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날 더워 오히려 좋아"…첫 폭염경보에 2천명 몰린 한강수영장

머니투데이 정세진 기자 2022.07.03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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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수영장 방문객들이 수영을 즐기고 있다. /사진=정세진 기자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수영장 방문객들이 수영을 즐기고 있다. /사진=정세진 기자


"마스크 벗고 노니까 너무 재밌어요."

3일 오후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성남중학교 1학년 재학생인 하재욱군(13)은 친구 8명과 서울 여의도 한강수영장을 찾았다. 하군은 이날 풀장과 선배드가 설치된 야외공간에서는 마스크를 벗고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폭염 탓에 수영장 수온도 올라가 미취학 아동을 동반한 가족단위 방문객들도 오후 내내 물놀이를 즐길 수 있었다. 이날 오후 서울 최고온도는 34.2도(℃)로 올 여름 최고 기온을 경신했다. 기상청은 이날 오후 2시50분을 기해 동북권을 제외한 서울 전역과 대구·경북·광주·세종·충남(홍성, 부여)· 경남 양산·전남 화순 지역 등에 폭염경보를 내렸다. 기상청은 이틀 이상 하루 중 체감 최고 온도가 35도 이상인 날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거나 더위로 큰 피해가 예상될 때 폭염경보를 발령한다.



여의도 한강 수영장 찾은 2000여 방문객…어린이들 "언제 마지막 수영인지 기억 안나"
서울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 폭염 주의보가 내려진 3일 오후 서울 광진구 뚝섬한강공원 수영장이 물놀이 온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뉴시스서울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 폭염 주의보가 내려진 3일 오후 서울 광진구 뚝섬한강공원 수영장이 물놀이 온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날 오후 3시쯤 여의도 한강수영장을 찾은 방문객은 2000여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서울 상암월드컵 경기장의 2.8배 크기인 2만㎡ 부지의 수영장에는 가족 단위 시민·연인·외국인 관광객과 친구끼리 온 1020세대 등 더위를 피하기 위한 방문객들로 가득했다. 방문객이 몰린 오전 11시~오후 3시 사이에는 101개의 선베드 중 빈자리가 없었다. 자리를 잡지 못해 풀장 옆에 늘어선 선베드 뒤에 돗자리를 펴는 방문객들도 있었다. 가족과 연인 관람객들은 선베드 뒤편에 텐트를 치고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는 한강 공원수영장(뚝섬·광나루·여의도·잠원) 4곳과 양화·난지 2곳의 물놀이장을 지난달 24일 개장했다. 2019년 여름 이후 코로나19(COVID-19) 사태 여파로 운영을 중단한 지 3년 만이다. 운영 재개 후 두 번째 주말을 맞은 전날, 여의도 한강수영장을 찾은 하루 방문객만 2200여명에 달했다.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수영장 방문객들이 수영을 즐기고 있다. /사진=정세진 기자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수영장 방문객들이 수영을 즐기고 있다. /사진=정세진 기자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들 중에는 이날 처음 수영장을 찾은 아이들도 많았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온 최재평씨(42)는 아내와 하림군(8)·연우양(5) 남매를 데리고 이날 오전 수영장을 찾았다. 하림군은 "수영장에 놀러 와서 너무 재밌다"고 했다. 5살 연우양은 물론 8살인 하림군은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 언제 마지막으로 물놀이를 했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경기 고양 일산에서 현민(9)·현서(7) 형제와 함께 수영장을 찾은 조성운씨(43)는 오전 10시에 수영장에 도착했다. 줄을 서서 기다릴 수 있다는 걱정에 일찍 집을 나섰다. 마지막으로 언제 수영했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현민군은 이날 "수영이 너무 재밌다"고 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손재인군(10)과 손지인양(8)은 2018년 여름에 망원 한강공원 수영장에서 가족과 함께 물놀이를 했다. 다만 재인군과 지인양 남매는 망원 수영장에서의 물놀이를 기억하지 못한다. 당시 재인군은 5살이었다. 손군은 이날 5년 만에 찾은 수영장에서 "수영하니 너무 재밌다"고 했다.


"호텔 수영장보다 싸고, 자리도 넓어" 태닝족의 성지…"날이 더워 오히려 좋다"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수영장에서 방문객들이 태닝을 즐기고 있다. /사진=정세진 기자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수영장에서 방문객들이 태닝을 즐기고 있다. /사진=정세진 기자
체감 온도가 33도를 넘어가는 폭염을 반기는 이들도 있었다. 수영장 한쪽에 자리 잡은 30여명의 '태닝족'이었다. 수영장 풀에서 멀찍이 떨어진, 한강공원 쪽 펜스 주변에는 몸에 오일을 바른 2030 태닝족들이 자리를 폈다. 이들은 썬탠오일과 썬크림을 바르고 엎드려 눕거나 일어서서 태양을 향해 등을 활짝 펴는 등 자세를 바꿔가며 햇볕을 즐겼다.

일산에서 친구와 함께 온 최모씨(25)는 지난주 뚝섬 수영장을 찾았지만 흐린 날씨 탓에 제대로 일광욕을 즐기지 못했다. 이날은 내리쬐는 햇볕 덕분에 만족스러운 태닝을 할 수 있었다.

태닝족들도 지난 3년은 힘든 시기였다고 말한다. 꾸준히 태닝을 하지 못해 살색은 옅어졌다. 서울 마포구에서 여자친구와 함께 태닝을 하러 온 박모씨(34)는 "언제 수영장이 열릴까 기대하고 있다가 3년만에 왔다"고 했다. 박씨의 여자친구 이모씨(30)는 "뚝섬이나 성수 한강 수영장에는 태닝존이 따로 있어 '태닝 핫플레이스'로 알려져 있다"며 "호텔 수영장은 비싸고 자리도 별로 없다"고 했다.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수영장에서 방문객들이 태닝을 즐기고 있다. /사진=정세진 기자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수영장에서 방문객들이 태닝을 즐기고 있다. /사진=정세진 기자
야외에서 햇볕을 받지 못할 땐 태닝샵을 찾을 수도 있지만 햇볕만큼 자연스런 태닝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말한다. 일산에서 친구와 함께 온 문모씨(25) "썬탠하려고 낮 12시부터 왔다"며 "어제는 뚝섬 수영장이 갔었는데 다음 주말에도 다른 한강 수영장을 찾아 썬탠할 계획"이라고 했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는 4곳의 한강 수영장과 2곳의 물놀이장을 다음 달 21일까지 운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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