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또 오은영인가?

머니투데이 윤준호(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2.07.15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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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고민 상담 프로그램 출연하며 최고의 주가 달려

사진제공=MBC사진제공=MBC


매 시대, 방송가에는 ‘수도꼭지’라 불리는 이들이 있었다. 엄청난 인기를 누리며 어느 채널이든 ‘틀면 나온다’는 의미에서 이 같은 수식어가 붙는다. 요즘은 정신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가 해당된다.

오 박사는 근래 들어, 마음이 아픈 이들의 ‘국민 닥터’로 손꼽힌다. 현재 채널A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와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에 이어 신규 프로그램 KBS ‘오케이? 오케이!’ 등이 방송 중이다. 지금은 종방됐으나 SBS ‘써클 하우스’와 TV조선 ‘미친.사랑.X’까지 포함하면 ‘오은영 전성시대’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다.



그만큼 마음이 아프고, 오 박사를 필요로 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한 켠에서는 또 다른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오 박사가 알아서 하겠지만 )방송 스케줄이 많아지며 의사로서 본업에 소홀해지는 것은 아닌지, 방송가의 일반적인 생리대로 오 박사를 향한 러브콜과 대중의 흥미 역시 한 순간에 사그라지지 않을 지 설왕설래가 이어지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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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오은영일까?

최근 고민 상담 프로그램이 부쩍 늘었다. 연예인뿐만 아니라 비(非) 연예인들도 출연해 그들이 가진 다양한 고민을 늘어놓는다. 통상 MC나 연예인 패널들이 이를 지켜보며 자신의 의견을 보태는 식으로 전개된다.

하지만 오 박사는 그들과는 다르다. 그는 ‘전문의’다.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라는 말이 있듯, 오 박사가 내리는 진단은 전문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 치료법이다. TV를 통해 이를 지켜보는 비슷한 고민을 가진 이들이 자신에게도 적용해볼 법한 솔루션을 제시하는 셈이다. 오 박사에게 진료를 받으려면 10분에 7만∼8만 원 정도를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도 환자들이 몰려 예약을 잡기가 어렵다. 이런 상황 속에서 TV라는 대중적 매체를 통해 오 박사가 제시하는 진단과 치료 방법은 적잖은 도움이 된다.


장기간에 걸친 코로나19 상황은 오 박사를 필요로 하는 이들을 크게 증가시켰다. ‘코로나 블루’라는 말이 있듯, 전염병으로 인해 일상을 잃고 생계가 막막해진 이들은 깊은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그들에게는 그들의 속사정을 들어주고, 진심 어린 전문적인 조언을 해줄 이가 필요했다. 오 박사는 바로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오 박사는 최근 ‘오케이? 오케이!’의 제작발표회에서 "코로나19를 모두 위기라 불렀고, 2년 반 넘게 모두 이 위기를 겪었다. 이 위기를 겪으며 삶의 터전을 잃은 분도 있고, 상처를 입고 불행하다 느낀 분도 있다. 가족의 소중함과 기쁨을 느낀 분도 있다"면서 "정신과 전문의로 32년 가까이 일하면서 인간이 우리들의 희망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라는 위기를 맞으면서 짧은 시간에 자신의 인생을 바라보고 주변 관계를 되짚어 보며 헝겊을 꿰매는 것처럼 내면을 치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모두가 위기라고 부르는 이 시점에 저도 힘을 한 방울 보태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그의 잦은 TV 출연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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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의 전철(前轍) 밟을까?

최근 몇 년 사이, 방송가에는 ‘스페셜테이너’ 바람이 불었다. ‘스페셜리스트+엔터테이너’, 즉 전문가 출신 방송인이다. 오은영 외에 요리 연구가 백종원, 동물행동교정 전문가 강형욱 등이 이에 해당된다.

한때 백종원은 일주일 내내 만나볼 수 있었다. ‘골목식당’, ‘맛남의 광장’, ‘백종원 클라쓰’, ‘백종원의 국민음식’ 등 TV 프로그램을 비롯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의 ‘백종원의 사계’, 넷플릭스 ‘백스피릿’ 등 그의 이름을 내건 프로그램이 앞다투어 제작됐다. 하지만 현재는 tvN ‘백패커’ 정도만 남아 있다.

이는 백종원의 잘못이 아니다. 먹방과 요리에 대한 관심이 높던 시기, 이를 대중에게 가장 쉽고 매력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주체로서 각 방송사들이 앞다투어 백종원에게 러브콜을 보냈고, 그는 응했을 뿐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대중은 쉽게 싫증을 느낀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대중의 변덕은 이기지 못한다. 자연스럽게 먹방과 요리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고, 이와 더불어 백종원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의 시청률 역시 시들해졌다. 그 결과는 프로그램 종방과 폐지와 맞닿아 있다.

오은영 박사와 손잡은 일련의 프로그램 역시 이와 비슷한 길을 가게 되리란 반응이 지배적이다. 최근 오 박사를 향한 대중적 관심과 지지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신선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 박사는 과거 SBS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에 장기간 출연했다. 그 때만 해도 반응이 지금처럼 폭발적이지 않았다. 아이들의 행동 교정을 비롯해 대중의 심리 상태에 대한 관심도가 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오 박사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그 필요도가 감소하고, 대중이 관심을 가질 또 다른 트렌드가 등장하면 자연스럽게 오 박사를 활용한 프로그램을 제작하려는 시도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 방송 관계자는 "얼마 간의 시간이 지나면 당연하게 오 박사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이 하나 둘 사라질 것이다. 이는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TV의 생리일 뿐, 오 박사의 문제는 아니다"면서 "다만 고민 상담 프로그램이 활성화될 때, 새로운 얼굴을 발굴하기 보다는 오 박사의 인기에 기대기 위해 뻔한 프로그램을 반복적으로 재생산하는 제작진의 안일한 태도는 바뀌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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