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된 '물적분할 신주 우선배정'... 의무화냐 허용이냐

머니투데이 정혜윤 기자 2022.07.17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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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회원들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열린 대기업 물적분할 반대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2.1.6/뉴스1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회원들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열린 대기업 물적분할 반대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2.1.6/뉴스1


금융당국이 물적분할 후 재상장 회사의 모회사 주주에게 신주를 우선 배정하는 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모회사 주주 기준을 결정하는 문제부터 신주 우선 배정으로 모회사의 주가 변동성이 확대되는 문제, 가격 발견 기능 저하 문제 등 고민거리가 적잖기 때문이다.



1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3분기중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시 주주보호 개선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개선 방안에는 △물적분할 공시강화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심사기준 도입 △주식매수청구권 부여 등이 담길 예정이다.

금융위는 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금융투자협회·자본시장연구원·기업지배구조연구원 등으로 구성된 TF(테스크포스)팀이 논의 중인 이 같은 내용의 초안을 세미나를 통해 공개했다.



당국은 앞선 3가지 방안에 대해선 큰 이견없이 도입할 계획을 밝혔지만 윤석열 정부의 자본시장 주요 공약 중 하나였던 신주 우선배정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시 모회사 주주에게 신주를 우선 배정하는 문제에 대해선 장단점과 현실적 한계 등을 추가적으로 꼼꼼히 검토해 도입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보호대상 모회사 주주 확정문제, 상법상 신주 주주배정 원칙과의 조화여부, 자회사 상장전 모회사 주가 변동성 확대 등 논쟁거리가 여럿이기 때문이다.


당국은 3가지 안을 놓고 고민 중이다. 먼저 공약대로 신주 우선배정을 의무화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공모신주 20%를 모회사 일반주주에게 강제 우선 배정하는 안이다. 일단 공모신주 발행을 위한 이사회 의결 전일 주주에 한해 우선배정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단 이 때 모회사 일반주주 배정분으로 일반투자자, 기관투자자 배정분이 각 10%씩 줄어들면서 논란이 생긴다.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본적으로 일반투자자의 희생이 수반되는 것"이라며 "한편으로 모회사 소액주주 입장에서 돈을 새로 넣어야 하는 것이어서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TF에 참여하는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 등도 부정적인 입장이다. 송영훈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상무는 "모회사 주주에게 우선배정하면 가격 발견에 기여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우선배정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기관의 수요예측 참여 유인을 떨어뜨려 안그래도 비판이 많은 공모가 산정의 적정성이 떨어지는 또다른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송 상무는 또 "기업들은 신주우선배정 의무화 등 이중, 삼중 규제를 피하기 위해 현물출자, 자산양수도 등 다른 우회수단을 찾는다"며 "주주 보호가 다른 제도로 파생될 수 있어 신주 우선 배정 문제는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뉴스1) 조태형 기자 =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LG에너지솔루션 코스피 신규상장 기념식. 2022.1.27/뉴스1  (서울=뉴스1) 조태형 기자 =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LG에너지솔루션 코스피 신규상장 기념식. 2022.1.27/뉴스1
아울러 공모 신주를 우선배정받을 모회사 일반주주의 기준 시점을 잘못잡으면 모회사 주가가 더 뛸 가능성도 있다.

이봉현 금융투자협회 자율규제본부장은 "자회사 IPO(기업공개) 직전에 자회사 공모주를 배정받기 위해 모회사의 주식을 사려는 투기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 IPO로 주가 변동성이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신주 우선 배정이 의무화되면 우리사주처럼 배정 주식에 대해 보호예수를 의무화할 필요도 있단 주장도 나왔다. 이 본부장은 "상장 이후 주가가 급등락하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으니 보호예수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예 신주 우선 배정 제도를 도입하지 않는 방법도 있다. 상장 직전 주주가 된 경우 분할 자회사의 상장 가능성이 주가에 반영됐기 때문에 일반투자자와 차별하면서까지 상장 직전 주주를 보호할 필요성이 없어서다. 다만 이는 애초 윤석열 정부의 공약에서 언급된 내용이기 때문에 '공약 후퇴'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가장 유력한 안으로 거론되는 건 신주 우선배정을 의무화가 아닌 허용하는 안이다. 이달 코스닥에 상장한 넥스트칩이 좋은 예시다. 최대주주이자 모회사 엔씨앤은 자회사 넥스트칩 상장 전 넥스트칩 보유 주식 일부를 모회사 주가가 하락할 경우 일반주주에게 현물배당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이처럼 비상장기업 우리사주를 참고해 상법상 주주 우선배정 원칙 원칙의 예외로 기업의 자발적 20% 우선배정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수영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은 "신주 우선배정에 대해선 여전히 고민 중"이라며 "결론은 아니지만 (절대적)판단이 곤란하기 때문에 회사에 따라 도입할 수 있게 하고 선택할 수 있게 하는 방안 등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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