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가 "납품거부 불사" 8월 우유대란 오나

머니투데이 박미주 기자 2022.07.18 05:00
글자크기
낙농가 "납품거부 불사" 8월 우유대란 오나


다음 달 1일 원유 기본 가격 조정일을 앞두고 정부와 낙농업계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추진해 온 우유 가격 관련 '용도별 차등가격제'(차등가격제)에 대해 낙농업계가 반발하며 우유 납품 거부까지 불사할 태세다.

17일 유업계에 따르면 한국낙농육우협회는 지난 11일부터 '낙농말살 정부·유업체 규탄 도별 궐기대회와 우유반납투쟁'을 벌여 왔다. 오는 27일까지 계속한다. 지난 2월 16일부터 이미 국회 앞에서 무기한 농성투쟁을 벌이고 있고 최근엔 우유를 버리는 우유 반납 투쟁으로 강도를 높였다.



낙농가와 유업체 등 관계자로 이뤄진 낙농진흥회 이사회가 매년 8월 1일을 기점으로 원유 기본 가격을 정하는데 이 시기가 다가오기 때문이다. 특히 차등가격제 도입과 생산비 연동제 폐지를 골자로 한 정부의 낙농제도 개편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가격차등제는 마시는 음용유와 치즈, 버터 등을 만드는 데 쓰는 가공유의 가격에 차이를 두는 것이다. 현재는 쓰임새와 상관없이 원유 가격이 동일하다. 즉 유업체들이 낙농가로부터 지난해 기준 평균 1리터당 1094원에 원유를 사들여 마시는 우유와 치즈, 버터 등 유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차등가격제가 도입되면 정부 제시안 기준 올해 예상 원유 생산량 195만톤 중 음용유는 리터당 1094원에, 가공유는 리터당 약 800원 수준으로 가격이 정해진다.



반면 정부는 마시는 우유 소비가 감소하고 저렴한 수입산 원유가 국내로 들어오고 있는데 국내 원유 가격은 생산비와 연동돼 비싸지기만 한다며 낙농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개편안을 내놓았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국민 1인당 마시는 우유 소비가 2001년 36.5㎏에서 지난해 32.0㎏으로 줄고 국내 원유 생산량도 같은 기간 234만톤에서 203만톤으로 감소했다. 이 기간 유가공품 포함 전체 유제품 소비는 63.9㎏에서 86.1㎏으로 늘었다.

유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 원유로 유가공품을 만들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멸균유 가격 기준 국내산 흰 우유는 평균 1리터당 2800원인데 수입산은 1400원짜리도 있고 대부분 2000원 미만으로 더 저렴하다"며 "국내외 가격차가 지속 확대되고 국내 원유는 소비가 감소하는 음용유 중심으로 생산되며 생산량이 감소세인데 이 구조라면 낙농산업이 지속 가능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차등가격제를 도입해도 낙농가는 가공유 소비가 늘면서 소득이 줄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낙농업계는 소득감소를 명분으로 이를 반대한다. 이 때문에 매년 이뤄지던 원유 가격 조정 협상이 진척되지 않고 있다. 가공유 기준 가격이 당초 받던 가격보다 낮아지는 것을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낙농육우협회는 "우유감산 기조 속에 사료값 폭등세가 지속되면서 낙농가의 경영상태는 붕괴 직전"이라며 "지난 2년 새 호당 평균부채는 39.5% 증가했고 지난해 폐업농가는 전년 대비 67%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매일유업, 남양유업, 빙그레 등 12개 우유생산 업체들의 모임인 유가공협회는 차등가격제 도입을 거든다. 생산비 연동제와 원유 쿼터제(유업체에 의무적으로 원유 매입하도록 한 제도)로 유업체들이 소비가 감소하는 원유를 사들여 우유를 판매하는데 해외 멸균유가 절반 값에 들어오며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유가공협회 관계자는 "2020년 조사 자료를 보면 8개 유업체 회원사 데이터 기준 100원짜리 흰 우유를 팔면 5.7원의 적자를 보는 구조라 원유가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매년 이뤄지던 원유 기본 가격 조정 협상의 선결 조건으로 차등가격제를 내걸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