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억 짭짤하네" 83년생 '부산 왕개미 부부'...무증 요구 후 먹튀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22.07.14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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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억 짭짤하네" 83년생 '부산 왕개미 부부'...무증 요구 후 먹튀


슈퍼개미가 107억원을 들여 코스닥 주식을 산 뒤 "경영권 참여와 무상증자 요구"를 외쳤다. 하지만 그는 주가가 오르자 3주만에 주식을 전량 매도하며 11억원을 벌고 떠났다.

무상증자를 발표하면 주가가 폭등하는 '무증테마'가 코스닥에서 판치는 가운데 이를 이용해 단타를 치는 슈퍼개미가 증시에 등장했다. 대규모 물량을 동원해 주가를 올려놓은 뒤 거래량이 터지면 매도하는 방식으로, 투자자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코스닥 시장에서 신진에스엠 (3,550원 ▼355 -9.09%)은 전일대비 1210원(11.75%) 하락한 9090원에 마감했다. 지난 12일까지 한 달 만에 주가가 60.5% 급등했지만 이틀 만에 24.9% 폭락했다. 이날 신진에스엠은 1대 1 무상증자를 발표했지만 재료가 주가에 선반영되며 급락했다.

부산에 거주하는 슈퍼개미 83년생 김대용씨는 86년생 배우자 나윤경씨와 함께 지난 6월17일 신진에스엠 주식을 각각 32만4257주, 12만4230주 취득했다. 이후 김씨부부는 7월 5일 추가로 63만6261주와 500주를 순매수하며 금융감독원에 대량 지분매입 신고를 했다.



두 차례에 걸친 장내매수로 김씨 부부는 신진에스엠 지분 12.09%(108만5248주)를 보유한 주요 주주로 등극했다. 6월17일 취득단가는 1만700원, 7월5일 취득단가는 각각 9200원이었다.

지분 신고를 단행한 7월7일 당시 김씨는 보유목적을 "경영권 확보 및 행사, 무상증자 및 주식 거래 활성화를 위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김씨와 나씨는 주식대량보유 공시한 당일(7일)부터 주가가 오르자 주식을 되팔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7일, 8일, 11일까지 사흘에 걸쳐 평균 매수단가 1만200원~1만1950원에 보유지분을 전량 매도했다.
"11억 짭짤하네" 83년생 '부산 왕개미 부부'...무증 요구 후 먹튀
이들이 신진에스엠 주식 매수에 쏟아부은 자금은 약 107억1913만원. 김씨와 나씨의 대량 매수와 공시에 주가가 급등한 뒤 이들이 매도한 평가금액은 총 119억3877만원이다. 평균매수단가를 적용해 김씨부부가 단기간에 벌어들인 돈은 총 11억1964만원으로 나타났다.


총 매수금(107억1913만원) 대비 수익률은 10.4%다. 두 사람의 투자기간이 1개월(6월17일~7월11일)도 못 미치는 걸 감안하면 연 환산 수익률(세전)은 120% 이상으로 집계된다.

다만 코스닥 대주주 요건은 개별종목을 10억원 이상 보유하거나 지분 2% 이상을 보유한 경우다. 즉 대주주인 김씨와 나씨는 세법에 따라 주식양도차익과세 대상으로 증권거래세 외에 양도세가 추가된다. 과세표준 3억원 초과로 양도세율 25%가 적용되며 여기에 주민세가 가산돼 27.5%가 부과된다.

즉 세금으로 약 3억790만원을 내야한다. 세금을 고려해도 김씨 부부에게는 8억1174만원이 남는다. 기타 비용(거래세 및 매매수수료 유관기관 수수료)을 고려하면 약 8억원을 남긴 단타였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코스닥에서는 노터스 (3,880원 ▲30 +0.78%), 공구우먼 (5,080원 ▼70 -1.36%) 등 소형주가 파격 무상증자를 실시하며 주가가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는 현상이 기승이다. 문제는 무상증자만으로 주가가 폭등한 뒤 폭락하는 현상이 나타나, 폭등하는 주가를 보고 들어간 투자자들이 큰 손해를 보고 있다는 점이다.
신진에스엠이 생산하는 표준플레이트 이미지/사진=신진에스엠신진에스엠이 생산하는 표준플레이트 이미지/사진=신진에스엠
신진에스엠처럼 개인이 회사 측에 "경영에 참여하고 무상증자를 요구하겠다"고 밝힌 뒤 주가가 오르자 주식을 팔아버리는 사례까지 나타난 것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애널리스트는 "최근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무상증자를 호재로 인식해 주가가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개인 투자자들은 무증 테마주에 투자했다 고점에 물릴 가능성이 높아, 주가가 급등한 상황에서 추격 매수를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투기성이 높거나 불공정거래 가능성이 있는 종목에 대해 시장경보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투자주의, 투자경고, 투자위험종목으로 단계를 높여 지정하고 있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이같은 경고조차 무시하고 무증 테마주에 뛰어드는 분위기다.

한편 신진에스엠은 기계산업의 기초소재인 '표준 플레이트'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표준플레이트란 규격화된 철판같은 것이다. 지난 2011년 11월 코스닥에 상장했으며 지난해 매출액은 611억원, 영업이익은 41억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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