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 스미스(왼쪽)과 제이다 핀켓 스미스 (C) AFP=뉴스1
제이다 핀켓과 리오 마리 알레드의 공통점은 원형 탈모증(Alopecia)을 앓았다는 것이다. 원형탈모는 자가면역질환으로 몸의 면역기능에 이상이 생겨 머리가 빠지는 병이다. 중증으로 진행하면 머리에서 시작해 온몸에서 털이 빠진다. 미국에서 해마다 30만명이 이 질환으로 진단받는다고 알려졌다.
글로벌 제약사 전쟁터에 국내 소규모 바이오 스타트업이 뛰어들었다. 천연물 유래 물질로 JAK 억제제를 개발 중인 '디네이쳐'다. 소규모 벤처기업이지만 최근 국내 최초로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원료가 아닌 자체 물질로 탈모 기능성 화장품을 만들어 허가받았다. 머니투데이는 지난 11일 홍창익 디네이쳐 대표를 만나 JAK 억제제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와 당사의 시장 진입 전략을 들었다.
홍창익 디네이쳐 대표가 지난 11일 성남시 신구대학교 창업관 내 사무실에서 자사의 JAK 억제제 후보물질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이창섭 기자
회사가 JAK 억제제에 주목하는 이유를 홍 대표는 이렇게 설명했다. 국내 22호 신약 '아셀렉스' 개발 경력을 갖춘 연구진으로서 염증 억제의 가장 최신 기술에 관심을 두는 건 당연하다는 것이다. 창업 초기부터 관련 후보물질의 연구 동향과 글로벌 제약사의 임상시험을 주기적으로 검토했다고 한다.
홍 대표는 "대표적 항염증 약물인 스테로이드는 후유증이 막대하지만 JAK 억제제는 세포 생성 신호 자체를 제어해 불필요한 염증을 더 안전하게 제어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 일라이릴리의 올루미언트가 FDA로부터 원형 탈모 치료제로 승인받으면서 JAK 억제제에 대한 관심은 더 높아졌다. 홍 대표는 창업 초기부터 JAK 억제제의 발모 기전에 주목했다.
그는 "컬럼비아 대학의 크리스티아노 박사가 2015년 JAK 저해제가 발모를 유도한다는 논문을 발표한다"며 "이후 다양한 연구자 임상과 제약사의 시도를 통해 발모 기전이 밝혀졌고 학술적으로도 확립됐다"고 말했다.
크리스티아노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JAK 억제제는 모낭 성장기와 관련된 Wnt(윈트) 신호를 유도한다. 윈트 신호가 유도되면 휴지기에 있던 모낭이 성장기로 전환해 털이 자라는 원리다.
JAK 억제제는 아직 원형 탈모증으로만 허가받았지만 '남성형 탈모'로 불리는 안드로겐 탈모증 치료제로도 곧 쓰일 거라는 게 홍 대표 예상이다. 그는 "올루미언트는 미녹시딜, 프로페시아와는 다르게 30여 년 만에 발모 기전으로 허가받은 첫 치료제"라며 "윈트 신호만 잘 전환되면 원인과 무관하게 털이 자란다. 결국 안드로겐 탈모증에도 쓰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디네이쳐는 '브레빌린A(Brevilin A)'라는 천연물질로 'CMX'라는 고유 조성물을 만들었다. JAK 저해로 윈트 신호를 활성화해 발모를 유도하는 기전이다. 이 물질로 가장 먼저 도전한 것은 탈모 기능성 화장품이었다.
홍 대표는 "자원 한계가 명확한 스타트업이라 신약 개발을 염두에 두기에는 투자 환경이 만만치 않았다. 우회적으로 조기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전략을 고민했다"며 "빠르고 앞선 결과를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방안으로 선택한 전략이 탈모에 대한 기능성 화장품 허가였다"고 말했다.
식약처의 탈모 기능성 화장품 고시원료가 아닌 자체 고유 물질로 허가받았는데 이는 국내에서 최초의 사례라는 게 홍 대표 설명이다.
천연물 유래 성분이라 특허 문제에서 자유롭다는 게 홍 대표가 특히 강조한 부분이다. 앞서 크리스티아노 교수는 "포유류 발모에 JAK 억제제 기전을 이용하는 것"에 대한 용도 특허를 출원했다. 이 특허들은 모두 컬럼비아 대학 신탁 재단에 귀속됐는데 일라이릴리 등 빅파마들은 특허 실시권을 받아낸 뒤에야 겨우 탈모 관련 적응증을 연구할 수 있었다.
홍 대표는 "현재까지 JAK 억제제 기전으로 의약품을 갖춘 기업은 글로벌 제약사 6곳, 기능성 화장품 제품을 갖춘 곳은 당사뿐"이라며 "하지만 자원 한계가 명확한 만큼 기능성 화장품·식품과 함께 신약 개발을 병행하겠다. 최근 몇몇 글로벌 기업과도 접촉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