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의 원통형 배터리 /사진=각 사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원통형은 가장 기본이 되는 배터리 형태지만 공간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단점 때문에 전기차 시장에서 각형·파우치형에 비해 외면받아 왔다. 제작하는 회사도 한정적이었다. 전자기기가 핵심 납품처였던 시절부터 배터리를 생산해온 LG·삼성·파나소닉 등 한국과 일본의 일부 기업들만이 원통형 배터리를 양산했다.
원통형 수요에 가장 먼저 대처한 곳은 배터리 업계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3월 미국 애리조나주 퀸크릭(Queen Creek)에 1조7000억원을 투자해 11GWh 규모의 신규 원통형 배터리공장을 건설한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해당 공장에 대한 투자를 재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으나, 이는 수익성 확보를 위한 전략적 숨 고르기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삼성SDI도 거점 원통형 생산기지인 말레이시아 세렘반공장 추가 투자를 예고한 상태며, 천안공장에 지름 46㎜ 원통형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핵심 고객사 중 한 곳이 각형에 이어 원통형 탑재를 예고한 만큼 생산량 확대를 위한 사전 작업에 한창인 상황이다.
충남 아산 이차전지원형캔사업장 조감도/사진=동원시스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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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방기업들도 분주하다. 참치 용기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차전지 시장에 뛰어든 동원시스템즈는 지난 1일 원통형 캔 생산 확대를 위한 충남 아산 신공장 착공식을 개최했다. 동원시스템즈신공장 설립을 위해 585억원을 투자했다. 완공 후 21700(지름 21㎜·높이 70㎜) 모델과 4680 모델을 양산할 계획이다. 생산된 캔은 LG에너지솔루션에 납품돼 배터리로 제작되고 테슬라 전기차에 탑재되게 된다.
상신이디피도 케파 확대를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원통형 및 중대형 캔을 생산하는 이곳은 삼성SDI가 핵심 거래처다. 지난 2018년 삼성SDI 유럽공장이 위치한 헝가리에 캔 공장을 설립하기도 했다. 삼성SDI가 원통형 라인 확장을 준비함에 따라 상신이디피 역시 원통형 캔 생산량 증대 및 추가 해외공장 설립 등을 논의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밖에도 원통형에 사용되는 전기니켈도금강판을 LG·삼성에 동시 납품하고 있는 TCC스틸, 이차전지용 테이프 제조업체 테이펙스 등이 원통형 수요 확대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는 기업이다. 테이펙스는 지난 2016년 한솔케미칼에 인수됐다. 당시 조연주 한솔케미칼 부회장이 인수전을 주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조 부회장은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증손녀이자,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의 외손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원통형은 주문생산이 아닌 전반적인 수요에 발맞춰 규격이 정해지는 게 특징"이라면서 "다른 타입의 배터리보다 대량 생산이 쉽다 보니 수익성이 좋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전기차뿐 아니라 전동공구·소형모빌리티 수요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어 판로 또한 더욱 다양하다"고 부연했다.
또 다른 배터리업체 관계자는 "일부 후발주자들이 최근 원통형 생산에 도전장을 냈지만, 40년 이상 기술을 축적한 기존 사업자들과 비교하면 갓 걸음마를 뗀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전기차 시장의 원통형 수요가 커질수록 중국보다는 한국·일본에, 테슬라와 자국 완성차 지원에 공을 들이는 파나소닉보다는 LG·삼성에 수혜가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