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남당' 서인국, 사진제공=피플스토리컴퍼니
'미남당'에서 한준은 프로파일러 출신 '사짜' 박수무당이다. "우주는 나를 기준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을 가진 나르시시스트이자, 이에 상응하는 잘생긴 외모와 화려한 말솜씨, 모시는 신은 없지만 이상하게 척척 맞아떨어지는 기가 막힌 점괘까지. 그야말로 완벽한 남자다. 제 잘난 맛으로 사는 탓에 가끔씩 하는 행동이 재수없지만, 그럼에도 주변인들은 모두 그를 따르고 좋아한다. '현실남매'인 한준의 원수 같은 여동생 남혜준(강미나)도, 과거 한준과 함께 수사를 하다 억울하게 형사직을 잘린 공수철(곽시양)도, 첫 무당 임무 수행 중 우연히 알게 된 고등학생 조나단(백서후)도 모두 한준이 좋아 미남당의 일원이 됐다. 심지어 VVIP 고객 민경에겐 열렬한 구애까지 받는다.
'미남당' 서인국, 사진제공=피플스토리컴퍼니
프로파일러식의 수많은 생각과 추리들이 뇌 회로를 거쳐 입으로 튀어나오는 동안, 그는 이것이 무속인의 신기에서 비롯된 것처럼 저 세상의 톤으로 새로운 말을 뱉는다. 이성적인 두뇌에 그렇지 못한 격양된 언행. 은밀한 이중생활을 들키지 않기 위해 한준은 속내와는 전혀 다른 톤을 연기해야 한다. 캐릭터성이 짙은 인물인 탓에 전반적으로 동적으로 그려지지만, 언뜻언뜻 내비치는 고뇌의 얼굴들에서 무게감이 중첩돼 있다. 그래서 유독 '미남당' 속 서인국의 모습은 지독하리 만큼 바빠 보인다.
배우로서 서인국만이 지닌 매력도 이 지점이다. 서인국은 무표정으로 감정을 잘 담아내는 배우다. 냉소적으로 보일 만큼 동공이 텅 비어있는 것 같다가도, 그 안에서 작은 감정의 진폭을 무심한 듯 툭 던지며 상황 자체를 흔들어버린다. 그러다 피식 작은 웃음이라도 살짝 내비치면, 38시간 공복 끝에 밥을 먹는 것처럼 감읍한 마음을 들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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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남한준이 서인국의 필모그래피 중 가장 흥미로운 순간을 만든다면 단순한 차원 때문은 아닐 거다. 잘생긴 무속인은 셀럽이 될 수 있을지언정 마음까지 내주긴 어렵다. 사짜이긴 해도 방울을 흔들고 부채질을 하는 남자가 섹슈얼한 매력을 일으키긴 어렵다. 하지만 편견의 대상이 사랑의 대상이 되는 순간, 서인국은 거대한 벽마저 허물어 버리는 더 큰 차원의 존재가 된다. 그리고 지금 이 벽에는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 심지어 그에게는 14부작이라는 시간적 여유까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