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팬데믹 대비하자"…국내 백신업계 R&D 새판짜기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2022.07.15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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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팬데믹 대비하자"…국내 백신업계 R&D 새판짜기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백신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일깨워줬다. 팬데믹 초기 우리나라뿐 아니라 여러 나라가 백신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백신주권'이 화두로 떠올랐다.

최근 'BA.5' 'BA.2.75'(켄타우로스) 등 코로나19 오미크론 신규 하위 변이가 속속 전세계에 확산하면서 재유행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 또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다른 어떤 새로운 바이러스가 인류를 위협할지 모른다.



"백신 개발을 끝까지 지원한다"는 정부의 방향성에 발맞춰 국내 백신 기업들도 백신주권 확보를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최근엔 코로나19 백신에서 벗어나 부스터샷(추가접종)용 백신이나 콤보백신, 범용백신 등 새로운 개념의 백신 개발이 활발하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오랜 기간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백신 기업들이 '포스트 팬데믹'을 대비하기 위해 R&D(연구개발) 새판짜기에 돌입했단 분석이다. 정부도 백신주권 확보를 위해 여러 종류의 백신 개발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단 방침이다.



'코로나19+독감' 한 방에 예방하는 콤보백신 개발 도전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백신 기업들은 차세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한창이다.

우선 콤보백신이 눈에 띈다. 콤보백신은 두 가지 이상 질환의 항원을 함유해 주사 1방으로 여러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이다.

차백신연구소 (4,920원 ▲155 +3.25%)는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이 진행하는 '미래성장 고부가가치 백신 개발' 사업에 선정됐다. 독감과 코로나19를 동시에 예방할 수 있는 콤보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코로나19와 독감은 유행 시기가 비슷하고 동시 감염 때 치명률이 올라가기 때문에 접종 편의성이 높은 콤보백신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차백신연구소가 개발하는 콤보백신은 자체 개발한 면역증강제 '엘-팜포'(L-pampo)를 활용해 면역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고령층에 대한 예방 효과를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자체 실험 결과 먼저 상용화된 백신에 사용된 면역증강제보다 높은 수준의 중화항체를 유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차백신연구소는 재단법인 '글로벌헬스기술연구기금'(The Research Investment for GlobalHealth Technology Fund, RIGHT Fund, 라이트펀드)의 연구비 지원을 받아 스위스 바이오 기업 바이오링구스(BioLingus), 국내 바이오 기업 팬젠과 함께 코로나19 재조합 단백질 백신을 설하(혀 밑) 투여가 가능한 형태로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설하투여형 백신을 개발하면 주사가 필요하지 않아 전문 의료진과 의료시설이 부족한 중저소득국가 등에서 접종을 확대할 수 있다.

 차백신연구소 연구원들이 백신 개발을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차백신연구소 차백신연구소 연구원들이 백신 개발을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차백신연구소
변이 대응 위한 부스터샷·다가백신·범용백신도 개발
콤보백신이 코로나19와 다른 질환의 동시 예방에 초점을 맞췄다면 부스터샷이나 다가백신, 범용백신은 코로나19 변이 예방에 집중한다.

특히 최근 오미크론 신규 하위 변이가 계속 등장하면서 변이에 대응 가능한 부스터샷 백신이 주목받고 있다. 국내 기업 중 셀리드 (3,860원 ▼10 -0.26%)에스티팜 (87,700원 ▲3,300 +3.91%) 등이 자체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오미크론 변이에 대응할 수 있는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다가백신은 한 질환의 여러 변이에 대응할 수 있는 백신이다. 독감이나 자궁경부암 백신 등이 대표적이다. 랩지노믹스 (2,715원 ▼5 -0.18%)는 기존 원형 바이러스에 델타, 베타 바이러스 항원을 탑재한 3가백신에 대한 동물실험을 마치고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범용백신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속한 바이러스군(群)에 대응하는 백신이다. 코로나19 국산 1호 백신을 개발한 SK바이오사이언스 (58,300원 ▼200 -0.34%)는 코로나19를 비롯해 SARS(사스) 등이 속한 사베코바이러스 계열에 유효한 범용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정부 "백신주권 위해 백신 개발 끝까지 지원"
정부는 포스트 팬데믹을 대비한 백신 개발을 위해 다양한 지원 정책을 선보이고 있다. 앞서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범정부지원위원회 제13차 회의를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해 공통적으로 사용 가능한 범용백신이나 독감백신과 결합한 콤보백신 등 다양한 형태의 백신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이 함께 세운 '글로벌 백신 기술 선도 사업단'은 '신속·범용 백신 개발', '미래성장 고부가가치 백신 개발' 등 신규 과제를 제시하며 백신 개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또 산업통상자원부의 '백신 원부자재 생산 고도화 기술개발 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감염병 차세대 백신 기초·원천 핵심기술개발 사업' 등 여러 부처에서 백신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다만 민간 기업 사이에선 정부가 백신 개발 지원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단 의견도 나온다. 백신은 국민 건강에 필수적이지만 임상시험에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연구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백신 개발 속도를 올리고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 정부 차원의 주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미국은 코로나19 발생 초기 대대적 정부 지원을 통해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이어 "백신주권을 확보하기 위해선 민간기업의 노력뿐 아니라 재정적, 법률적 지원이 필요하하"고 덧붙였다.

장희창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백신·치료제 개발총괄단장은 "우리 정부는 백신주권을 확보하기 위해 민간기업의 백신 개발을 끝까지 지원한단 목표를 세웠다"며 "여러 연구 과제와 임상 비용 지원 등을 통해 민간 기업이 코로나19뿐 아니라 다양한 종류, 다양한 방식의 백신을 개발할 수 있게 지원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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