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오를까봐 겁나"… 상속세 폭탄 걱정하는 회장님

머니투데이 세종=유선일 기자, 세종=정현수 기자, 세종=안재용 기자 2022.07.15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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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규제와의 전쟁(上)

편집자주 규제개혁을 지상과제로 내세운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두달이 지났다. 시장에 대못처럼 박혀 혁신과 성장을 가로막아온 '덩어리 규제'들을 현 정부는 과연 뽑아낼 수 있을까. 기업이 요구하는 핵심 규제개혁 과제들이 뭔지, 현실적으로 개선이 가능한지 살펴본다.

"수도권大 반도체과 학생수 늘리자"…지방대엔 어떤 당근 줄까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2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 입장하며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2022.07.14.[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2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 입장하며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2022.07.14.


"인재 양성에 국가의 미래가 달렸는데 웬 규제 타령입니까. (중략) 교육부가 개혁 대상이 될 수도 있어요. " (윤석열 대통령, 6월7일 국무회의)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장상윤 교육부 차관을 질타하며 한 말은 관가에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 규제개혁에 대해선 더 이상 비(非)경제부처의 반대 논리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 당시 윤 대통령은 장 차관이 수도권 규제로 반도체 관련 학과의 증원이 어렵다고 말하자 크게 화를 내며 거세게 질책했다. 과거 대부분의 정부가 규제개혁을 부르짖고도 성공하지 못했지만, 이번 정부는 다를 것이란 기대가 높은 이유다.

정부는 강력한 규제개혁 드라이브를 위해 이달 중 민관합동 경제 규제혁신 TF(태스크포스)를 발족할 계획이다. 경제 분야 규제개혁의 총괄·조정을 위한 협의체인 TF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민간 전문가가 공동 팀장을 맡아 이끈다. TF 내에는 △총괄반 △현장애로 해소반 △환경규제반 △보건·의료 규제반 △신산업 규제반 △입지 규제반이 설치돼 각 분야의 규제를 발굴하고 개선을 추진한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제주 서귀포시 해비치호텔에서 열린 '제45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 참석,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을 주제로 정책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2022.07.13. *재판매 및 DB 금지[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제주 서귀포시 해비치호텔에서 열린 '제45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 참석,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을 주제로 정책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2022.07.13. *재판매 및 DB 금지
14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등 경제부처와 교육부는 다음주쯤 반도체 인력 양성을 중심으로 한 반도체 산업 활성화 종합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계의 최대 관심사는 윤 대통령도 직접 언급한 반도체 관련 학과 정원에 대한 규제가 해소될지 여부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선호하는 수도권 대학의 반도체 관련 학과 정원을 늘리기 어려운 건 '수도권정비계획법' 때문이다. 이 법이 규율하는 '인구집중유발시설' 중에는 대학도 포함돼 있다. 따라서 서울 등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에선 대학의 신설 또는 학생 증원이 불가능하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미국의 서부 명문 스탠포드대 컴퓨터공학과 정원이 2008년 141명에서 2020년 745명으로 늘어나는 동안 서울대는 같은 기간 55명에서 70명으로 느는데 그쳤다. 수도권정비계획법이 IT(정보기술) 분야의 핵심인재 양성을 가로막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여소야대의 국회 지형상 법률 개정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시행령 개정이란 우회로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수도권정비계획법 7조2항은 '국민경제의 발전과 공공복리의 증진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학교의 신설 또는 증설을 허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경우 수도권정비계획법 소관부처인 국토교통부가 나서야 한다.

이미 줄인 수도권 대학의 정원을 활용해 증원에 나서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 수도권 대학들은 박근혜 정부 시절부터 대학구조개혁 정책에 따라 정원을 감축해왔다. 법이 정한 정원 총량을 그대로 두고도 대학들이 자체 감축한 정원을 활용해 반도체 관련 학과의 정원을 늘릴 수 있는 것이다. 현재 활용할 수 있는 정원 규모는 8000명 정도다.

수도권이란 입지의 문제가 해결돼도 모든 대학에 적용되는 규제도 넘어야 한다. 대표적인 게 '대학설립·운영 규정'에 따른 이른바 4대 요건(교사, 교지, 교원, 수익용기본재산)이다. 대학들은 이 4대 요건에 맞춰 대학을 운영해야 하는데, 학생 증원시 주된 제약이 교원 확보다.

정부가 지난 6월에 발표한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 첨단분야의 현장 전문가가 교원이 될 수 있도록 교원자격과 교원확보율 기준을 개선한다는 계획을 담은 건 반도체 관련 학과 등의 교원 확보 문제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가장 큰 변수는 지방대의 반발이다. 정부가 지방대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어떤 '당근'을 제시할지가 최대 관건이다. 지방대에 대한 보상책으로는 국립대법 제정, 지역고등교육위원회 신설 등이 거론된다.

"주가 오를까봐 겁나"… 상속세 폭탄 걱정하는 회장님
경제계는 수도권 공장총량제 규제 완화도 요구하고 있다. 공장총량제는 수도권 과밀화 방지,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수도권 공장 건축면적의 총량을 설정해 이를 넘길 경우 신·증축을 제한하는 제도다. 기업들은 이 제도가 경제 논리에 따른 자유로운 공장 부지 선택을 침해하고 있으며 실질적으로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목표에도 기여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토균형발전이란 가치와 충돌하고, 지방자치단체들의 거센 반발이 불보듯 뻔해 추진이 쉽지 않다.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늘려가야 하지만 이 역시 각종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대표적인 규제로 '발전설비와 주택·도로 간 과도한 이격거리'를 꼽는다. 현재 정부 차원의 규제는 별도로 없지만 각 지방자치단체가 조례 등을 통해 이격거리를 설정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설비에 대해 산업부가 지난 2017년 이격거리를 설정하지 않도록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음에도 올해 1월 기준 226개 기초지자체 중 이격거리를 설정한 곳이 128개에 달했다.

경제계는 경쟁당국의 과도한 규제도 완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기업집단 총수의 친족 범위 축소가 대표적이다. 현행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그룹 총수가 공정거래위원회에 대기업집단 지정자료를 제출할 때 친족 현황도 포함해야 하는데, 자칫 교류가 없는 친족의 자료를 누락했다가 징역형에 처해질 수도 있다. 정부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친족 범위 축소에 나서기로 했다. 아울러 정부는 공정거래법을 포함한 각종 경제법률에 규정된 과도한 형벌 규정을 없애기 위해 최근 범부처 TF를 출범했다. 정부는 개선안을 마련해 신속하게 관련 법률 개정을 추진한다는 목표지만 여소야대 정국에서 국회 통과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주가 오를까봐 겁나"… 상속세 폭탄 걱정하는 회장님
"주가 오르는 걸 회장님이 싫어해요...상속세 때문에"

"주가 오를까봐 겁나"… 상속세 폭탄 걱정하는 회장님
우리나라에서 기업 경영권을 물려받을 때 부담하는 실질적인 상속세율은 최고 60%다.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회원국들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재계가 규제개혁을 요구할 때 항상 1순위로 상속세를 거론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상속세 완화가 이뤄지지 않는 건 '부의 대물림'에 대해 부정적인 국민 정서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오너 일가에 대한 높은 상속세 부담이 우리나라 기업들의 주가 관리 의지를 꺾어 개인 주식투자자들에게 오히려 피해를 끼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14일 관련 부처와 재계에 따르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지난 1일 정부에 제출한 '경제활력 제고를 위한 세제개선 건의서'를 통해 "상속세 최고세율을 OECD 평균 수준 26.5%에 맞춰 25%포인트 인하하고 최대주주 주식 할증평가 폐지, 가업상속공제 요건 대폭 완화 등을 통해 과도한 상속세 부담을 낮춰달라"고 요구했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 상 30억원 이상 상속 시 부과되는 최고세율은 50%다.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은 OECD 회원국가 중 일본(55%)에 이어 2번째로 높다. 여기에 기업 경영권을 포함한 주식은 상속 시 평가금액을 20% 할증하도록 돼 있어 대부분 기업의 경영승계 시 부과되는 실질 상속세율은 60%에 달한다.

이에 대해 경총은"선진국에 비해 높은 상속세 부담이 기업 경영의 영속성을 저해하고 경제성장과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총이 지난달 전국 4년제 대학 경제학과와 경영학과, 행정학과 교수 200명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에서도 응답자 중 49.5%가 글로벌 스탠다드에 비해 과도한 규제로 상속세를 꼽았다.

과도한 상속세가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저해한다는 지적은 과거에도 꾸준히 제기됐다. 지난해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 일가에 12조원대에 달하는 천문학적 상속세가 부과되자 여야 정치권은 한 목소리로 상속세 완화를 주문했다. 세제당국인 기획재정부는 상속세제 개편에 나서겠다고 밝혔으나 현행 5년인 연부연납(분할납부) 기간을 10년으로 확대하겠다는 보완적 조치에 그쳤다. 상속세율 적용기준을 상속재산 전체가 아닌 피상속인(유족) 1인당 취득 재산으로보는 유산취득세로의 전환 역시 중장기 과제로 미뤘다.

중소기업 상속에 적용하는 가업상속공제 제도 역시 상속세 부담을 줄이자는 제도 본연의 목적보다 기업의 경영활동을 막는 부작용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속법상 연매출 4000억원 미만, 총자산 5000억원 미만 중소기업은 경영권 상속 시 최대 500억원까지 상속재산에 대한 세금을 공제받을 수 있다.

하지만 상속 이후 7년 동안 △기업 자산의 20% 이상을 매각하거나 △상속인이 그만둘 경우 △상속인 지분이 줄어들 경우 △근로자 수나 총 급여가 80% 미만으로 줄어들 경우 상속인은 공제받은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지나친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사후관리 제도가 급속하게 바뀌는 경영 환경에 유연한 대응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중소기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또 매출 4000억원 미만 중소기업에만 적용하는 탓에 실제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이용하는 기업 수가 적다는 점도 한계점이다.

"주가 오를까봐 겁나"… 상속세 폭탄 걱정하는 회장님
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법인세와 상속세 개편 방침을 밝혔다. 법인세는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낮추고 국가전력기술을 포함한 투자관련 세제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상속세에 대해선 납부유예제도를 신설하고 가업상속공제 대상을 매출 1조원 기업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내놨다. 가업상속공제 시 적용하는 사후관리 기간도 현행 7년에서 5년으로 줄일 방침이다.

정부와 재계가 상속세·법인세 제도 개선에 뜻을 모았지만 개선 수준에 대한 온도차는 여전하다. 기재부는 세수와 직결되는 세율의 특성과 부의 대물림 및 집중을 막는다는 세금 취지, 그에 대한 여론 등을 고려해 상속세 세율 조정에 신중한 반면 재계는 상속세 세율 인하를 통한 확실한 세부담 경감을 요구하고 있다.

법인세에 대해서도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정부에 제출한 '기업이 바라는 규제혁신과제'를 통해 자회사 배당소득의 이중과세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건의했다. 현행법상 자회사의 배당소득은 지분율에 따라 면세범위가 다른데, 대한상의는 "지분율에 무관하게 배당금을 전액 과세면제해야 사내 유보소득을 모회사에 배당하고 기업투자를 촉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반도체와 이차전지, 백신에 제한돼 있는 국가전략기술 범위도 확대해 투자 시 세제혜택을 강화해야 한다는 게 재계의 요청이다.

한국조세정책학회장인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는 "(피상속인이) 생전 벌어들인 소득에 소득세를 과세한 후 사망 시 상속세를 과세하는 이중과세 문제가 있어 상속세를 폐지하는 국가도 많다"며 "가업상속공제 제도 역시 사후관리 요건이 까다로워 실제 이용은 적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상속세는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로 대체하고 장기적으로 폐지하는 방향이 옳다"며 "법인세 역시 최고 세율을 낮추고 단일 기준 과세를 통해 기업 투자를 활성화해야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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