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부터 시계방향으로)무라벨 생수를 들고 있는 모델과 업사이클 GS25 유니폼을 입은 모델이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효성티앤씨의 친환경 섬유 '리젠'이 활용된 '닥스셔츠'의 넥타이, '리젠'이 활용된 '데이즈데이즈'의 수영복/사진=머니투데이DB
폐플라스틱이 재탄생하고 있는 대표적인 제품 중 하나는 각 기업의 유니폼이다.
스포츠 업계에서도 친환경 유니폼 도입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태광그룹은 대한화섬과 손잡고 인천 SSG 랜더스 필드(야구장)에서 수거된 폐페트병을 친환경 섬유 '에이스포라-에코'로 만들어 다시 SSG 선수들 유니폼으로 활용했다. 흥국생명 여자배구단도 이를 활용한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 5월 롯데케미칼이 부산에서 플라스틱 순환경제 체제 구축을 위한 이벤트를 진행했다/사진=머니투데이DB
유니폼이 친환경 제품 대표 선택지가 된 데는 이유가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의류 재활용에 적합한 폐플라스틱 원료가 아직 제대로 다량으로 수거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자사 직원, 소속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친환경 유니폼 제작·배포는 한정된 자원으로 각 기업의 ESG 경영을 강화하는 한편 시민들에게 친환경 중요성에 대해 널리, 그리고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좋은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2008년부터 재활용 섬유 '리젠'을 만들고 있는 효성의 다른 업종과의 독특하고 폭넓은 협업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입소문을 타고 있다.
2018년부터 효성과 손잡은 패션 스타트업 '플리츠마마'는 주름진 형태의 손가방으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고 현재는 담요, 파우치, 크로스백 등 다양한 제품들을 내놓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7월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제1회 여성기업주간 '여성경제인의 날 유공자 정부포상 수여식'에 참석하기 전 플리츠마마의 친환경 패션을 살펴보고 있다./사진=뉴스1
효성 관계자는 "남성 패션 시장에서도 환경보호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구매하는 '그린슈머'가 증가하자 고객 목소리를 반영해 국내 남성복 브랜드와 협업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롯데케미칼은 '프로젝트 루프'를 통해 친환경 사회적 기업 LAR와 손잡고 가방, 운동화 등을 제작했다. 특히 신동빈 롯데 회장이 LAR 브랜드의 운동화를 신은 모습이 SNS를 통해 번지면서 이 제품은 한 때 없어서 못 팔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2017년에 LAR를 창업한 계효석 대표는 "코로나19 확산 이전, 재활용 제품을 봤을 때 소비자들 사이에서 '상품성이 낮은 것을 감수하고 사준다'거나 '튼튼하지 않을 것 같다'는 인식이 있었다면 지금은 이런 제품을 사용하는게 재밌고 신선하고 앞서나가고 쿨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장 확산을 위해 양질의 폐플라스틱 수거율을 높여야 한다는 것은 업계 공통의 지적이다. 계 대표 역시 "기업에서 라벨을 없앤다면 재활용이 훨씬 더 수월할 것"이라며 "정부, 지방자치단체 등은 투명 폐플라스틱 수거율을 높일 수 있도록 다양한 제도와 혜택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롯데케미칼, LAR 등이 참여한 친환경 사업 '프로젝트 루프'의 친환경 제작 제품들/사진=머니투데이DB
지난달 27일 광양항 관리부두에 분류된 선박 폐기물 가운데 플라스틱 쓰레기가 분류돼 있다. /사진=김훈남
버려진 페트(PET)에서 나온 재생원료를 사용해 의류용 원사를 생산하는 효성티앤씨 관계자의 냉정한 평가다. 국내에서 만든 재생플라스틱 원료는 가장 비싼데 반해 품질은 중국산이나 일본산에 비해 떨어진다는 얘기다. 페트병을 사용하고 분리수거하는 과정에서 라벨 등 각종 불순물이 제대로 제거되지 않은 탓이다. 우리나라 안에서 폐플라스틱의 '순환경제'를 완성하기 위해선 재생 원료의 품질 제고라는 숙제를 풀어야 한다.
10일 석유화학 및 재활용 업계에서 플라스틱 원료 가운데 페트는 의료 옷감으로 사용가능한 '고급' 재료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재생 플라스틱 칩을 고온으로 녹여 가느다란 실을 뽑아 원사로 꼬아내는 공정 특성 상 아주 작은 불순물도 곧바로 실의 강도를 떨어트려 불량을 유발한다.
대량으로 원사를 투입하는 의류 생산 공정에서 불량 원사가 들어간다면 어느 시점에서 불량 제품이 나오는 지 특정할 수 없다. 결국 페트 불순물에서 시작한 작은 불량 하나가 대규모 완제품 폐기를 부를 수 있는 탓에 제품의 신뢰성 저하를 부른다는 얘기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쓰이는 페트병만 해도 불순물이 섞일 가능성이 높다. 페트병과 뚜껑이 다른 소재인 데다 아직까지 시중에 유통되는 구형 페트병의 경우 접착제를 이용해 비닐 라벨을 붙이기도 한다. 페트병 재사용 공정에선 비중 차를 이용해 다른 성분의 플라스틱을 걸러내고 고온의 물에 삶아 접착제 성분을 걸러내지만 대량으로 처리하는 공정 특성상 미량의 불순물이 남아있을 가능성은 여전하다고 한다.
플라스틱 제품 생산에서 투입하는 첨가물 역시 재활용의 걸림돌 중 하나다. 대표적인 예가 커피전문점에서 쓰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이다. 차가운 음료를 담는 커피전문점의 일회용 컵의 주성분은 페트이지만 겹쳐서 보관하는 컵을 손상없이 빼서 사용할 수 있도록 '슬립제' 첨가물을 더해 마찰력을 줄이고 미끄러운 특성을 더한다.
이 첨가물은 극소량만 들어가도 의류용 원사의 강도를 떨어트릴 수 있다고 한다. 결국 겉으로 보기에 똑같은 투명페트임에도 일회용 커피컵은 재생공정에 쓰지 못한다고 한다. 이밖에도 페트병에 침이나 담배 등 불순물이 포함되는 것 역시 재생 플라스틱의 품질을 떨어트리는 요인 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폐플라스틱의 재활용 효율을 올리기 위해선 제품 디자인부터 재활용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한다. 라벨은 접착제 없이 손쉽게 뗄 수 있도록 설계하거나 무라벨 디자인을 사용하고, 착색 원료나 첨가물 없는 투명한 페트병을 비중을 늘려야한다는 얘기다. 소비자역시 페트병 배출 시 라벨을 제거하고 남아있는 불순물을 씻어낸 뒤 유색 페트와 구분해 버릴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같은 페트병이라도 제조사에 따라 다른 성분으로 만들어지는 탓에 제품마다 다른 플라스틱 성상을 균일하게 만드는 공정이 필요하다"며 "플라스틱 제품의 제조, 사용, 분리배출에서 재활용에 이르기까지 전반에 걸쳐 재활용 목적을 염두에 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