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코인' 추락에도 '아트테크'는 뜨겁다..올해 1조 돌파 '청신호'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2.07.10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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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한국 미술시장 규모 5329억원 추산…하반기 키아프+프리즈 아트페어로 호조세 지속될 듯

지난 5월12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VIP 사전관람 행사에 참석한 관람객들이 전시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지난 5월12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VIP 사전관람 행사에 참석한 관람객들이 전시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 미술시장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역대급으로 뜨거운 한 해를 보내고 있다. 감당하기 어려운 부동산이나 오르내림을 반복하는 주식·가상화폐보다 안전한 투자처로 인식되며 달아오른 '아트테크'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미술품 경매부터 아트페어, 화랑 유통, 조각투자까지 상반기에만 5000억원이 넘는 매출액을 올리면서 올해 사상 처음으로 미술시장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예술경영지원센터(이하 예경)가 운영하는 한국미술시장 정보시스템(K-ARTMARKET)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한국 미술시장 규모가 5329억원으로 추산된다. 상반기 경매시장 매출액은 1450억원으로 전년 동기(1448억원)보다 소폭 증가했고, 화랑미술제를 포함한 6개 아트페어의 상반기 작품 거래액도 1429억원에 달했다. 6개월 만에 지난해 전체 아트페어 시장 추정치(1543억원)와 맞먹는 실적을 냈다.

특히 코로나19(COVID-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대내외적 악재에 따른 고유가·고물가·고금리 공포 속에서도 준수한 성장세를 보였다. 미술 시장도 경제적 외생변수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다소 이례적이다. 예경 측은 "투자심리 위축과 현금 유동성 감소에 따른 작풉 구입 위축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시작된 미술시장 성장세가 완만하게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미술 소비저변이 확대되면서 시장의 전반적인 체질이 개선된 것으로 보고 있다. 중·장년층 '큰손' 중심으로 흘러가던 시장에 MZ(밀레니얼+제트) 세대가 등장하며 투자 평균연령이 크게 낮아지고, 업계에서도 '억' 소리 나는 대작 뿐 아니라 신진 작가들이 그린 수백~수천만원 대의 합리적인 가격의 작품들을 조명하며 거래가 활성화됐다. 방탄소년단(BTS)의 RM 등 인기 셀럽들의 미술애호가 면모도 20대를 끌어모으는 데 한 몫 했다.
/자료=예경/자료=예경
무엇보다 2030세대에게 미술품이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점도 미술시장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제대로 된 작품만 고르면 확실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고, 미술품 양도가액이 6000만원 밑이면 비과세라 세금 측면에서도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국내·외 주식이 모두 곤두박질치고 '루나 사태'를 겪은 가상화폐 시장에 대한 불신이 커진 터라 미술품에 유동자산이 몰리는 분위기다.

실제로 올해 아트페어에선 명품 시장에서나 보던 MZ세대의 '오픈런' 현상이 나타났다. 상반기 개최된 아트페어 총 방문객만 36만6000명으로, 지난해 전체 방문객(21만1000명)보다 72.0% 증가했다. 무려 760억원의 매출액을 낸 '아트부산'의 경우 나흘 간 10만 명이 다녀갔는데, 1988년생 이희준 작가가 그린 300만~4000만원에 이르는 회화 작품 7점이 오픈 5분 만에 완판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MZ세대를 타깃으로 열린 '더 프리뷰' 행사는 방문객이 지난해(6000명)보다 200% 이상 증가한 1만8000명이 몰렸다.

미술품 2차 유통자인 경매시장도 호조세를 이어갔다. 올 상반기 10개 경매사가 진행한 141회의 경매에 출품된 1만5759점의 작품 중 64.7%인 1만202점이 낙찰됐다. 이우환, 쿠사마 야요이, 박서보, 김환기의 대작들이 여전히 강세를 보였지만, 올해 경매에 작품이 출품된 작가 2506명 중 436명이 최근 3년 간 기록이 없는 신규 진입 작가로 나타나는 등 신진작가들이 주목받았다.


서울옥션 (9,960원 0.00%)과 함께 국내 미술경매 양대산맥인 케이옥션 (4,555원 ▼30 -0.65%)의 메이저 경매에서 국보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과 '금동삼존불감'을 선보이는 등 굵직한 이벤트가 벌어지며 연일 화제를 낳은 것도 미술시장 상승세에 영향을 미쳤단 분석이다.
지난달 23일 오후 대구 북구 산격동 엑스코에서 개막한 ‘아트페어 대구 2022’를 찾은 관람객들이 전시된 미술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지난달 23일 오후 대구 북구 산격동 엑스코에서 개막한 ‘아트페어 대구 2022’를 찾은 관람객들이 전시된 미술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내 미술시장 규모는 향후 몸집을 더욱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 친화적인 MZ세대의 진입으로 온라인 미술시장 수요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유통·패션 사업 등 타 분야의 미술시장 진출도 본격화되고 있어서다.

여기에 롯데·신세계백화점 등 주요 오프라인 유통 플랫폼도 생존전략으로 미술품 전시와 상설 판매사업에 나서고 있는데다 아트페어까지 열면서 미술시장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하반기 키아프(KIAF·한국국제아트페어)와 세계 3대 아트페어인 프리즈(Frieze) 공동개최로 서울에 아시아 최대규모 미술장터가 열릴 것으로 보여 올해 사상 처음으로 미술시장 매출액이 1조원을 넘길 것이란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다만 경기침체 등 부정적인 외생변수가 지속될 경우 시장 성장세가 둔화될 수 있단 목소리도 있다. 한 미술업계 관계자는 "미술시장도 성장주기가 있다"며 "코로나 리오프닝으로 해외여행 등에 소비가 몰릴 수 있고, 주식·가상화폐 악재로 전반적인 투자심리도 위축되고 있단 점에서 어느 정도 시장 조정이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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