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업계에서는 물가 인상에 따른 원자재 부담이 커져 일반의약품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10년만에 가격을 10% 올리면 물가 인상률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면서 "최근에는 일반의약품 자재부터 포장 용기 등 모든 비용이 상승해 제조 업체들이 '가격 상승 없이 생산하면 오히려 손해다'라고 말하는 분위기다"라고 했다.
이 때문에 업계 전반적으로 일반의약품 가격 인상이 잇따른다. GC녹십자 (123,800원 ▼1,800 -1.43%)는 근육통 완화 파스 '제논쿨' 가격을 10%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일양약품 (17,850원 ▼60 -0.34%)은 지난달 자양강장제 '원비디' 가격을 12% 인상했다. 광동제약 (6,440원 ▲40 +0.63%) '쌍화탕', 대웅제약 '우루사' 등도 가격 인상 방안을 검토중이다.
제약사들은 의사 처방전을 받아야만 살 수 있는 전문의약품에서 매출 대부분이 나온다. 매출 비중으로 보면 처방전 없이도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은 제약사의 주요 품목이 아니다. 다만 전문의약품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정부와 협상을 거쳐 약가를 결정한다. 제약사가 공급가를 결정할 수 있는 품목은 일반의약품에 한정된다. 원자재 가격이나 생산 비용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제약사들이 일반의약품 약가만 인상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대표 제품을 시작으로 다른 제품들까지 추가 가격 인상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높은 환율 때문에 원료의약품 수입 과정에서 비용 상승이 예견됐기 때문이다. 국내 제약 업계의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지난 2020년 기준 36.5%다. 수입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환율이 높아지면 매출 원가가 커진다.
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 폭이 가팔라 제품 공급가격을 인상해도 비용 증가 폭을 메우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물가 상승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는 공급가 인상 방안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