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통형 부활은 테슬라가 견인했다. 전기차 판매 1위 테슬라를 시작으로 리비안·루시드 등 전기차 신생기업들이 원통형을 탑재했고, BMW·볼보·재규어 등 전통적인 완성차 기업들도 속속 원통형을 탑재한 신규 라인업 출시를 예고했다. 각형·파우치형에 비해 표준화된 규격으로 단가가 낮고 양산이 손쉬우며, 오랜 기술 축적으로 안전성이 높다는 점이 부각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충북 청주 오창공장에도 7300억원을 투자해 국내 원통형 연산량을 13GWh 규모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이곳 공장에서는 내년 하반기부터 테슬라에 납품될 차세대 원통형 규격 '4680(지름 46㎜·높이 80㎜) 모델'을 양산할 계획이다.

상신이디피도 케파 확대를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원통형 및 중대형 캔을 생산하는 이곳은 삼성SDI가 핵심 거래처다. 지난 2018년 삼성SDI 유럽공장이 위치한 헝가리에 캔 공장을 설립하기도 했다. 삼성SDI가 원통형 라인 확장을 준비함에 따라 상신이디피 역시 원통형 캔 생산량 증대 및 추가 해외공장 설립 등을 논의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밖에도 원통형에 사용되는 전기니켈도금강판을 LG·삼성에 동시 납품하고 있는 TCC스틸, 이차전지용 테이프 제조업체 테이펙스 등이 원통형 수요 확대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는 기업이다. 테이펙스는 지난 2016년 한솔케미칼에 인수됐다. 당시 조연주 한솔케미칼 부회장이 인수전을 주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조 부회장은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증손녀이자,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의 외손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원통형은 주문생산이 아닌 전반적인 수요에 발맞춰 규격이 정해지는 게 특징"이라면서 "다른 타입의 배터리보다 대량 생산이 쉽다 보니 수익성이 좋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전기차뿐 아니라 전동공구·소형모빌리티 수요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어 판로 또한 더욱 다양하다"고 부연했다.
또 다른 배터리업체 관계자는 "일부 후발주자들이 최근 원통형 생산에 도전장을 냈지만, 40년 이상 기술을 축적한 기존 사업자들과 비교하면 갓 걸음마를 뗀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전기차 시장의 원통형 수요가 커질수록 중국보다는 한국·일본에, 테슬라와 자국 완성차 지원에 공을 들이는 파나소닉보다는 LG·삼성에 수혜가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