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이(June Huh) 교수가 5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의 알토대학교에서 열린 국제수학연맹(IMU)의 시상식에 참석했다. 1936년 제정된 필즈상은 4년마다 수학계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룬 40세 미만의 수학자에게 주어지는 수학 분야 최고의 상으로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린다. /사진=헬싱키=AP/뉴시스
8일 수학계에선 한국 제도권 교육에 적응하지 못하던 허 교수가 필즈상을 거머쥐기까지 과정을 살펴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를 통해 한국 교육계 자성의 계기는 물론 현 시스템에서도 학생들이 얻을 수 있는 교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허 교수는 수학계 난제를 풀 수 있었던 배경으로 "두뇌에서 끊임없이 다양한 종류의 '무작위 연결'이 일어난다"고 했다. 그가 필즈상을 수상할 수 있었던 배경은 융합적 사고 덕분이었다. 허 교수는 수학 분야에서도 완전히 다른 대수기하학과 조합론을 연결해 수학계의 오랜 난제를 10여개씩 풀어냈다. 이처럼 책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과정이 사고력 확장에 도움이 됐고, 고도의 사고력이 필요한 수학 문제를 풀어내는 원동력이 된 것이다.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허 교수의 이 같은 자유로운 사고는 어린시절 부모의 영향이 컸다. 최재경 고등과학원(KIAS) 원장은 "부모님이 자퇴를 허락했고 이처럼 자유 방임주의라고 볼 수 있는 교육 방식이 허 교수를 성장시켰을 것"며 "그의 자유로운 사고와 행동이 연구할 때 많은 도움이 됐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허 교수는 물리천문학과 수학을 복수전공했던 서울대에서 학업을 잠시 중단하기도 했지만, 대학 생활 6년 중 5년째부터 수학에 뒤늦게 빠져들어 자신만의 길을 걸었다. 허 교수는 "먼 길을 돌아 제 일과 적성을 찾았지만, 돌아서 생각해보니 그 길이 저에게 가장 알맞은 길이었다"고 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③롤모델 되고 싶은 사람의 말투나 생각 '메모'허 교수는 삶에서 친구와 선생님 모두 스승이라고 했다. 허 교수는 유년시절 친구들과 선생님으로부터 배우고 싶은 점을 관찰하고, 이를 수첩에 빼곡히 적었다고 한다.
그는 "삶에서 어려움을 만났을 때 필요한 것을 가르쳐줄 수 있는 선생님과 친구들을 잘 만났다"며 "항상 정리하는 작은 수첩이 있었는데 배우고 싶은 점들을 적었고, 그분들이 제겐 모두 롤모델이었다"고 했다.
④목표에 집착하지 않고, 자유롭게 사고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수학과 교수.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허 교수는 수학자를 꿈꾸는 이들에게도 "자신이 곰곰이 앉아 생각하기에 지금은 개인적으로 이 어려운 문제를 이해할 준비가 안 됐거나 아니면 본인뿐만 아니라 우리 인류의 발전 상황상 아직 이해할 준비가 안 된 문제들이 많이 있다"며 "그런 문제를 계속 1년 2년 3년 4년 집착하기보단 마음을 더 편안하게 하고 스스로 친절하면서, 본인의 마음이 가고 재미있는 방향으로 공부하고 연구했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