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간 발품 팔아 찾은 골동품의 미학…고미술엔 삶이 담겼다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2.07.1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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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평범한 수집가의 특별한 초대

30년 간 발품 팔아 찾은 골동품의 미학…고미술엔 삶이 담겼다


길을 걷다 보면 작지만 보석처럼 빛나며 눈을 끌어당기는 게 있다. 바로 골동품이다. 골동품의 세계는 일보일경(一步一景)이다. 한 걸을 더 깊숙하게 발을 디딜 때마다 새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오래된 골동품이 지닌 아름다움과 실용성을 보면 마치 씨줄과 날줄처럼 현대미술의 흐름과 닿게 된다. 많은 이들이 먼지가 쌓인 골동품을 찾느라 전국을 돌며 헤매는 이유다.

고미술품의 아름다움에 심취해 30여년 간 고미술 거리와 박물관으로 발품을 팔며 작품을 모아온 수집가의 발자취를 담은 '평범한 수집가의 특별한 초대'가 출간됐다. 기자로 취재를 위해 여러 나라로 출장을 다니며 고미술 세계에 눈을 뜬 저자가 진품과 가품도 가릴 줄 모르던 초짜 시절 겪은 시행착오부터 고미술 상인과 전문가를 만나 안목을 키운 에피소드를 담았다.



미국과 유럽, 중국, 일본 등 여러 나라를 돌며 골동품을 수집했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마음이 머문 것은 우리 옛 물건이다. 그래서 어렵게 구한 청자를 몇 달 동안 품에 안고 지내는가 하면, 부엌가구인 삼층찬탁으 절묘한 비례를 즐기기 위해 거실에 배치하는 괴짜같은 모습도 보인다. 그는 "우리 도자기와 목가구는 화려함보단 편안함으로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어 오래 볼 수록 아름답다"고 말한다.

이 평범한 수집가의 감상법은 꽤 독특하다. 수집한 소장품과 일상을 함께한다. 조선백자 술병과 술잔을 챙겨 좋은 친구와 약주를 나누고, 외국인 손님에겐 고려 다완에 차를 대접한다.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에 미치지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에 미치지 못한다는 철학에서다. 왜 자신이 소장품을 사랑하고 시간 날 때마다 박물관을 찾아 국보급 작품을 보고 또 봐야 했는지를 미학적으로 고백하는 듯 하다.



30년 간 숙성시킨 고미술에 대한 사랑을 간결하고 절제된 문장으로 들려주는 해설은 그래서 더 특별하다. 도자기와 목가구 작품 하나하나를 살피기에 앞서 우리 고미술의 역사와 미학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두 편의 글은 고미술 세계 입문의 훌륭한 가이드다. 도자기의 오묘한 색감과 목가구의 자연스런 나뭇결을 보여주기 위해 공들여 촬영한 300여 장의 컬러사진에선 고미술의 아름다움을 생생히 느낄 수 있다.

◇평범한 수집가의 특별한 초대/최필규 지음/나남/2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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