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담]"이 과자 보고 오빠 찾았어요"…죠리퐁이 만든 6년의 기적

머니투데이 박미주 기자 2022.07.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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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운제과, 2016년부터 죠리퐁에 실종아동 정보 담아… 죠리퐁 통해 2명 가족과 재회해

편집자주 '짤담'은 식음료 등 산업계를 출입하면서 들은 '짤막한 후일담'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2017년 5월 실종아동이었던 이영희씨가 친오빠인 이재인씨를 만나는 모습/사진= 초록우산재단2017년 5월 실종아동이었던 이영희씨가 친오빠인 이재인씨를 만나는 모습/사진= 초록우산재단


#1965년 8월 당시 만 7세였던 이영희씨(64)는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노점을 하던 어머니를 따라 집을 나섰다가 가족과 헤어지게 됐다. 그로부터 52년여가 흐른 2017년 5월 친오빠 이재인씨(66)와 극적으로 상봉했다. 이씨가 가족을 찾게 된 배경엔 크라운제과 (8,200원 ▲30 +0.37%)의 '죠리퐁'이 있었다. 오빠 이재인씨는 2016년 10월 돌아가시는 순간까지도 잃어버린 딸을 그리워한 어머니의 한을 풀어드리기 위해 동생을 찾고 있었다. 그러던 중 죠리퐁에 소개된 실종아동 찾기 정보를 접하고 실종아동 전문기관에 연락을 취했다. 이후 유전자 등록을 통해 동생과 재회할 수 있게 됐다.

크라운제과는 2016년 9월부터 죠리퐁 포장지에 장기 실종아동 찾기 관련 정보를 인쇄하고 있다. 제품 앞면에는 "함께 찾아주세요"라는 문구, 뒷면엔 실종 아동의 사진과 나이 등의 내용이 삽입돼 있다.
죠리퐁에 인쇄된 실종아동 찾기 정보/사진= 크라운제과죠리퐁에 인쇄된 실종아동 찾기 정보/사진= 크라운제과
9일 크라운제과,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인 아동권리보장원에 따르면 2016년부터 현재까지 74g짜리 죠리퐁 제품 포장지엔 33명의 장기 실종아동 정보가 기재됐다. 크라운제과는 6차례에 걸쳐 실종된 아동들의 정보를 변경해왔다. 이렇게 실종아동 정보가 담긴 죠리퐁은 6700만봉지에 달한다. 처음 실종아동 정보가 담긴 450만봉의 죠리퐁이 시판됐을 때는 실종아동 1명당 75만개의 전단지가 전국에 뿌려지는 효과가 있었다는 게 크라운제과 설명이다.



그 결과 죠리퐁을 통해 최근 5년간 2명의 실종자를 찾았다. 이영희씨 외에도 1975년 만 4세 때 실종된 김모씨(가명·51)가 죠리퐁 포장지에 정보가 실린 뒤인 2019년 가족과 재회했다.

크라운제과가 실종아동정보를 포장지에 인쇄한 것은 윤석빈 크라운제과 대표이사의 결심에서 비롯됐다. 홍익대학교 국제디자인대학교대학원에서 디자인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제품 패키지 디자인을 활용해 사회에 기여하는 방법을 고민하다 이같은 아이디어를 접하고 실종아동 정보의 인쇄를 하라고 주문했다. 인지도가 높고 전 연령대가 고루 선호하는 조리퐁을 인쇄 제품으로 삼았다.



크라운제과의 실종아동 찾기는 어린이 실종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는 동시에 죠리퐁의 매출도 증가하는 효과를 불러오기도 했다. 실종아동 정보를 넣은 뒤인 2017년 연간 죠리퐁의 매출이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했는데 크라운제과는 이를 실종아동 정보를 넣은 효과로 본다. 크라운제과 관계자는 "실종아동 찾기 정보를 인쇄하면 포장지 교체 비용 부담이 생기지만 주 고객층인 어린이를 위한 사회 공헌 활동으로 실종아동찾기 정보를 표시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의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죠리퐁 매출이 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짤담]"이 과자 보고 오빠 찾았어요"…죠리퐁이 만든 6년의 기적
크라운제과는 2016년 조리퐁에 적용해온 실종아동찾기 '희망과자 프로젝트' 대상 품목을 점차 늘려가고 있다. 2017년 6월부터는 어린이 선호도가 높은 스낵 '콘초'와 '콘치' 포장지에 미아방지와 유괴예방 수칙을 적었고, 2020년 11월엔 국제 아동구호 단체 '세이브 더 칠드런'과 함께 '그리다, 말 상처 캠페인'을 전개하며 '카라멜 메이플콘' 포장지에 아이들에 상처가 되는 말을 고운 말로 바꿔 싣는 방식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5월부터는 '마이쮸' 포장지에 아동학대 신고 번호인 '아이지킴콜 112'를 인쇄하고 있다.

한편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실종아동 신고는 매년 2만건가량 접수된다. 2018년 2만1980건, 2020년 1만9146건, 지난해 2만1379건의 신고가 각각 접수됐다. 실종아동 가운데 1년 이상 찾지 못해 실종 상태로 남아있는 사례는 지난 4월 기준 누적 871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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