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반년 내 매각" 미샤도 9월 위기…로드숍 1세대의 몰락

머니투데이 박준식 기자 2022.07.12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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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샤 매장 사진미샤 매장 사진


사모펀드(PEF)에 인수된 이후에도 적자경영을 탈피하지 못한 화장품 브랜드 '미샤(법인명 에이블씨엔씨)'가 빠르면 올 4분기부터 매각 절차를 밟는다. 이미 지난해 이후로 대주단과 맺은 재무약정(Covenant)을 위반한 탓인데 9월 말을 기점으로 생사여탈권은 은행들에 넘어갈 전망이다.

12일 금융계에 따르면 에이블씨엔씨 (6,470원 ▼180 -2.71%) 대주주인 IMM프라이빗에퀴티는 3분기 말 인수금융 만료시기를 맞아 기한 내 매각을 전제로 채무 재연장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IMM이 특수목적법인(SPC) 비너스원과 리프앤바인 등을 통해 2017~2018년 사이 에이블씨엔씨 59.2% 인수에 들인 자금은 약 3900억원이다. 이 가운데 1200억원 가량이 대주단 차입금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IMM은 인수 초반 공개매수를 통한 상장폐지 계획이 실패하고, 주가가 오르지 않자 추가 인수(Volt on) 전략을 써서 시너지를 내보려 했다. 동종업계 중소사인 미팩토리(2018)와 지엠홀딩스(2019) 등을 인수해 원브랜드 한계를 탈피하려 했지만 저가 화장품 전체가 몰락하면서 이른바 '물타기'도 실패했다.



에이블씨엔씨의 매출은 2017년 3733억원에서 인수 2년차인 2019년 4222억원까지 올랐지만 이후 내리막길을 걸어 지난해엔 2629억원으로 4년 전에 비해 30% 가량 역성장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12억원에서 2년 만에 18억원으로 줄더니, 지난해에는 224억원의 손실로 적자전환했다.

IMM의 에이블씨엔씨 인수 건에 돈을 대준 주채권단은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 등 신한금융그룹이다. IMM은 이후 신한금융이 발행한 전환우선주 7500억원을 투자하면서 돈독한 우호적 관계를 유지했다. 신한금융은 IMM 블라인드펀드인 로즈골드 2호, 3호에 연속 출자하기도 했다.

에이블씨엔씨 투자 건은 2020년부터 디폴트(재무약정 파기)를 선언할 수 있는 상태였다. 양자간 재무약정에 따르면 첫째로 2018년 기준 상각전 이익(EBITDA) 200억원 및 부채비율 80% 이하 유지가 조건이었다. 2019년 EBITDA는 220억원, 2020년 300억원, 2021년 400억원 등의 명시규약이 정해졌다.


에이블씨엔씨는 2년 전인 2020년에 이미 600억원대 적자를 내면서 디폴트 선언이 가능했으나 채권단은 웨이버(의무면제) 처리했다. 차주의 차입금 상환이 어려운 상태이지만 별다른 대안이 없다고 여겨 경영권을 맡긴 것이다. IMM은 2021년 6월 말 할리스 매각을 성공으로 이끈 김유진 대표를 구원투수로 보냈지만 실적은 악화됐다.

양측은 최근 5년 만기 텀론의 재연장을 두고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IMM이 2017년 하반기에 미샤를 인수하면서 빌린 인수금융 채무가 텀론 1200억원에 한도대출(RCF) 430억원 등 총 1600억원 이상"이라며 "이 가운데 1200억원 선순위 대출의 만기가 5년으로 이번에 이자를 포함해 1500억원 가량을 상환해야 하지만 (IMM이) 재연장을 요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IMM은 차입금 연장의 조건으로 에이블씨엔씨 매각을 6~9개월 내에 완료하겠다는 내용을 구두 확약한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일단 5년간 IMM이 시행착오를 거쳤고 화장품 업계가 코로나19 등 특수한 상황을 맞아 고전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채무) 연장 쪽에 무게를 두고 매각 과정을 지켜볼 예정"이라며 "다만 IMM도 LP(PEF 유한책임사원 투자자) 자금을 일정부분 손해봐야 하는 상황이라 (매각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IMM은 미샤 외에도 지난해 인수한 국내 1위 가구 및 인테리어 전문기업 한샘 (52,800원 ▲800 +1.54%) 경영에도 고전하고 있다. 1조5000억원대 거래에서 8000억원을 인수금융으로 조달했는데 여기서도 채권단과 맺은 재무약정이 주가하락으로 디폴트 위기에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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