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보유 확약 1.65%'…기관이 외면한 루닛, 청약 매력 점수는?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2022.07.12 14:27
글자크기
'의무보유 확약 1.65%'…기관이 외면한 루닛, 청약 매력 점수는?


의료 AI(인공지능) 기업 루닛 비상장 (50,000원 0.00%)이 코스닥 시장 상장을 위한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실패했다. 경쟁률은 7.1대 1로 올해 IPO(기업공개) 기업 중 가장 낮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투자자들 중 루닛 상장이후 일정기간 주식을 팔지 않고 보유하겠다고 약속한 물량은 전체의 1.65%에 불과하다. 상장 직후 기관투자자의 물량이 시장에 쏟아져 나올수 있단 의미다.

결국 루닛은 공모가를 희망공모가밴드(4만4000~4만9000원) 상단보다 40% 가까이 낮은 3만원으로 확정했다. 밸류에이션 하향조정을 앞세워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에선 투자 수요를 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루닛은 12일부터 이틀간 공모주 청약을 받고 오는 21일 상장할 예정이다.

루닛은 국내 대표 의료 AI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꼽힌다. 의사가 눈으로 놓치기 쉬운 암 병변을 검출할 수 있는 판독 보조 솔루션 '루닛인사이트'(Lunit INSIGHT)가 주요 제품이다. 암 조기 진단에 활용할 수 있다. 42개 나라에서 인허가를 획득했다. 또 면역항암제의 치료 반응을 예측하는 '루닛스코프'(Lunit SCOPE)도 있다. 향후 미국 FDA(식품의약국) 승인을 매출을 올리겠단 전략이다.



루닛은 업계에서 어느 정도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IPO 시장의 바이오 저평가를 극복하지 못했다. 수요예측 경쟁률 7.1대 1은 역대급 흥행 부진이란 평가다. 국내외 주식시장과 공모시장에서 지속되고 있는 바이오 투자 수요 침체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세부 내용도 좋지 않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투자자의 의무보유 확약 물량은 전체의 1.65%(9만9000주)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투자자 대부분이 루닛 상장 직후 언제든 시장에서 주식을 팔 수 있단 의미다. 해외 기관투자자의 의무보유 확약 물량은 없다.

반면 수요예측 흥행 실패로 확정 공모가를 밴드보다 눈에 띄게 낮추면서 공모주 청약 매력은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루닛 공모가 3만원 기준 기업가치(행사 가능한 주식매수선택권 등 포함)는 3889억원이다. 지난해 11월 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 때 책정한 기업가치 4800억원보다 20% 가까이 낮다. 당시 발행한 전환우선주의 한 주당 가격은 4만4000원이다.

루닛은 루닛인사이트와 루닛스코프 판매 확대를 통해 2024년 흑자전환 할 것으로 예상했다. 공모가 기준 기업가치 3889억원은 2024년 추정 실적 기준 PER(주가수익비율) 약 45.3배다. 2025년 추정 실적 기준 PER은 6.6배다. 2025년까지 추정 실적만큼 성장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먼저 코스닥에 상장한 뷰노, 딥노이드, 제이엘케이 등 의료 AI 기업의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점은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현재 주가 기준 세 회사 모두 시가총액은 1000억원을 밑돈다.

또 상장 직후 시장에 유통될 수 있는 주식 물량 비중이 44.4%(보통주 기준)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먼저 상장한 신약개발 바이오 보로노이의 경우 25.6%였다. 루닛에 앞서 IPO 공모 절차를 밟은 에이치피에스피(16.2%), 영창케미칼(36.2%), 코난테크놀로지(23.7%)보다 높다. 일부 오버행(잠재적 매각 대기물량) 우려가 있는 셈이다.

루닛 상장주관사 NH투자증권은 시장 친화적인 가격으로 공모가를 정했다고 설명했다. 루닛은 코스닥 상장을 통해 'AI를 통한 암 정복'을 목표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도약하겠단 목표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루닛은 의료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국내외에서 인정 받는 국내 대표적 의료 AI 기업"이라며 "다만 국내외 주식시장에서 이어지고 있는 바이오 저평가 기조에 영향을 받아 수요예측에서 예상보다 투자 수요를 끌어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확정 공모가 3만원은 지난해 프리IPO 때보다 낮은 밸류에이션"이라며 "루닛이 추정 실적대로 꾸준히 성장한다면 그리 부담스러운 수준의 밸류에이션은 아닐 수 있다"고 평가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