기자 2022.07.2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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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UP스토리]정훈재 비플러스랩 대표, AI문진 알고리즘 적용 '어디아파' 앱 개발

정훈재 비플러스랩 대표 /사진=이기범 기자 leekb@정훈재 비플러스랩 대표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기존 의료시스템에서 의료의 질과 접근성, 비용은 삼각형을 이룬다. 비용이 올라가면 질은 높아지지만 접근성은 떨어지는 식이다. 해결하기 쉽지 않은 문제지만 데이터 기반의 IT 기술을 통해 풀어나가고 있다."

정훈재 비플러스랩 대표는 "의료 서비스 제공자와 소비자를 과학적·효과적으로 연결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의미 있는 헬스케어 데이터를 획득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비플러스랩은 '내 손안의 주치의'를 모토로 AI(인공지능) 문진 알고리즘을 적용한 스마트폰 앱(애플리케이션) '어디아파'를 개발했다. 사용자가 앱에서 주요 증상을 체크하면 AI를 통해 예상되는 질환을 확인할 수 있다.

총 230개 주증상으로 구성되며 이를 통해 1800여개 질환을 예측한다. 예측되는 병명을 누르면 질환의 정의와 발병률, 증상과 원인, 진단 및 치료방법은 물론 추천 진료과와 함께 GPS(위치정보시스템)를 통해 주변 병원까지 소개받을 수 있다.



오는 9월부터는 비대면 진료 및 약 조제·배송기능도 탑재된다. 정 대표는 "모든 의료행위의 시작은 문진이다. AI 문진시스템을 어떻게 과학적으로 만들지 고민했다"며 "대면진료와 같은 환경을 구현하는 완벽한 비대면 진료플랫폼으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

'환자 불편' 해소 나선 병원장 출신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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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대표의 본업은 정형외과 전문의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 동안 서울부민병원장을 지냈고 현재 인제대 의대 임상외래 교수, 부민의료원 미래의학연구소장 등을 맡고 있다.

그는 "환자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어디가 아픈데 무슨 병원, 어느 진료과목으로 가야 하느냐'는 물음이었다"며 "환자들이 부정확한 정보에 의존하거나 불필요하게 여러 병원을 헤매는 경우가 있어 이를 해소하기 위해 '어디아파'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비플러스랩은 어디아파의 AI 문진기능과 병원 EMR(전자의무기록)시스템을 연계했다. 문진을 통해 초진차트가 만들어지면 병원 EMR로 전달해 의료진에게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정 대표는 "환자에 대해 의사가 미리 예습하는 것과 같아 짧은 시간에도 의미 있는 대화를 통해 더욱 좋은 진단을 할 수 있다. 진료경험이 많은 의사와 적은 의사간 진료편차도 줄여 환자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비대면 진료·처방 뒤 보험청구까지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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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플러스랩은 최근 스마트청진기 등 의료IoT(사물인터넷) 기술기업인 스마트사운드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스마트청진기와 AI문진이 결합한 비대면진료를 통해 의료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을 고도화하고 보다 체계화한 만성질환 관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정 대표는 "조심스러운 예측이지만 새정부가 비대면진료를 합법화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1차 의료 중심의 재진 만성질환자 관리를 위한 비대면진료가 우선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재진환자의 만성질환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데서 더 나가 예방하고 교육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며 "국내 의료서비스가 지금의 수준을 유지하면서 지속가능하려면 치료 중심에서 예방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비대면진료·처방을 받은 뒤 보험청구까지 가능한 원스톱 프로세스를 구축한 것도 비플러스랩의 강점이다. 정 대표는 "보험청구 대행업체 '지앤넷'의 2대주주 지분을 갖고 있다"며 "'어디아파'를 통해 진료를 보고 처방받은 뒤 보험청구도 할 수 있다"고 했다.

B2B로 사업 확대, 해외 의료시장도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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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플러스랩은 기업 임직원 건강검진 등 B2B(기업간 거래)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IT기업 더존비즈온과 손잡고 온·오프라인 의료서비스가 연계된 '하이브리드 클리닉'(가칭) 사업을 추진 중이다.

정 대표는 "모든 의료 서비스가 비대면으로 이뤄질 수는 없다"며 "9월 중 더존비즈온의 을지로 사옥에 비플러스랩의 하이브리드 센터가 들어갈 예정이다. 임직원이 특정 구역을 지나가면 헬스케어 데이터를 측정해 필요한 처치를 안내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헬스케어 데이터를 축적해 기상 예보하듯 건강 상태를 알려주는 개념"이라며 "거점별로 센터를 확장시켜 나가면서 궁극적으로는 지역사회에서 질병을 예방하고 교육·관리하는 의미 있는 성과를 내겠다"고 덧붙였다.

비플러스랩은 올해 하반기 미션으로 동남아 의료시장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정 대표는 "현재 베트남 현지 클리닉(작은 병원) 인수를 진행 중이다. 최종 결정을 앞뒀다"며 "플랫폼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거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환자의 국내 유치도 추진한다. 정 대표는 "그동안 해외 환자들은 국내 병원이나 의사 등 대략적인 정보만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는 비대면진료 플랫폼이 있기 때문에 사전진료를 통해 환자와 병원을 더욱 효과적으로 연결할 수 있다"고 했다.

VC 설립, 200억 규모 펀드레이징…헬스케어 스타트업 투자

정훈재 비플러스랩 대표 /사진=이기범 기자 leekb@정훈재 비플러스랩 대표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정 대표는 원스톱 의료 솔루션을 넘어 헬스케어의 에코 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 초 벤처캐피탈(VC) '빅무브벤처스'를 설립했다.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VC 캡스톤파트너스와 함께 10월 말을 목표로 2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 펀드를 조성 중이다.

빅무브벤처스는 현재 헬스케어 관련 초기 스타트업 6~7곳에 투자했다. 피투자사인 '에버엑스'는 비대면 관절재활 디지털 치료(DTx)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AI와 모션 인식을 통해 환자에게 관절재활 운동 치료를 처방해주는 것이 핵심이다.

그는 "헬스케어 생태계에는 다양한 플레이어와 플랫폼이 있다. 좋은 스타트업들에 대한 투자를 통해 빈공간을 채워나갈 것"이라며 "헬스케어와 연관돼 있고 육성이 필요한 스타트업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의료체계가 건강보험 재정만으로 서비스 질을 유지할 순 없다. 의료 데이터를 축적·활용해 큰 틀에서 의료 시스템 발전에 기여한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싶다"며 "하나하나 성과를 내면서 퍼즐을 빨리 맞춰나가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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