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등!" 반도체 이어 수소도 키운다…세제 혜택 ↑

머니투데이 세종=조규희 기자, 우경희 기자 2022.07.06 06:00
글자크기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②

尹정부, 수소 산업 집중 육성…R&D·시설투자 세금 더 깎는다
현대차 수소연료전기차생산현대차 수소연료전기차생산


수소차 보급과 발전용 연료전지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우리나라 수소 산업에 대해 윤석열 정부가 생산·유통·활용 등 수소 생태계 분야에서 한단계 업그레이드를 추진한다. 그동안 연구개발(R&D)를 통해 확보된 기술을 바탕으로 실제 인프라 구축 단계로 나아가겠다는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5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 제30회 국무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청정수소 공급망 구축과 세계 1등 수소산업 육성'을 위해 △핵심기술 개발 △금융·세제 지원 △생태계 구축 등의 내용을 담은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산업부 관계자는 "수소차 보급, 수소 충전소, 발전용 연료전지 보급 등에서는 세계 1위지만 핵심 기술 등 전반적 분야에서 세계 1위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며 "이번 정부에서 전반적인 업그레이드 또는 진화를 시도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정부는 수전해, 연료전지, 수소선박, 수소차, 수소터빈 등 5개 분야의 수소 관련 핵심 기술 개발을 지원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새로운 에너지 정책 방향을 모색하면서 현재 우리 기업의 기술력 도달 정도, 향후 시장 분석을 통해 선정한 분야로 기술 선도가 가능한 분야라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수전해 효율을 현재 55%에서 63%까지 향상시키고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기술을 기반으로 운송선 기자재 개발에 나선다. 수소 터빈 상용화에 속도를 내는 한편 2028년까지 수소 기반 승용·상용·특수차 양산 체계를 구축한다.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쳐 금융 인프라 구축에 나선다. 특히 국책 금융기관과 에너지 공공기관이 민간 추진 수소 프로젝트를 지원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해외에 수소 생산 기지를 건설하거나 유망한 해외 수소 기업을 인수·합병(M&A)하려면 자금 지원이 필수적이고 투자 유치 등을 위해서도 국책 금융기관과 에너지 공기업 등의 관여가 필요하다"며 "이런 차원에서 정부가 지원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차원의 일환으로 민관 합동 수소펀드 조성 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다.

현재 신성장·원천 기술에 포함된 수소 일부 기술을 국가전략기술로의 편입도 시도한다. 현재 반도체, 배터리, 백신 등 3개 분야가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돼 있다.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되면 대·중견 기업의 경우 R&D 비용의 30~40%, 중소 기업은 40~50%까지 공제받을 수 있다. 시설투자의 경우 대기업 6%, 중견기업 8%, 중소기업 16%의 투자 비용에 대한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아울러 정부는 '생산-유통-활용'으로 이어지는 수소 산업 생태계의 진화를 시도한다. 그동안 수소차와 수소 연료전지 등 소규모 '활용'을 초점으로 수소 산업이 육성돼 왔다면 앞으로는 대규모 '활용' 계획에 따라 생산과 유통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대표적인 분야가 발전소다. 전력·열 발전에 필요한 수소 터빈 상용화와 기존 발전 연료에 수소 혼합비율 확대는 현재 수소 사용량과 비교가 안 될 정도의 수요 급증으로 이어진다. 산업부에 따르면 발전에 필요한 액화천연가스(LNG)에 수소를 20~30% 비율로 혼소할 계획이다. 새로 지어지는 발전소 일부는 최대 50%까지 혼소가 가능하게 설계된다.

정부는 올해말 이같은 정책 방향 아래 구체적 내용을 담은 '수소 1등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대규모 수소 수요를 창출하는 것은 생산·유통 분야와 관련된 여러 기업에 '시그널'(신호)을 주는 것으로, 이 경우 여러 기업이 기술 개발, 인프라 구축, 해외 투자, 유통 등에서 더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원전 늘리고 에너지수입 줄인다..기업들 "尹, 시야 넓게 가져달라"
(창원=뉴스1) 안은나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경남 창원 성산구 두산에너빌리티 원자력 공장을 찾아 원전 생산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2.6.22/뉴스1  (창원=뉴스1) 안은나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경남 창원 성산구 두산에너빌리티 원자력 공장을 찾아 원전 생산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2.6.22/뉴스1
원자력발전을 늘리고 화석연료 수입을 줄이는 내용의 새 에너지정책에 대해 산업계는 우선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막연히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계획하는 대신 원전 비중을 늘리는데 대해 불확실성이 줄었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수소 등 과도기적 에너지 활용 의지도 재차 밝혔다. 계획의 실현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조치다.

다만 산업계는 내년 3월 나올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만들며 온실가스 저감 목표 설정 등을 위해 현장과 긴밀하게 소통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더이상 미루기 어려워진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방안을 위한 특별법 마련 등 각론에도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구체적 계획 수립을 위해 시야를 넓히고 귀를 열어달라는 고언이다.



정부는 5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안)'을 공개했다. 에너지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예고됐던 내용이지만 정부가 구체적인 안으로 만들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며 "전체적으로 방향을 잘 잡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에너지정책방향을 통해 원자력발전 비중을 늘리고 이를 바탕으로 석유와 석탄 등 화석연료 에너지 수입을 줄이는 기조를 분명히했다. 이 과정에서 수소 등 대체에너지원을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수소는 특히 글로벌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기까지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전정부에서 수립한 다양한 탄소중립 목표와 계획은 현실적으로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새로운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라며 "NDC(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달성 속도 조정, 내지는 새로운 목표 설정 등 전향적인 계획이 뒤따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그러면서도 현실적인 대안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새로운 방향이 설정됐으니 각론을 정비하자는 거다. 다른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원자력발전을 늘리고 탄소에너지 수입을 줄이는 큰 틀에는 동의하지만 당장 올여름 이른 더위로 예비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석탄발전소를 더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며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짤 때 이런 부분은 보다 현실적 고려를 해야 한다"고 했다.

새 정부는 이전정부가 신규석탄발전소 건설을 원천 금지하고, 노후석탄발전소는 폐지하기로 한데 대해 '합리적 감축을 유도하겠다'는 대안을 내놨다. 무조건 금지하고 폐지하는 대신 자연스럽게 줄이도록 하겠다는 거다. 이 관계자는 "독일도 한시적으로 석탄화력발전 비율을 늘리고 있다"며 "일률적으로 퇴출시키는 대책은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전기위원회와 같이 가스 등 에너지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별도 조직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왔다. 다른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여당을 중심으로 가스위원회 수립 제안이 접수된 것으로 아는데 이번 에너지정책방향에는 반영되지 않았다"며 "가스공사를 중심으로 민간직도입을 확충하고 저장시설도 민간에 오픈할 필요성이 제기되는데 위원회가 설치된다면 보다 공정한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소 등 신재생에너지 육성 의지를 재차 확인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시장의 긍정적 평가가 일치했다. 수소혼소(가스와 수소 혼합)발전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수소 수입계획도 구체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를 기반으로 하는 전기모빌리티 시장이 먼저 커지는 가운데 수소모빌리티에 대한 투자도 시점을 앞당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소를 중심으로 투자를 진행 중인 대기업 관계자는 "수소 핵심기술 육성방침이나 글로벌 1위 수소산업 육성 선언 등은 적절하다고 본다"며 "다만 경쟁국들이 수소선박이나 항공기 등 수소모빌리티에 투자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당장 전기차에 지나치게 시선을 뺏긴다면 정책지원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