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만원 털려" 편의점 기프트카드 사기꾼…'본사직원' 사칭 주의

머니투데이 김도균 기자 2022.07.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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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희씨(가명)가 경기도 하남시에서 운영중인 편의점에서 구글플레이 기프트카드가 진열된 모습/사진=이승희씨 제공이승희씨(가명)가 경기도 하남시에서 운영중인 편의점에서 구글플레이 기프트카드가 진열된 모습/사진=이승희씨 제공


경기도 하남시의 한 프랜차이즈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 A씨는 지난 10일 오후 6시쯤 자신을 '문화상품권 발행 회사 담당자'라고 소개하는 손님을 맞았다. B씨는 이어 A씨에게 "현재 매장에 있는 구글플레이 기프트카드의 재고가 맞지 않아 회수해가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B씨는 구글플레이 기프트카드 여러 장을 가져와 결제 처리를 요구한 후 일련번호를 알아갔다. 구글플레이 기프트카드는 구글플레이 앱에서 콘텐츠를 구매하는 데 사용할 수 있도록 미리 금액이 충전된 실물카드다. 편의점 계산대에서 결제 처리를 해야만 일련번호가 활성화된다.



B씨는 또 A씨에게 문화상품권 또한 회수해야 한다며 계산대에서 문화상품권 일련번호 출력을 요구해 휴대폰으로 받아갔다. 편의점에서 영수증 형태로 발행되는 일련번호는 온라인에서 실물 문화상품권과 같은 가치를 갖는다.

10분여동안 A씨가 B씨에게 건넨 구글플레이 기프트카드와 문화상품권은 100여만원 상당이었다. A씨는 B씨가 돌아간 뒤 이상한 느낌이 들어 점주 이승희씨(가명)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이씨는 즉시 일련번호 사용 중지를 시도했으나 이미 해당 금액은 모두 사용된 뒤였다.



해당 프랜차이즈 본사 관계자에 따르면 같은 날 경기도 하남시에서만 비슷한 피해를 신고한 편의점은 이씨 매장을 포함 총 3곳이었다.

B씨는 일요일 오후 대부분의 편의점주들이 자리를 비운다는 특성을 악용해 이같은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이씨는 "편의점주가 주로 자리를 비우고 직원을 세우는 시간대를 노린 것 같다"며 "편의점의 생리를 잘 아는 사람들이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본사 등 기관을 사칭한 피싱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발생 건수는 3384건, 5685건, 6221건, 7219건, 7844건으로 꾸준히 늘다가 지난해 7017건으로 소폭 줄었다. 이로 인한 피해 금액은 2016년 541억원에서 2021년 1741억원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수백만원 털려" 편의점 기프트카드 사기꾼…'본사직원' 사칭 주의
복수의 편의점 관계자에 따르면 이씨 편의점 사례처럼 대면으로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전화를 통한 보이스피싱 범죄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서울 강동구에서 10년째 다른 프랜차이즈 편의점을 운영중인 홍모씨(50)는 "직접 피해를 입은 사례는 없지만 지역 관리자를 통해 피해 사례를 꾸준히 듣고 있다"며 "지난 4월경 인근 점포에서 전화로 구글플레이 기프트카드 번호를 요구해 260만원 피해를 본 사례가 있었다"고 했다.

편의점이 이같은 피해를 입었을 경우 손실을 보전해주는 '신종 전화 사기 피해보상 보험'이 있지만 보상액은 일부에 불과하다. 피해액의 최대 90% 선에서 최대 70만원까지 보상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편의점주들 사이에선 스스로 조심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홍씨는 "우리 매장에선 구글플레이 기프트카드를 아예 팔지 않는다. 팔아야 몇 푼 남지도 않는데 뭐하러 위험을 감수하겠냐"며 "2년전부터는 매장에 유선전화도 다 빼버렸다"고 말했다.

홍성길 한국편의점주협의회 국장 역시 "전화를 통한 보이스피싱 범죄가 성행하다보니 아예 매장에 전화를 없애는 점주들이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편의점 본사에서는 현재 운영 중인 계산대에서 구글플레이 기프트카드 결제 경고시스템과 예방교육을 통해 피해를 방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GS25, CU(BGF리테일), 세븐일레븐 등 주요 편의점 프랜차이즈는 '본사 직원을 사칭하고 있느냐'는 경고 메시지와 함께 '아니요' 버튼을 눌러야 결제가 되도록 운영중이다.

CU 관계자는 "편의점주를 대상으로 본사 차원에서 회수를 의뢰하는 경우는 절대 없다고 주기적으로 안내하고 있다"며 "피해 사례가 접수되는 경우에는 다른 점포들에게 따로 안내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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